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니 물건이 귀찮습니다.

선물을 받을 때도, 사라지지 않는 물건은 

사라지는 물건보다 더부담을 줍니다.

음식 재료나 비누처럼 필요하지만 사라지는 물건은 사지만

옷처럼 쉬이 사라지지 않는 물건은 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젊은 시절이 구매의 시간이라면 노년은 정리의 시간이라고 할까요?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기에 펼쳐 본 

법정 스님의 <無所有(무소유)>에서도

'本來無一物(본래무일물)'이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띕니다.

아래에 그 글의 하반부를 옮겨둡니다.

그나저나... 스님, 지금은 어디에 계신가요?


 울타리가 없는 산골의 절에서는 가끔 도둑을 맞는다.

어느 날 외딴 암자에 밤손님이 내방했다. 밤잠이 없는

노스님이 정랑엘 다녀오다가 뒤꼍에서 인기척을 들었다.

웬 사람이 지게에 짐을 지워 놓고 일어나려다가 말고

일어나려다 말고 하면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뒤주에서

쌀을 한가마 잔뜩 퍼내긴 했지만 힘이 부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스님은 지게 뒤로 돌아가 도둑이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

지그시 밀어 주었다. 겨우 일어난 지게가 힐끗 돌아보았다.

 "아무 소리 말고 지고 내려가게."

노스님은 밤손님에게 나직이 타일렀다. 이튿날 아침,

스님들은 간밤에 도둑이 들었었다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노스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부터 한 물건도 없다는

이 말은 선가(禪家)에서 차원을 달리해 쓰이지만 

물(物)에 대한 소유 관념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그 후로 그 밤손님은 암자의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는

후문(後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