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번역한 책들 중에서도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을 특별히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표지를 이루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제목의 그림입니다.

 

출판사에서 표지에 정성을 들인 덕에 책을 읽기 전에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언젠가 시립도서관에서 표지가 벗겨진 이 책을 만났습니다.

보관의 편의를 위해 하드커버로 된 책의 겉표지는 벗겨낸다고 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책을 다루는 곳에서 이렇게 야만적인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니...

 

그때 생각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도 좋지만 좋은 책은 반드시

사 보아야겠구나 하고. 지금 제 작은 방이 이렇게 엉망이 된 건 그때의 깨달음 탓이

큽니다. 

 

요즘 부쩍 젊은 어머니들을 자주 보았습니다. 자신들은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자녀들은 여름방학 동안 적어도 몇 권의 책을 읽히겠다고 결의가 대단했습니다. 

즐거운 책 읽기를 지겨운 의무로 만들려는 어머니들, 책을 모욕하는 또 다른 야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어머니의 요구와 상관 없이 좋은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식을 늘리고 통찰력을 키워, 어머니든 누구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때,

낮은 목소리로 예의바르게, 그러나 단호하게 그 요구를 거부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그런 학생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겁니다.

 

십오 세기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십육 세기의 소년 마리오를 만나 펼치는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가, 숨 막히는 현실로부터의 자유를 느끼게 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