부산 간 박 대통령, 해수부·신공항 파란불?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부산시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 및 정전 60주년 유엔참전용사 기념식에 참석, 미국 리처드 위드콤의 묘역을 둘러보며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전 60주년을 맞아 부산 남구 UN 기념공원에서 열린 UN 참전용사 추모식에 참석한 데 이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재개발 공사현장을 방문해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부산한 북항 재래부두의 국제여객터미널 재개발 공사현장을 방문해 사업현황을 보고받은 뒤 참석자들과 환담을 갖고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방문에는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과 허남식 부산시장, 김무성·정의화 새누리당 의원 등이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부산이 갖고 있는 해양수산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서 동북아의 해양수도, 동북아의 미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꾸준히 펼쳐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로 개항 137년째를 맞는 부산항 재래부두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경제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주요 항만이다. 지난 2008년부터는 물동량 증가 및 선박의 대형화 등으로 유휴·노후화돼 우리나라 최초로 항만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UN 참전용사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통해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남침해 왔을 때 UN은 즉각 참전을 결정했고,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다”면서 6.25 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대한민국은 참전용사 여러분이 더욱 자랑스러워하는 나라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숭고한 피로 지킨 자유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지구촌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전 기념일·부산항 재개발 시의적 의미 적어…민심 달래기 위한 의도적 행보인 듯

한편, 박 대통령의 이번 부산 방문에는 행사 참석 외에 해양수산부 유치 실패와 신공항 개발 무산으로 누적된 부산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6.25 전쟁 정전 기념일은 오는 27일로 아직 닷새나 남았고, 부산항 재개발 공사는 지난 2008년부터 진행됐단 점에서 시기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이 첫 지방 순회지로 부산을 택한 건 다분히 의도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해수부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에 부산 시민들은 해수부 부산 유치를 강력히 요청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해수부 부산 유치를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밝혔고, 부산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확답이 없었음에도 이를 기정사실화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로 부산 시민들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김 의원이 4.24 부산 영도구 재선거에서 당선된 다음날 CBS 라디오와 인터뷰를 통해 ‘해수부 부산 유치’가 거짓 공약이었음을 고백한 것.

당시 김 의원은 “선거에 이겨야 되겠다는 욕심과 부산의 여론이 안 좋기 때문에 표심을 얻기 위해서 해수부 부산 설치를 공약해야 한다고 내가 강하게 주장했다”며 “당시 박 후보는 약속하지 않겠다고 굉장히 뺐는데 내가 강박을 했다. 지금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도 부산의 여론 악화에 큰 몫을 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제시했지만 입지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부산 홀대론’을 내세워 박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런데 최근 입지 선정과 별개로 박 대통령의 지방공약가계부에서 신공항 사업 자체가 제외됐다. 청와대 측은 가계부 내용과 상관없이 공약사업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신공항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이미 낙제점을 받은 상황이라 추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처럼 부산의 숙원사업들이 잇달아 수포로 돌아가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지역의 반감이 극에 달했고, 이를 달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시점에 박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 대통령이 이날 해수부,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부산 내 다른 곳을 제쳐두고 총 8조5278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부산 최대의 토목사업 현장에 방문한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의 이번 부산 방문은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임명 과정에서 부산 현지의 반발이 있었던 윤 장관이 박 대통령과 동행한 점은 박 대통령이 이번 부산 방문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데일리안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