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리톨보다 더 좋은 물맛을 가진 산타클로스의 나라, 핀란드

 

북유럽 발트 해 연안에 위치한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핀란드. 내가 이 나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어려움을 겪은 우리와 비슷한 동변상련의 국가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흔히 핀란드라는 나라를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노키아 휴대폰이나 충치 예방에 좋다는 자작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감미료 자일리톨을 떠올린다. 그러나 핀란드가 세계경제포럼의 환경지속지수 세계 제1위이며 국가경쟁력 세계 제1위,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국가청렴도 세계 제1위라는 사실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핀란드의 전통 축제


팔색조 같은 매력과 흰백색 백자가 연상되는 핀란드를 방문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직항노선을 가진 핀 에어에 몸을 싣고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로 향했다. 비행기는 9시간 30분을 날아 헬싱키 반타공항에 멈췄다. 공항을 나서자 처음 나를 맞이한 건 ‘핀란드’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던 아름다운 북구의 여인도 푸근한 모습의 산타 할아버지도 아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당신은 핀란드에서 페트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라는 영문 문구가 쓰여 있는 광고판이었다. 이 말은 수돗물에 자신 있다는 환경국가로서의 자존심이 서린 표현일 테다. 이와 더불어 깨끗한 자연환경에 견줄만한 핀란드 공무원들의 청렴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도 우연히 엿볼 수 있었다.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가 아니라면 위법이다”라는 재미난 문구다. 찬 맥주 한 잔과 따뜻한 샌드위치 한 조각조차 뇌물에 해당된다는 말로 신참 공무원들의 윤리강령이기도 한 말이다. 보면 볼수록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눈처럼 새하얀 국가가 핀란드이며, 산타클로스의 넉넉한 인심을 가진 나라가 핀란드라는 사실에 전혀 의심이 가지 않았다.


이번 핀란드 여행은 가장 남쪽에 있는 수도 헬싱키와 동화작가 토베 얀손(Tove Jansson, 1914~2001)이 창출해낸 북구의 마스코트 무민(Moomin)의 고향 난탈리(Naantali) 마을과 중부도시 탐페레(Tampere)를 지나 산타클로스 마을이 있는 북부 로바니에미(Rovaniemi)를 돌아볼 예정이다.

 

알바 알토가 설계한 산타의

 

고된 시련의 역사 그리고 혹한·백야의 거센 자연의 힘에도
절대 굴복치 않다
핀란드는 우리나라 남한의 3배 크기 정도 되는 땅을 가지고 있지만 인구는 500만 명이 채 안 된다. 게다가 국토의 70%가 자작나무, 떡갈나무를 비롯해 침엽수가 뒤덮인 산림지대이고 국토의 10%가 6만여 개의 호수와 수많은 섬을 가진 최적의 자연환경을 가졌기에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나라다.

 


오른쪽 붉은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크리스마스 직전에 배달해준다.


지도상에서 보면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고 서쪽으로는 스웨덴과 경계를 짓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요인은 핀란드를 600년간 스웨덴의 속국으로 살게 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 말기인 1917년에는 마침내 독립하는가 싶더니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바로 소련의 지배에 들어갔다. 이후 1944년, 시련 끝에 마침내 독립된 자주국가로서 다시 서게 된 우리나라와 비슷한 근대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이런 정치적 소용돌이를 거친 탓인지 핀란드인의 첫인상은 무뚝뚝하고 진지하다. 그들에게 표정이 너무 엄숙하다고 말하면 스스로를 ‘침묵은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다’라는 말로 방어한다. 침묵이란 소통의 실패가 아닌 사회 작용의 중요한 일부라고 여기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성향은 겨울엔 혹한과 하루 내내 태양 없이 지내야 하며, 여름은 밤이 없는 백야의 자연환경 탓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들은 우리나라 화장실 숫자만큼이나 사우나 시설이 많고, 날씨가 어느 정도 풀리면 가장 먼저 겨우내 사용하지 않았던 별장을 청소하느라 모두의 손길이 바쁘다.
이들에게 가장 좋은 휴식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그야말로 원시성을 가진 숲속 별장에서 자연과 융화되어 지내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이렇듯 핀란드인은 환경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환경 아래서는 부와 명예보다는 자연과 대화하는 사색의 시간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었을 테다. 이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그들의 기질을 다소 엄숙하게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 이러한 원동력은 상호간의 신뢰를 돈독하게 해 오늘날의 핀란드를 국가경쟁력과 청렴도 순위에서 세계 1위 국가로 끌어 올렸다. 어쨌거나 핀란드는 매력의 나라임이 틀림없으며 일생에 한번쯤은 꼭 방문해 볼 가치가 있는 나라다.

 

하늘이 내린 천연의 아름다움 속에 핀
동화 속 산타의 나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 핀란드를 지난여름 방문한 적이 있으나 부득이 겨울에 다시 찾은 이유는 눈 내린 산타클로스 마을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바람은 로바니에미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헬싱키에서 끝없는 자작나무와 북구 특유의 침엽수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호수. 그 위를 날고 있는 새들을 친구삼아 열차로 9~10시간(탐페레에서는 7~8시간)정도 북쪽을 향해 달리다 보면 작은 로바니에미 역에 도착한다. 이 역에서 8km 떨어진 곳에 세계 모든 어린이들의 로망인 산타클로스 마을이 있다.

 

산타 우체국에는 12개 국어로 산타 할아버지에게 온 편지에 답장을 써 주는 직원이 근무한다

 

 

북극권, 일년 중 하루 이상 해가 지지 않고 하루 이상 해가 뜨지 않는 지역을 말한다.

 

 

북극지방의 겨울철에만 볼 수 있는 빛의 향연 오로라(Aurora)


산타마을은 여름은 녹색의 숲으로 겨울은 흰 눈으로 온천지가 하얗게 되는 동화마을이다. 이 마을의 공식 첫 관광객은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크린 루즈벨트의 부인인 엘리노어 루즈벨트(Eleanor Roosevelt, 1884~1962)여사였다고 한다. 이 마을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포화에 휩싸여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이 때 마을 주민들과 세계 어린이들의 꿈을 되살린 이는 핀란드의 유명한 건축가 알바 안톤(Albar Aalto, 1898~1976)이었다. 그는 마을을 복원하기로 하고 산타 할아버지의 모자를 본 따 산타기념관을 설계했다. 이 건물에는 사무실과 도서관, 기념물을 파는 상점과 그 무엇보다도 유명한 산타 우체국이 있다. 이 우체국에는 12개 언어로 세계의 어린이들로부터 온 편지에 답장을 해주는 비서들이 산타 할아버지를 보좌하고 있다. 재미난 것은 우체국 안에 노란 겨자색 우체통과 빨간색 우체통이 나란히 놓여 있는데, 노란색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즉시 배달되며 빨간색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한동안 보관해 두었다가 크리스마스 직전에 해당 주소로 배달해준다.

 
또 이 마을을 사람들이 겨울에 찾는 까닭은 남극이나 북극 인접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태양의 선물, 오로라 현상 때문이다. 오로라 현상이란,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즈마가 지구의 공기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물리적 작용으로 주로 겨울철 새벽녘에 볼 수 있는 자연이 만들어 내는 불꽃놀이다. 불기둥이 큰 것은 1000km에 이르기도 한다. 1달에 한 두번꼴로 나타나기 때문에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밤잠을 설치곤 한다. 이 마을이 북극권에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산타의 집 앞 보도 위에 새겨진 북극권을 나타내는 북위 66°32’35”의 표식을 통해서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나라 핀란드’를 떠날 시간이 되자, 자작나무에서 이는 찬바람과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 비치는 옅은 햇살마저 자연의 고마움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했다. 본질의 가치를 가장 잘 깨닫게 되는 때는 아마 그것과 멀어지려고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표정은 다소 무뚝뚝할지라도 신뢰를 무엇보다도 중시 여기는 청렴성 때문에 그들은 세계 제1차, 제2차 대전에서의 참화를 극복할 수 있었고 세계 제1위의 국가경쟁력을 지닌 나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핀란드의 오늘을 만든 드높은 그들의 국민성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글·사진 최도성 여행작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