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반면교사

                         ◀ 마지막 회 ▶
    청천 하늘엔 잔 별도 많고 ♬ 우리네 살림살이는 근심도 많다 ♬ 그날밤의 하늘은 유난히 밝더니 별빛마저 고즈넉하니 지붕 위를 비추고있었다. 이제는 어른이 다 된 아들의 얼굴을 더 보고 싶고 듣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아버지는 이내 사랑으로 가시고 밤이 이슥하도록 도란도란, 엄마와 지난 얘기가 끝이 없다. "...이젠 너도 장가를 가야지 " 짐짓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가 고마웠다. 역시 엄마였다. "어디, 알고지내는 색시라도 있나 ?" "없습니다....." 각본이 그렇게 짜여졌는양 엄마는 내심으로 보아 둔 처녀가 있었다하셨는데 알고보니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때 보아왔던 - 마음을 주고팠지만 현실여건이 그림의 떡처럼이던 그녀를 .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집으로는, 거의 매주에 한 번씩은 갔고 일사천리로 혼사가 추진되어 그 해(1977) 늦가을에 결혼식을 올렸다. ................. 몸도,마음도, 재산도, 모두를 맡겨도 아깝지않을 사람이 곁에 있게되자 한결 하는 일이 수월하다. 생활이 어느정도 안정되기를 기다려 그는 필생의 숙제를 풀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돈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비 대어주기. 개신교에서 시행하는 십일조처럼, 수입의 십분의 일을 추렴했다.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비정하리만치 철저하게 지켜나갔다. 그 일에 관하여는 눈빛이 살얼음이 돋을 정도로 차가웠다. 차마 끼어들 수 없을 단호함이었기- 아내는 아예 후원자를 자청해버렸다. 이듬 해. 엄청난 사업상의 위기를 맞는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하더니, 가장 믿었던 사람이 금융사고를 쳤다. 구제불능의 지경에 이르자 "이보다 더한 역경도 이겼는데.."하며 스스로 파산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찌해 볼 방법이 없었다. "새로 시작하지...!" 마음을 그리 먹으니 오히려 홀가분하다. 그래도 그렇지, 밤잠설치며 일으켜 세운 기업인데 아깝지 않을수가 있으랴. 한 모금의 술이 달다. ....... 비몽사몽간이었을까... 언제보았는지 몰라도 "맹자"의 글귀 한 구절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할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괴롭힌다 온 몸으로 그를 수고롭게하며 굶주림으로 지치게하고, 시달리게도 하며 일신이 살아가는 길을 허망하게 만들기도 하느니라 그가 하는 일이 일부러라도 꼬이게하는 까닭은 그렇게함으로서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하고 참을성을 길러 이후로는 그 어떤일이라도 더욱 더 잘 할 수 있게 하려함이라. 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所以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 그는 깊은 잠으로 빠져들어갔다. ............ 이튿날. 기적이 일어났다. 천사(天使)가 오셨던것이다. 수녀회에서 소식을 듣고왔다. 채무보증을 서 줄것이니 재기하라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도 모르게 신(神)을 불렀다. 인간이란 존재가 그날만큼 가여이 생각된 적도 없었다. 하늘로보고 맹서하지 말라는 말도 모르는 그는 하늘에 대고 이렇게 다짐한다. 돈을 벌되 나눔을 먼저 생각하리라. 자신의 수고를 통해 들어온 재물은 그가 분배자(Distributor)가 되어 봉사하리라 마음먹었던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새로 시작하려했던 각오 때문이었을까. 정상궤도로 올려놓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빌린 돈을 전부 변제하고도 더 얹어 기념될만한 일에 써달라고 금일봉을 쾌척하였다. 지금 그는 종업원 1500명을 둔 『사장님』이시다. 사는 집은 25평 아파트. 그만해도 족하다고 늘 입버릇처럼 왼다. 필요불가결한 지출과 비상예비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입은 장학기금과 사회봉사하는 곳으로 지원한다. 그가 운영하는 사업체의 직원은 그가 학비를 대어준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형제분들이 여기모여 한 솥 밥을 먹으며 일한지도 몇 년째다. 남는게 그거란다. 얼마나 좋으냐고 ... "이것은 내것이 아니야 !" 이 말을 할때의 그의 어조(語調)는 그 어느때보다 단호했다. ▶▶
      가난은 참기 힘든 것이지만 그것에 끌려다니면 가난으로 완성될 뿐이지. 가난한 집에 효자가 난다하듯 궁핍한 환경에서 큰 포부는 만들어진다고 나는 보아. 가난도 옛 가르침처럼 지난날의 역경을 거울삼고 내일을 대비한다면 부잣집에서 태어나 세상물정 모르는 것보다 나는 그것이 오히려 더 좋은 기회라 보네. 누가 일부러 가난을 즐기려 하겠는가 마는 하나의 화두로 평생을 사는 스님네들처럼 인간에게서 가난은 사람이 살아가는 것들의 화두가 아닌가 보네.
    그의 말은 이미 <철학>의 경지에 있었다. ...................... "아버지께 잘 못 했지...." 그러는 그의 눈에 다시 눈물이 괸다. 전염되듯 내 눈에서도 핑그르 돈다. "아버지께는 너무 잘 못 했어 !" "나는 죄 받을거야 !" 흐느끼며 그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이만하면 될 것을.... 이만하면 될 것을.... 이마 앞으로 가린 손 안으로 콧물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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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상청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