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더 먹어서일까요? 

2019년 들어선 지 다섯 달... 아파 눕는 일이 잦습니다.

조그만 요를 펼쳐 놓고 누워 고통이 물러가기를 기다리다 보면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어떤 작가는 암 투병 중에도 매일 글을 썼다는데

'넌 암도 아닌데 뭘 하는 거냐?'고 저를 꾸짖을 때도 있고,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다 보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건강한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올해 아흔 살인 제 어머니는 건강을 타고나신 분입니다.

갱년기에 허리 아파 고생하시고 위암 수술을 받으신 적도 있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일주일에 몇 차례씩 외출을 하십니다.

그러니 한 번 외출하고 나면 이틀은 누워 지내야 하는 저를

영영 이해하시지 못합니다.


어제 누워 있는 제게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파 누워 있다고 하자 "또 아파? 넌 어떻게 맨날 아파?"하셨습니다.

안타까워서 하시는 말씀이고 악의가 없다는 건 알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아프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자꾸 아프네요. 

그래서 아버지가 불량품이라고 하셨겠지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불량품'으로 낳아 놓아 미안하다 하시고, 

어린 시절부터 약했던 제가 직장생활을 하고 아이 낳고 

회갑 넘겨 사는 것이 대견하다 하셨습니다. 


아버지도 저처럼 몸이 약하셔서 어머니로부터 핀잔을 들으시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음식도 조금 드시고 한여름에도 짧은 팔 옷을 입지 못하시는데

어머니는 겨울에도 더워하시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저는 아버지와 비슷한 체질이라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고

어머니에게 그런 점을 누차 설명했지만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도

아버지의 체질을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몸이 튼튼한 사람들 중엔, 자꾸 아픈 사람은 의지가 약하거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희 아버지는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가진, 본받고 싶은 성격이었습니다. 


육체적 문제 중엔 의지나 습관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있는가 하면

아무리 의지가 강하고 좋은 생활습관을 지켜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 '생로병사'가 진리가 되었겠지요. 


전에 가끔 제게 한약을 지어주시던 황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튼튼한 사람하고 사는 약한 사람' 이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자신과 다른 체질의 사람을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아플 때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 건 괴롭지만, 갖가지 아픔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보다 오래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후회하며 슬퍼하시는 어머니에게 

똑같은 후회와 슬픔을 얹어 드리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왜 이리 자주 아픈 걸까요?

이 별이 제 별이 아니어서 그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