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일전에 올린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오마이뉴스에 황현희 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서 단 글중에 일본에서 베트남 문제를 이야기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서 기자의 글에 문제제기를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올려봅니다.


"한국군도 베트남에서 그랬잖습니까? 그런데 왜 일본에게만?" 하고 묻던 일본청년 여성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몇년 전, 독일에서 전쟁과 인권 관련 전시회를 하면서 그 전시회장 안 한 켠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전시회에 정대협에서도 재독코리아협의회와 연대하며 사진을 함께 전시하였었고, 일본군'위안부' 문제 중심으로 심포지엄을 연 것이었습니다. 

먼저, 길원옥 할머니께서 "전쟁을 하지 마라.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생겨서는 안된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당신의 증언을 통해서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시성폭력문제 해결을 위하여" 라는 제목으로 오늘날 계속되고 있는 전쟁과 그 전쟁속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무기화되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였습니다. 과거의 잘못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고, 범죄자는 처벌받지 않은 상태에서 범죄자들의 범죄행위는 누적되어 가고 있고, 피해자들의 고통도 누적되어 더 큰 아픔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은 단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 뿐만 아니라 전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는 전망을 피력했었습니다. 그만큼 일본군'위안부' 문제에는 가부장제문화가 만들어낼 수 있는 많은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들이 녹여지고 얽혀있다고도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 해결을 아프리카 여성들도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고,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의 지역에서 무력분쟁상황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 중 우리 활동에 대해 전해 들은 여성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운동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연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연대를 요청했었습니다.

그런데, 발표가 끝나고 한 일본계 독일 여성이 제게 묻더군요. "한국군도 베트남에서 그런 범죄를 저질렀지 않느냐, 그런데 왜 일본정부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느냐"고요. 그런 질문을 자주 받아왔기에 예상했던 질문이기도 했지만, 그 질문을 일본계 여성, 그것도 아주 젊은 청년이 그런 질문을 한 것이어서 안타까움과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오늘 제 발표에서도 밝혔지만 우리이 이 활동은 전쟁을 저지르는 국가, 집단, 문화, 사람들, 전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모든 사람들을 향해 있다. 일본군이 저지른 일본군'위안부' 범죄에 대해서 올바르게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한국군인이 저지른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시민단체들이 또 다른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고, 다양한 활동들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부정의한 일들, 반평화적이고, 반인권적인 일들에 대해서 저항하며 싸우고 있다. 정대협 초대 공동대표였던 윤정옥 선생님은 2001년, 정대협을 은퇴하신 후에 한국-베트남시민연대를 만들어서 라이따이한 돕기, 한국군 민간인학살지역에 대한 지원과 장학금 지원, 컴퓨터, 의복지원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저지른 한국 군인들의 범죄는 베트남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그 전쟁의 책임자였던 미국정부가 책임지게 활동해야 함과 동시에,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같이 국가의 정책으로, 제도로 기획하고 군,국가의 조직을 이용하여 여성들을 모집, 이송, 관리 통제하는 등 베트남에서의 한국군의 성폭력 문제와 그 성격은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베트남에서 한국군인들이 자행한 범죄 역시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정부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 외에도 한국사회에서는 지금도 한국정부의 잘못된 정책들, 군사독재정권시기에 자행했던 폭력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적극적인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다시 전시 성폭력 문제로 돌아가서, 어떤 사람도, 집단도, 국가도 이와 같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면 안되기에, 특히 일본군처럼 군, 국가라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위안부 정책을 수립하고, 여성들을 모집하고, 여성들을 수년간 군이 이동하는 대로 끌고 다니며 군이 직,간접적으로 위안소를 통제, 운영하면서 여성들을 성노예화하고, 전후에는 여성들을 그대로 전쟁터에 버리고 오는 등의 행위는 절대로 묵인되어서는 안될 범죄이다. 일본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나서주면 좋겠다. 지금 일본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여성들, 시민들이 있다. 그들의 연대가 우리 활동에 중요한 힘이 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이 활동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일본 뿐 아니라 독일도, 미국도, 어느 다른 나라들도 자국 내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조장하고 성폭력을 일으키는 문제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그렇게 각국 내에서 진행되는 전쟁을 반대하고, 성폭력을 반대하는 활동을 계속하면서, 그 운동들을 초국적으로 국제네트워크하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어떤 전쟁도, 어떤 성폭력 조장 문화도 용납하지 않는 그런 활동을 함께 해 나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 어떤 다른 나라 여성에게서도 일본군'위안부'와 같은 아픔이 재발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일본에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여기 독일에서 하고 있는 이유이다." 

긴 대답이었지만 답변이 끝난 후, 심포지엄의 사회를 맡았던 독일의 한 여성연구자가 윤미향 대표의 답이 오늘 심포지엄의 결론을 말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정리해 줬습니다. 사회자의 그 지지가 제게 위로가 되었지만 그 날의 그 심포지엄은 그 질문으로 인해 제 가슴에 가슴아픈 현실, 무거운 책임을 묻고 오게 했습니다. 

한국의 많은 평화운동단체들이 베트남 문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대협마처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스스로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이러한 과정 끝에 2012년 3월 8일, 정대협이 나비기금을 만들어, 콩고의 여성들에게 지원과 연대의 손을 내밀고, 베트남의 여성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손을 내미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 길은 계속 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