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에게

 

또 하루를 살았어.
의미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흘러가는 날이 쌓여서 세월이 되는 가봐.
시간이 흘러도 닻처럼 묵직하게 나를 묶어두는 것이 있어.

그건 사랑이야.

 

오해 혹은 이해, 미움 혹은 사랑
이런 것들은 하나같이 주관적이지.
오해하는 것만 내 생각이 아니라
이해 또한 자기만의 생각이라고 생각해.
사랑도 그래, 사랑도 어쩌면 내 생각일 뿐이야.
아무리 사랑해도 상대를 다 알지 못해.
아무리 끌어안으려 해도 하나가 되지는 못해.
가까이하려 하면 할수록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랑이었던 것 같아.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도 무한한 거리가 계속 존재한다."라는
릴케의 말이 맞는 것 같아.


 


내가 사랑에 서툴렀어.
나는 당신이 나처럼 생각하고,
나처럼 행동하기를 바랐어.
그렇지 않으면 조바심이 났고 많이 힘들어했지.
그런 내가 당신을 힘들게 했었나 봐.

미안해 내가 당신의 사랑을 망치고 말았어.
 처음엔 사랑하니까 그런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그건 어리석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
오해건 사랑이건 다 마음 정하기에 달렸는데
나는 오해를 선택한 것이지. 바보같이.

 

오해도 마음의 작용이지만
그것에서 파생되는 것들은

미움, 분노, 정죄, 단정, 무례 같은 것이지.
사랑은 배려와 위로와 편안함을 주는데 말이야.

 

내게 또다시 사랑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당신을 친구라고 부를 거야.
내 방식대로 사랑하려 들지 않을 거야.

그래도 좀 불안해.
욕심은 여전하고, 성숙하지 못한 내가
내 속에 살고 있으니 말이야.


당신, 내가 새를 무척 좋아하는 것 아나?
나는 새를 보며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아.
새는 늘 함부로 다가섰다가 함부로 멀어지는 존재라서
내 사랑을 알아차릴 겨를도 없이 휘릭 사라지는 것 같아.
그렇더라도 새를 정말로 사랑하면
가두면 안 된다는 걸 알아.
그게 나를 무척 힘들게 할 것도 알아
그래서 좀 불안해. 

그래, 맞아 당신은 새가 아니니까
내가 정말로 사랑한다면 내 마음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래, 사랑을 믿어야겠어.
사랑을 믿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