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이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직전이었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벌어졌다. 2003년 밴쿠버이 예상을 깨고 2010년 동계 올림픽 주최권을 따내면서 평창 올림픽을 위해 애썼던 한국인들이 엄청나게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2014년은 소치에게 가고 2018년 동계 올림픽을 하게 되었으니, 최소한 15년이 넘은 오래된 숙원이 이뤄진 셈이다.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후 30년만에 한국땅에서 열린 거대한 국제 스포츠 행사. 물론 한국의 상황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있다. 한국을 보는 다른 나라의 시선도 많이 달라져 있다. - 한국전의 황폐함을 극복하고 아직은 독재체제에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먹고 살만해진 나라라는 이미지에서 전세계의 전자기기와 테크놀로지를 리드하고 한류라는 문화 센세이션을 일으킨 나라, 하지만 아직도 정치적으로는 불안한 나라로 변해있다.
캐나다는 특히 동계 올림픽에 강한 국가인데, 이번에도 대거 225명이 14개 종목에 출전하였다. 스노우보드, 아이스 하키, 피겨 스케이팅, 스피드 스케이팅, 컬링등이 전통적으로 캐나다가 메달을 많이 수확하는 종목들이겠다. 메달소식이 있을 때마다 캐나다인들의 반응은 좋아하면서도 은근히 "그 정도는 해야지"는 자부심도 보인다.하지만 한국사람들처럼 흥분을 하고 하루 종일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한국과 비교하면 훨씬 적은 수인 듯 하다. 출근해서 "메달 소식이 또 있어?" 라고 묻는 정도라고 할까. 하긴 중요한 경기는 보통 새벽 2-3시에 벌어지니까 그걸 지켜보는 것은 좀 어리석을 듯.
개인적으로는 개막식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한 장면들이 몇몇 있었다. 처음 그라운드에 태극이 그려졌을 때, 그리고 애국가가 불려졌을 때, 그리고 김연아가 올림픽 성화를 점화했을 때. 나에게도 아직 조국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구낭.
캐나다의 최대 방송국인 CBC을 중심으로 많은 저널리스트도 한국을 방문했는데,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거나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이야기에 촛점을 두는 미국의 미디어와는 달리 캐나다의 미디어는 한국이란 나라 이면엔 무엇이 흐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취재한 기사들이 종종 눈에 띄인다. 그중 몇 가지를 기사 링크를 곁들여 소개해볼까 한다.
우선 올림픽 개회직전 끼어든 북한의 존재와 그 속셈에 대해 모두들 주목을 하였다. 국내에선 의견이 너무나 많이 나뉘어져서 무조건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왕 차리는 잔치니까 먼 친척이 몇명 더 오면 어떠랴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해서 잃는 것보단 얻는 게 더 많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고, 눈쌀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외국 미디어에선 한국내에 그러한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이 "통일"이란 개념에 대해 의외로 무관심하다는 점을 흥미로운 뉴스로 다룬다 (http://www.cbc.ca/news/world/pyeongchang-olympics-korea-unification-1.4520151) 또, 35%의 국민만이 '이번 올림픽에 관심있다'고 대답한 정부의 조사결과를 소개하면서, 표는 85%나 팔렸지만 실제로 평창까지 와서 입장하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텅 빈 평창올림픽 경기장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전한다. (http://www.cbc.ca/news/world/pyeongchang-olympics-enthusiasm-ticket-sales-excitement-1.4505552).
또 북한의 "김 정은"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비슷한 복장 (impersonator)으로 입고 경기장에 나타난 에피소드는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듯 하다. (http://www.cbc.ca/news/world/kim-impersonator-olympics-1.4540741) 스스로를 "김 정음"이라고 부르는 이 중국계 호주인은 한국말도 잘 못하면서 북한에서 내려온 응원단앞에 깜짝 등장해서 화제가 되었었다. 지도자가 직접 내려온 줄 알고 얼마나 놀랐을까나. ㅋㅋ 미국의 어떤 토크쇼에서는 북한의 응원단처럼 박수치고 고개짓하는 연습을 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키득거렸다.
어떤 기자는 비무장지대까지 가서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한다 (https://olympics.cbc.ca/news/article/the-beauty-korean-dmz-belies-its-reputation-scariest-place-earth.html). 한반도의 정치적인 긴장상태만 조명하는 미국의 시각과는 조금 다르다.
한번은 홍천에 존재한다는 감방체험소 (prison in mind)까지 소개한다 (http://www.cbc.ca/news/world/south-korea-overwork-culture-jail-retreat-prison-inside-me-1.4527832). 감방만큼 작은 공간에서 외부와의 연락, 연결을 완전히 끊고 일주일동안 자기 명상의 시간을 갖는 한국인들에 대해 얘기한다. 일주일에 70시간씩 일하는 한국 직장인들이 OECD국가중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일을 많이 하며, 평균보다 일년에 300시간 더 일하는 셈이라는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인다. 이런 글을 읽는 대부분의 캐나다인들은 "세상에나... 어떻게 그렇게 죽도록 일하면서 살까" 라고 중얼거릴게다.
한마디로 한국은 캐나다에게 여전히 "친근한" 나라이기 보다는 "희한한" 나라인 셈일까. 그래도 미국인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보다는 훨씬 인간적인 것 같다.
한국 미디어는 올림픽을 둘러싼 크고 작은 일들로 와글와글한데 외국에서 보는 시각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칭찬하거나 비방하는 극한 경우만 관심을 두어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메달을 딴 캐나다선수에게 못된 말들을 퍼붓는 우리네의 부끄러운 행태는 그냥 부끄럽다고만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다.
암튼, 아직 며칠남은 올림픽, 모쪼록 마지막날까지 큰 사고 없이 좋은 경기들로 가득차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