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어제 1월 17일 여러나라의 외무장관들이 밴쿠버에 모여 회의를 한다는 소식을 며칠전에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다. 사실은 12월 중순에 이미 발표된 계획이었단다. 왜 갑자기, 그것도 밴쿠버에서...?


한국신문과 현지신문을 비교해보면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옆의 사진은 <한경>에서 발췌)


지난 연말에 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현재 상황에 대해서 외교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밴쿠버에서 국제급 회의를 하자는 계획에 합의를 보았다.


공식회의 명칭은 

Foreign Ministers' Meeting on Security ad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그런데 이런 국제급 회의를 하는데 누굴 초대할까 하다가, 무려 70여년전에 있었던 한국전에 참전했거나 지원을 했던 나라 20개국을 모이라고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니까 북한은 물론이고 그 당시 적국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는 빼기로 한 거다. 어쩌면, 중국과 러시아를 빼고 회의를 하려고 하다가 거꾸로 구실을 찾은 것일 지도 모른다. 참전하지 않았던 일본은 지원국이었기에 참석했고.


이번 회의는 열리기도 전에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엄청난 비판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즉, 자기들은 빼고 한반도 상황과 현재 직접 관련도 없는 그리스, 벨지움같은 나라는 불러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거다. "냉전시대적 사고방식"이란 말까지 나왔다. 솔직히 미국과 일본이외에는들러리 (심지어 주최국인 캐나다도) 인 셈이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지 않은가.


이런 비판을 들은 캐나다의 수상 트루도는 "국제 회의라는 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흔한 일이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대충 얼버무렸고, 미국 정부는 "무슨 결론이 나던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가 러시아측으로부터 "완전 거짓말"이라는 차가운 비판을 받았다. 


캐나다 국내에서 이번 회의가 얼마나 관심사였는지도 의문이지만, 수상이 의회에서 이런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관심이 있었던 이들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라는 걸 알 수 있다. 중요한 국제 이슈에 캐나다가 "역할"을 하는 모양새 좋은 일이라고 미국의 제의에 언뜻 맞장구쳤던 트루도는 오히려 싫은 소리만 듣고 있는 듯.


암튼, 회의가 끝나고 공동의장 요약문 (co-chairs' summary)이라는 것을 발표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북한이 핵무기로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는 일은 막아야 하며, 남북대화가 그런 긴장완화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전혀 새로운 것은 없다.


한국 신문들을 보니까, 이번 국제 회의가 끝나고, 한미일 3개국 외무장관들이 따로 만났는데,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였다는 기사들이 있다. 결국 중요한 3개국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할 거였으면 왜 그리 많은 나라들은 불러 모았는지. 그러니까 유엔의 존재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역으로 말해주고 있는 걸까. 한국전에 참전한 나라들은 바로 유엔 연합국 아니었던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고 결의한 것이 몇번이며 계속적인 외교적 노력을 하자고 한 것은 또 몇번인가. 


게다가 현지 신문 (사진은 <Global News> 발췌)을 보니 "미국과 캐나다는 북한 문제에 손을 떼라"고 주장하는 시위가 있었단다. 


한국의 극성 데모대가 밴쿠버에까지 왔나 해서 사진을 보니, 한국인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건 또 뭐지? 


MAWO Vancouver 라는 조직인데, 웹싸이트를 살짝 들여다 보니 

Mobilization Against War and Occupation 이란 이름을 내걸고 미국과 캐나다를 상대로 반전 운동을 하는 곳인듯 했다. 드디어 세계의 골치거리인 북한의 "독립권"을 걱정해주는 서구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북핵문제는 이미 잘 알려진 근심스러운  글로벌이슈인데,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는 목적이었다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지 않았나 싶다. 


"한반도의 안정"이란 이슈는 언제쯤 되면 국제 회의의 토픽이 될 필요가 없어지는 걸까. 언제쯤 되면 여러나라 불러놓고 우리나라의 안정에 대한 해결책을 의논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될까. 외국에 사는 일인은 북핵문제 자체보다는, 너무나 오랜 역사동안 "결코 자주적일 수 없는 자주국"인 조국의 상황때문에 잠시 우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