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만병초 이야기


옛날, 백두산 깊은 골짜기 외딴집에 젊은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사이좋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며느리가 부엌에서 밥을 지으려는데 별안간 “획” 하는 소리가 나더니 집채만한 호랑이 한 마리가 부엌으로 뛰어들었다. 호랑이는 왕방울만한 눈을 부릅뜨고 입을 쩍 벌리며 며느리를 노려보았다.

며느리는 기겁하여 호랑이 앞에 넙죽 절하며 말했다.

“호랑이님, 배가 곱으면 나를 잡아먹으시고 우리 시어머니만은 해치지 말아주십시오”

그러자 시어머니가 방에서 나와 호랑이에게 끓어 엎드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호랑이님, 쓸모없는 이 늙은이를 잡아먹으시고 우리 며느리는 꼭 살려 주십시오”

그러나 호랑이는 입을 쩍 벌린 채 꿈쩍 않고 앉아 있기만 할뿐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두 여인네는 오랑이 입안을 들여다보니 목구멍에 헝겊뭉치 같은 것이 꽉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이것을 빼 달라는 것 이구나”

며느리는 얼른 손을 넣어 그 헝겊 뭉치를 빼내어 던졌다. 목구멍이 시원해진 호랑이는 고개를 숙이고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는 목구멍에서 빼낸 헝겊을 며느리 앞에 물어다 놓았다. 며느리가 무슨 일인가 싶어 헝겊뭉치를 풀어보니 그 속에 길쭉하고 까맣고 자잘한 씨앗이 가 득 들어있었다

며느리는 호랑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 씨앗을 가져다가 뜰에 심었다. 알뜰이 가꾸기를 몇 년, 드디어 환하고 향기로운 꽃이 뜰 가득 피어났다.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그 나뭇잎을 따서 조금 씩 끊여 마셨는데 마실수록 몸에서 힘이 솟고 갖가지 병증이 없어지면서 늙지 않고 오래 오래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꽃 이름을 두견새가 울 때 핀다하여 중국에서는 두견화라고 불렀다


만병초를 옛날 도인들은 천상초라고 불렀다. 하늘에 사는 신선들의 정원에서 자라는 꽃이라는 뜻이다. 만병초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실화가 있다.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김00이라는 젊은이가 살았는데 그는 열 여덟 살 때 산 속에 사는 어느 도사한테 도술을 배우러 갔다. 그 도사님은 기어 들어갔다가 기어 나오는 허름한 초가집에서 약초를 캐면서 살고 있었지만, 의학, 천문, 지리, 기문둔갑 등에 두루 통달하였고 인품이 훌륭하여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도사님은 신통력이 뛰어난 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 앞에 있는 너래바위에 앉아 좌선을 시작하면 홀연히 집채만한 호랑이 두 마리가 나타나서 양쪽에 엎드리고 있다가 좌선을 마치고 나서 ‘이제 너희들은 그만 가 보아라’ 하면 사라지곤 했다고 한다. 좌선을 마친 뒤에 도사님은 마치 감나무 잎 비슷하게 생긴 나뭇잎을 달여서 한 잔씩 마시고 제자들한테도 한 잔씩 주며 마시라고 했다. 제자들이 그것이 무슨 약초냐고 물으면 ‘이것은 천상초(天上草)라고 하는 약초인데 이것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져서 수련을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니 너희들도 부지런히 마시라’고 하였다. 그것을 마시고 나면 묘하게도 술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 머리가 개운해지곤 하였다.

그러나 김00 청년은 배우고 싶은 도술은 가르쳐 주지 않고 물 긷고 장작 패는 일 따위의 허드렛일만 열심히 시키는 것이 싫어서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 그는 스승님이 날마다 달여 마시던 그 약초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그 약초를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산 꼭대기로 올라가서 오랫동안 헤맨 끝에 마침내 그 약초와 똑같이 생긴 식물을 찾아냈다. 그는 그 약초만 열심히 달여 먹으면 온갖 병이 나을 뿐만 아니라 도사님처럼 신통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도사님이 마시던 방법대로 달여서 열심히 마셨다. 그랬더니 과연 몸이 가벼워지고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약초를 몸이 아픈 이웃 사람들한테 나누어주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허리가 아파서 누워 있던 사람이 멀쩡하게 나았고, 다리가 아파 잘 걷지를 못하던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으며, 중풍으로 혼자서는 못 움직이던 사람이 지팡이 없이도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는 간경화증으로 얼굴이 시커멓게 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나 당뇨병으로 손발이 썩어 진물이 흐르는 사람도 나았을 뿐만 아니라, 몸이 허약한 사람은 튼튼해졌고, 정력이 약한 사람은 정력이 좋아졌으며, 뚱뚱한 사람은 날씬하게 되었다. 만병초로 많은 환자를 고치자 졸지에 그는 마을에서 명의로 소문이 났다.

그가 병을 잘 고친다고 소문이 나자 사방에서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모든 환자들한테 한결같이 천상초를 주었고 그것을 먹는 환자는 대부분 효험을 보았다. 그는 명의로 이름이 나고 돈도 많이 벌었다. 60년 동안을 그는 천상초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병자를 고쳤다. 60년 동안 그를 명의로 만들어 준 천상초가 바로 만병초였다. 김00 할아버지한테는 아들이 여럿 있었으나 아무도 아버지의 의술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들들은 아버지가 의원 노릇을 하는 것을 싫어했다. 현대의학이 발달한 시대에 나뭇잎 따위로 병을 고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장남이 당뇨병에 걸렸다. 아들은 유명한 병원의 약을 먹으며 의사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치료를 했지만 낫기는커녕 갈수록 더 심해져서 곧 죽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김00 노인은 아들한테 만병초를 권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의학박사도 못 고치는 병이 나무 이파리 따위를 달여 먹고 낫겠냐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병이 깊어져서 죽을 지경이 되자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기분으로 만병초를 달여서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만병초는 과연 당뇨병에도 신통한 효력이 있어서 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당뇨병이 깨끗하게 나았다. 그는 그때서야 우습게 여기던 만병초가 세상의 어떤 약보다 훌륭한 약이고 무식한 아버지가 세상의 어떤 의학박사보다 훌륭한 의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 뒤로 만병초의 약효를 널리 알리고 아버지의 의술을 이어받는 일에 몰두하였다.

김00 노인은 90세가 넘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장남이 아버지의 의술을 이어받아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