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올림픽이 한창 열리던 때부터 한두개씩 오르던 미투 (#Me Too) 관련 기사들. 이제는 '내일은 누가 또 걸릴라나'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약자라는 이유로 심신을 농간당하던 여성들(꼭 여성들만은 아니겠지만)이 용기를 내어 말조차 꺼내기 싫은 얘기을 풀어내고 있다.
이 운동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해 10월,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영화 제작자중 하나인 할비 와인스타인 (Harvey Weinstein)에게 당했다고 여배우들이 폭로하기 시작하면서이다. 연예계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사회 각계 여기저기에서 한참 터지는 중이다.
그런 문제에는 말을 아끼는 한국사회에서는 오히려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고, 그 양상이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다르게 전개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유난히 SNS의 힘이 강한 사회이기 때문일까.
어찌되었든 오늘 컴을 켠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고, 이 이슈와 관련되어 자주 나오는 영어 표현들을 소개해보고 싶어서다.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로는 sexual misconduct, abuse, harassment, assault를 들 수 있겠다. 우선 정의부터...
sexual misconduct - any misconduct of a sexual nature that is usually perpetrated against an individual without his/her consent
(성적 부당행위 - 상대방의 동의없이 성적인 행위를 가하는 어떠한 행위도 모두 아울러 가르키는 말)
sexual abuse (violence, molestation) - the forcing of undesired sexual acts by one person to another.
(성적 학대 - 상대는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강제로 가하는 행동)
sexual harassment - unwelcome sexual advances, requests for sexual favors and other verbal or physical conduct of a sexual nature (성희롱 - 상대는 원하지 않는데도 들이대거나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성적인 의도가 있는 행동을 하는 것)
sexual assault - any forms of act including attacks such as rape or attempted rape as well as any unwanted sexual contact or threats.
(성폭행 - 강간이나 강간 미수등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성관계를 가지거나 그렇게 하기 위해 위협하는 행동)
자, 이쯤 되면 가장 못된 행동은 sexual assault이고 직접 신체적으로 당한 것은 없어도 자존심이나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sexual harassment 라는 것은 대충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sexual misconduct, abuse, molestation은 언제 사용하는 말일까.
일단 sexual harassment라 하면 민사소송감이고, sexual assault라 하면 형사입건감이기 때문에 (즉, 둘다 법률 용어로 쓰이기 때문에) 미디어에서는 일반적으로 증거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단어를 쓸 때는 조심을 한다고 봐야 겠다. 하지만, sexual misconduct, abuse라고 하면 아직 뭐라 확언할 수 없을 때 쓰는 말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면, 더 심각할 수도, 덜 심각할 수도 있다는 말. 하지만 abuse라는 말이 나오면 그것은 misconduct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뉘앙스를 준다. 보통 abuse는 assault와 유사어로 쓰이기 때문이다.
molestation이라는 말은 주로 child molestation 이란 문맥에서 많이 쓰이는데, 한국 사전에는 '아동 성추행'이라고 되어있다. 예전에 마이클 잭슨이 이 문제로 형사재판까지 받은 적이 기억나시는지. 그렇다고 molestation이 우리가 말하는 '추행'과 같은 의미라고는 하기 어려운게, child abuse라는 말과 유사어로 쓰이면서 그 행동에는 가벼운 신체접촉에서 성관계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어에서 말하는 '추행'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성추행'이란 것은 무엇일까. 찾아보니, 상대가 원하지 않는 강제적인 성적 접촉, 예컨대 강제로 키스하거나 신체부위를 만지는 것을 의미한단다. 흠, 이 정도되면 북미에선 sexual assault 일텐데... 우리나라에선 강간과 성희롱 중간의 가해행위를 분류하기 위해 이런 말을 만들어냈구낭...
이번 미투운동에는 많은 잘 알려진 여배우들이 대거 참여하여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제니퍼 로렌스, 귀네트 패들로, 우마 터먼, 애슐리 저드등등. 이들이 올린 온라인 포스팅은 각 언론에서 많이 다뤄졌는데 그런 경우를 high-profile posts, high-profile case 등등으로 부른다.
자신이 좀 힘이 있다고, 상대의 미래를 쥐고 있다고, 상대가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알고, 그 힘을 휘두르는 것을 영어에선 "He is on a power trip" 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권력자라는 것을 누리고 싶은 못난 사람들. 인간 관계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는 사람들. 돈이나 권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공짜 즐거움은 "당연한" 보너스쯤으로 여기는 사람들. 뭐, 새삼스럽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이번 미투운동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지들이 그래봤자, 뭐. 시간이 좀 지나면 잊혀질텐데"하면서 미소짓고 있는 건 아닌지... 영악한 사람들은 앞으로 또 어떤 교묘한 방법을 들고 나와서 여자들을 옭아맬까... 뭐 이런 비관적인 생각도 해본다.
모쪼록, 마구 늘어놓기만 하다가 흐지부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