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명문, 소설·시, 에세이, 신문 칼럼 등 마음에 드는 글 베껴 보자
모창하다 스타 가수 되듯, 명문 흉내내다 글 쓰기의 묘수 깨달을 수 있어
지금까지 30회의 연재를 통해 글 쓰기 자체의 요령을 중심으로 말씀 드렸다면, 앞으로 2회에 걸쳐서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평소에 해 볼만한 노력들이 무엇인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남이 쓴 좋은 글에서 배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어릴 적 부모님의 말을 따라 하다가 말을 배웠던 것처럼, 누군가가 쓴 글을 보고 흉내를 내다가 여러분이 오늘의 글 쓰기 능력을 갖춘 것입니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결국 더 잘 쓴 글들을 일단 흉내내다가, 점차 발전시켜 자신만의 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자연스런 방법입니다.
남의 글을 통해 작문 능력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흔히 많이 읽는 것을 꼽습니다. 소리내어 낭독을 하는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이런 건 기본입니다. 저는 여기에 더하여 한 가지 또 다른 방법을 권합니다. 좋은 글을 베껴 써 보는 것입니다. 마치 내 글을 쓰는 것처럼 흉내를 내 보십시오.
남의 글을 한 글자 한 글자 똑깥이 베껴 쓰는 것은 무척 단조로운 행위로 보일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이 있으면 그냥 읽어 보면 되지, 베껴 쓸 것까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수련이 왜 필요할까요. 가요의 세계를 한 번 봅시다. 발라드 계의 황제라는 가수 신승훈이나 두터운 층의 팬을 거느린 가수 홍경민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다른 가수들 노래를 똑같이 흉내내는 ‘모창’(模唱)의 고수(高手)라는 점입니다.
신승훈은 이문세, 양희은, 장기하, 김경호의 노래들을 정말 똑같이 흉내냅니다. 홍경민은 그런 신승훈의 노래를 포즈까지 흉내내 가며 모창합니다. 홍경민은 그 외에도 김정민, 김종서, 김민종, 송창식, 옥희, 신해철, 김건모 노래까지 기막히게 똑 같은 음색과 창법으로 열창합니다.
이 가수들의 모창을 듣고 있으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구하고 연습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몇몇 개그맨들도 모창을 잘 하지만 신승훈과 홍경민에게 모창이란 개그맨들의 모창과는 다른 것처럼 보입니다. 남에게 뽐내 보기 위한 이른바 ‘개인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승훈은 몇 년 전 어느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나에게 모창이란 창법 연구”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그 가수가 어떤 발성을 하여 사랑받는지 연구하고 싶어 발성을 흉내냈고 그것이 나의 모창이 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모창은 이 가수들에게 노래의 세계를 파고드는 노력의 하나였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모창이란 기본적으로는 남의 음색을 똑같이 흉내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잘 부른 가수의 노래를 따라하다 보면 악보만으로는 충분히 알 수 없는 노래 부르기의 급소들이나 아주 미묘한 기교들까지도 느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베껴 쓰다 보면 설명만으로는 배우기 어려운 글 쓰기의 비밀스런 묘수들도 어느 틈에 깨닫게 될 수 있습니다.
- 인쇄 기술이 등장하기 이전, 손글씨로 책을 베껴쓰며 필사본을 만드는 모습을 담은 그림. 그 때의 베껴쓰기란 귀찮은 노동이었을지 모르지만, 오늘의 학생들에게 남이 쓴 좋은 글을 베껴쓰는 것은 글쓰기 실력을 다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선시대 서당에서 한문 짓는 법을 어떻게 가르쳤습니까. 그 어려운 한문 짓는 요령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기보다는 끊임없이 옛 고전 속 명문들을 읽고 베껴쓰는 것이 대부분의 학습이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글씨도 늘었고 한문 쓰기의 방법들도 터득한 것입니다.글 쓰는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베껴 쓰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좋은 글을 골라야겠죠. 본인이 아주 감명깊게 읽었거나 본받고 싶은 글을 베껴 쓰면 됩니다. 딱히 꼽기 어려우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명문들을 대상으로 삼아도 좋습니다. 김소월, 윤동주,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 등의 시(詩)나, 홍명희의 대하소설 ‘임꺽정’, 황순원의 ‘소나기’로부터 이문열, 황석영, 박경리, 박완서, 최명희 등의 소설까지 정평있는 문학 작품들은 많은 전문가들이 베껴써 볼 만한 글로 꼽습니다.저는 개인적으로는 너무 오래된 글보다는 동시대의 한국어 문장 감각이 살아있는 최근 작품들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자전거 여행’ 같은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들이 권할 만합니다. 특유의 간결한 단문에 작가의 깊은 사색이 담겨 있습니다. 신문 오피니언 면을 보아도 글 쓰기에 도움을 주는 글들이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사설이나 칼럼, 에세이들을 읽어 보고 마음에 드는 글을 베껴 써 봅시다. 좋은 시들은 베껴 쓰기만 하지 말고 아예 통째로 외워 보는 것도 좋습니다.베껴 쓰기 전에 우선 글을 정독하고, 소리내어 한 번 낭독도 해 봅시다. 그리고 베껴 씁니다. 손글씨로 써도 좋고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써도 됩니다. 직접 손글씨로 쓰면 한 글자 한 글자 쓰면서 글을 좀더 음미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키보드만 두드리던 사람이 갑자기 손글씨로 쓰려면 불편하고 손에 익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키보드로 쓰세요. 다만 너무 빨리 기계적으로 ‘다다다다’ 입력하지 말고, 마치 자신이 지금 그 글을 쓰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되어 차근차근 써 봅시다. 다 베껴 쓴 뒤에는 원문과 잘 대조하여 잘못 쓴 부분이 없는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베껴 쓴 글을 한 번 읽어 보면 더 좋을 것입니다.좋은 글 한 편 한 편을 베껴 쓰다 보면 그 글 속의 좋은 표현들이나 세련된 문장 스타일이 어느 틈에 자신이 쓰는 글에 스며드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남의 좋은 표현을 앵무새처럼 흉내만 낸다면 그건 모방에 불과할 뿐입니다. 거기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각을 보태 나가며 자기 글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느 TV프로그램에는 유명가수의 노래를 거의 완벽하게 모창하는 일반인들이 출연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무명의 일반인들은 모창의 실력은 엄청나지만 아직 훌륭한 가수의 단계로 오르지는 못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신승훈 홍경민은 모창을 열심히 하면서 이를 통해 자신만의 창법을 발전시킨 사람입니다. 남의 글 베껴 쓰기는 모창과 매우 닮았습니다. 남의 글의 좋은 점을 끊임없이 흡수하여 ‘모창가수’에 머물지 않고 ‘유명 가수’가 되어 보겠다는 생각을 품고 계속 베껴 쓰기를 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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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