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다가 오는 군요.

경기도 고양시 원당 에는 '원당시장'이 있는데,

명절때에는 시장에 전을 부치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상인들의 호객하는 소리가 참 듣기 좋습니다.

 

시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작가가 아니더라도 사진 한 장 찍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삶 자체가 작품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을 함부로 찍으면 

'봉파라치' 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니 

카메라가 있어도 사진을 찍을 수 없어

길 가다가 카메라만 만지작 만지작

'왜 찍어? 찍지마!, 거기~ 뭘 찍는 거요?'

거절당하거나 무안을 당할 일을 상상해 보면

사진을 찍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 됩니다.

 

봉파라치라는 의심을 받지 않으면서

시장 상인들의 멋진 삶을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1. 평소에 인사를 잘 하고 다닙니다.  

2. 좋은 상품을 팔고 있거나, 재치 있는 문구를 발견하면 칭찬하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3.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여쭤 봅니다.

4.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반응을 살피고

5. 다시 시장을 지날 일이 있을 때 현상해놓은 사진을 가져다 드리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6. 사진에는 '좋은 모델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문구를 적어 드리거나, 상인의 좋은 물건에 대한 칭찬 같은 글을 적어 드리면 좋습니다.

7. 사진을 돌려 드리면 상인들은 앞집, 옆집에서 같이 구경하면서 '자기도 찍어 달라' 고 자연스럽게 요구하게 됩니다.

8. 시장안에서 사진 찍어주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게 됩니다.

 

[과일 가게 아저씨의 가훈]

2006년 여름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시장을 가다가

과일 가게 아저씨 앞에서 부부가 '빵' 터지며 웃었습니다.

 

'하루라도 과일을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돗는다'는 능청스런 아저씨의 가훈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정중하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아주 심각한 얼굴표정으로 저희 부부에게

'가시가 돗는다가 맞나요? 돋는다가 맞나요?' 물어보길래

ㄷ (디귿) 받침이 맞다고 알려드리면서 포즈를 부탁했습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저희 부부는 '빵'터지며 웃었는데, 

바로 오탈자를 수정한 센스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과일가게 아저씨의 사진을 찍어 드린 이후로

아내는 예쁜 딸을 낳았고,

과일 가게 아저씨는 규연이를 자기 과일로 다 키웠다고 우길 만큼

딸아이가 지날 때마다

손에 과일을 쥐어주곤 했습니다.

 

과일을 잘 먹고 자란 규연이가

호떡집 아주머니께서 주신 호떡 하나 얻어 먹으며 포즈를 취하는군요.

(그런데, 어쩌나 규연이가 여섯살이 되도록 아직도 '총각네' 과일가게 이니.. 장가를 가셔야 할텐데..)

 

호떡을 보니 세살 쯤 된 규연이가

호떡집 앞에 꼬마손님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생각나 올립니다. 

할아버지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계신 호떡아주머니는

손녀인 규연이도 무척 예뻐해 주셨는데,

 

 

호떡집 맞은 편의 할머니 두 분도 무척 반갑게 아이의 성장을 대견해 하고,

예뻐해 주십니다.

규연이도 시장근처에 가면 호떡집과 맞은 편의 두 할머니께는 꼭 인사를 드리게 되니

아무것도 한 것 없이도 애기 아빠는 칭찬을 잔뜩 듣게 됩니다.

 

시장에 앉아서 물건을 파는 할머니들의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칭찬을 하면서 사진을 찍나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앉아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천천히 눈에 띄는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납니다.

 

'할머니 파를 참 예쁘게 다듬으셨어요?"

"시금치가 참 맛있게 다듬어 졌는걸요!"

잘 관찰해서 칭찬해 드렸을 때 뿌듯해 하실 만한 것을 이야기 하면

할머니들은 훌륭한 모델이 되어 주십니다.

 

[단골집 떡볶이 아가씨]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사진을 찍고

인화해서 가져다 드리면 시장 상인들은 작은 일에도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닭발집 아줌마] 

어느날 조심스럽게 메뉴판에 쓸 사진을 부탁하셨던 닭발집 아줌마의 현란한 요리솜씨

 

닭발집 옆에 있는 족발집 아주머니..

멀리 이사와서 시장을 자주 못 가게 된 후 가장 아쉬워 하는 야식거리 아이템인데

언젠가는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닭발을 포장해서 가져오라는 아내의 명령에 부지런히 포장해간 기억이 있습니다.  

 

올해 설 명절날에는 규연이 규민이에게 한복을 입히고

시장에 인사를 다녀야겠습니다.

좋은 명절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