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엔 아주 오랜만에 시내에 나갔습니다.

일석기념관에서 열린 일석국어학상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한 시간 남짓 열린 시상식은 네 명의 수상자에겐 기쁨과 보람의 자리였겠지만

제겐 감동과 슬픔을 느끼는 자리였습니다.


일석(一石) 이희승(1896-1989) 선생님을 기리는 일석학술재단이 

선생님의 손자대에 이르기까지 유지되며 국어 연구에 헌신하는 사람들을

치하, 격려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감동을 주었습니다.

일석상은 상장만 받아도 영광인데 금메달에 부상까지 수여하니

재단에겐 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재단이 흔들림 없이

매년 일석 선생님이 탄생하신 날 이 상을 수여한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평생 국어 연구에 매진하신 김완진 선생님, 강신항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들의 연로하신 모습을 뵈오니 가슴에서 슬픔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사람은 누구나 늙어가지만, 국어학의 기둥이신 선생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 나라에 필요하신 분들이니까요.


어제 수여된 상 중 으뜸은 일석국어학상인데 이 상을 받은 사람이

제 오빠인 김흥수 교수이다 보니 더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빠와 형제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오빠는 동생들의 공격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형제들 모두 국어와 글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오빠를 보면 따지곤 했습니다.

'오늘날 국어가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국어학자들의 직무유기 때문이 아니냐?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용례가 풍부한 사전다운 국어사전이 나올 것이냐?'하고 따졌습니다.


그러나 어제 국적 불명의 외국어가 난무하는 대학로 한쪽 일석기념관에 앉아 있으니

국어의 타락(?)이 국어학자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말을 바르게 말하고 우리글을 제대로 쓰는 사람이 적어진 건

국어학자들의 잘못이 아니고, 국어 위에 영어를 놓은 정부와 정치의 잘못이며

내실보다 외화(外華)를 좇는 국민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어제 일석기념관에 모인 국어학자들은 일제강점기 국어사전을 만들려 애쓰다 

투옥되고 고초를 겪었던 조선어학회 회원들처럼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투사들이지요.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과 인터넷에는 말 같지 않은 말이 난무하고 정치인은 물론

성직자라는 목사까지 '막말' 생산에 앞장서는 시대... 국어학에 투신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멸종 위기에 처한 종(種)'일지도 모릅니다. 부디 이 귀한 '종'이 멸종 위기를 벗어나

수적, 질적 향상을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일석학술재단과 네 분의 일석상 수상자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아래는 조금 전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에서 본 기사입니다.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문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 막말에…교회협 “거짓 선지자의 선전선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하 교회협)가 청와대 진격 선동 등 막말을 일삼은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교회협은 “극우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전 목사의 역사 왜곡과 막말은 반지성적, 반상식적 발언이자 반평화적, 반기독교적”이라고 지적했다.


교회협은 10일 “그동안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고 또 다른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자 전 목사의 발언에 침묵해왔지만 더 이상의 침묵은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으로써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라며 먼저 입장문을 낸 배경을 밝혔다. 교회협은 1924년 한국 개신교 최초로 설립된 연합 기관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등 9개 교단이 가입돼 있다.


교회협은 전 목사의 정치적 도발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회협은 입장문에서 “전 목사는 한국교회연합운동에 대한 몰역사적 인식과 거짓된 통계를 기반으로 대중을 호도하며, 한기총 대표회장이 마치 한국교회 전체의 대표인양 자아도취에 빠진 채 주권재민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정치도발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교회협은 이어 “이 같은 행태는 권력정치의 집단적 광기에 몰입된 거짓 선지자의 선전선동으로 하나님 나라의 복음적 공동증언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반기독교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교회협은 또 “교회의 정치참여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의 가치에 기초해야 한다”며 “복음의 핵심적 사회가치인 정의·평화·생명을 추구하며 한반도의 민주와 평화와 번영 등을 위해 노력해온 우리에게 전 목사의 주장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는 스캔들”이라고 규탄했다.


교회협은 “전 목사는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욕되게 하지 말라”며 교인과 시민사회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교회협은 정치권에도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교회협은 “‘전광훈 현상’은 한국의 분단냉전 권력정치체제와 결합된 종교의 사회정치적 일탈행동”이라며 “여야 정치권은 종교를 정권의 쟁취와 유지를 위하여 냉전적 파당정치에 이용하지 말고, 이분법적 프레임을 넘어서는 협치와 사회통합의 모범을 보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97271.html?_fr=mt1#csidx516379ba0cc6cf28366129f0daf5e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