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이 사는 곳은 서울의 청와대 (the Blue House). 미국의 대통령이 사는 곳은 워싱턴 디씨의 백악관 (the White House).
이 두 나라는 대통령제니까 좀 클 수 있다고 치고... 의원 내각제를 갖고 있는 영국, 그들의 총리 (Prime Minister)가 거처하는 관저는 런던의 다우닝가 10번지 (10 Downing Street)이다. 캐나다의 총리관저는 오타와의 써씩스가 24번지 (24 Sussex Drive)이다.
그런데 얼마전 기사를 보니, 현 캐나다 총리인 저스틴 트루도 (한국 언론에서는 "쥐스탱 트뤼도"라고 표기하는 듯)가 자기 임기를 마칠 때까지 관저에서 살게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내용이 있었다.
평소엔 별 관심이 없다가 호기심이 생겨 여기저기 뒤져 읽어보니 상당히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1868년에 지어져서 1951년부터 공식적으로 총리의 관저로 사용된 이 건물은 지난 50년동안 제대로 보수관리를 하지 않아서 사람이 살수 없는 상황이란다.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the deteriorating, mouse-infested, hydro-draining and oft(en)-spoofed
즉, "낡아빠지고, 쥐들이 창궐하며, 물이 줄줄 새고, 자주 문제가 일어나는" 장소라는 거다.
우리의 상식으론 이해가 잘 안 된다. 쉽게 말해서 청와대에 이런 문제가 있을 수가 있을까.
2008년도에 이미 보수가 "시급"하다고 전문가 보고서가 나왔는데도 보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왜냐하면 이 건물을 제대로 보수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고 국민의 세금인 그 액수를 써버리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도대체 얼마나 들길래?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워낙 낡아버린 건물이라, 일단 공식적인 금액은 일천만 캐나다 달러인데, 다른 신문기사에선 얼마나 보수하느냐에 따라 최소 2천만 달러에서 2억 5천만달러까지 될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엄청난 금액인 것은 사실이다. 그 금액을 아무리 국가의 총리라 하더라도 자기가 편하게 살자고 국민의 세금을 쓴다고 결정해버리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나올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아예 "거기서 안 살면 어때" 라는 결론을 내린 것.
그래서 관저에서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한 리도 별장 (Rideau Cottage - 사진)으로 옮겨 부인과 어린 세자녀와 2016년부터 거주하고 있다.
24 Sussex Drive는 트루도의 아버지가 수상일 때 거주했던 곳이라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특별한 장소인데도,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보수를 주저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렇잖아도 국가 예산의 균형이 맞네 안 맞네 말도 많은 데, 그렇게 큰 금액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썼다가 욕을 먹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너무 심했다 싶었는데, 여야 모두 협조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 결국은 보수하는 쪽으로 결정이 날 것은 같다. (물론 캐나다에서 그게 몇년이 걸릴 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ㅎㅎ)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라고 알려진 캐나다에서 그깟 예산이 없어서 국가 총리가 관저에 살지 못하고 웬만한 부자도 살수 있는 크기의 집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나온다.
정말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을 두려워 하는 정치인의 자세 - 한국의 상황과 비교되면서, 이런 작은 일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그 격차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