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낯선 모임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

(연세 세브란스 소아암 환자 여름캠프 촬영기)

 

또 낯선 모임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연세세브란스 소아암환자 캠프.pdf

 

복지영상 이성종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하나

부담을 가지면서도 나는 어느새

능청스럽게 다가가 말을 건다.

 

이번 캠프 촬영을 하게 된 사회복지사 이성종입니다. 이 캠프에 어떻게 참여하는 거죠?”

 

활발해 보이는 여학생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며

능청스럽게 캠프 주제부터 이것 저것 물어본다.

 

 

당연히

카메라를 낯설어 하면서 손으로 가리거나,

피하는 경우가 있지만

운이 좋으면 처음부터 잘 대답해 주는 경우도 있다.

 

기린아 인데요,

연세 세브란스 병원의 아픈 아이들과 캠프에 자원봉사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기린아가 뭔대요? 알면서 다시 물어본다.

기린아는 소아암을 앓다가 완치된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아픈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데, 일년에 한 번 있는 캠프를 같이 가는 거에요.”

 

첫 느낌이 좋다.

이 사람 저 사람 카메라를 들이댈 때 둘에 하나 대답하는 이런 분위기라면

23일 동안의 일정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처음 촬영을 하자는 제의를 한 김선화 선생님은

10년이 넘도록 캠프가 진행되면서 제대로 된 기록이 없는 이유가

환우와 가족들이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기 때문이라 했는데,

걱정했던 것 보다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분위기가 좋다.

 

아직까지 아픈 아이들을 만나진 못했지만,

버스 안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버스 뒷자리에 앉은 자원봉사자? 분들이

가장 먼저 말을 걸기가 쉽다.

젊다는 이유만으로도 훌륭한 사진이 될 것 이고,

낯설지만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을 경우 좋은 반응이 나올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찍은 사진을 얼른 보여주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면 자연스럽게 앞 좌석으로 옮겨 가면서

인사를 나누면 말을 걸기가 쉬워진다.

 

예상대로 한 좌석 한 좌석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인사를 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가 오간다.

 

고등학생인데 캠프내내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역할을 한 친구들이다.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기는 환우 혹은 환우의 형제의 모습.

 

사실 이 사진을 찍을 때 나는 무척 긴장 했었다.

처음 만남인데, 거절하거나 불쾌해 한다면 나는 아마 도착해서 정식으로 인사를 나눌 때 까지

버스 뒷자리 좌석에 앉아서 조용히 갔을 테니까..

 

첫 아동을 촬영하고 나니 자연스레 맞은 편 좌석으로 카메라를 돌리게 되고, 엄마와 아이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다.

 

이제부터 인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된다.

뒷자리에서부터 소란스럽게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소리를 듣고

 

아 내 차례가 되었구나대비를 하게 되고,

사람들 반응에 맞게 짧게 스쳐가듯 사진을 찍어주거나,

아이들과 인사를 하면 되니까

 

 

처음 이 친구를 만났을 때는 카메라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는데,

맞은 편의 언니와 대화 나누는 모습을 보더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기는 분위기가 되었다.

게다가

카메라 마이크를 둘러싸고 있는

털모양에 호기심이 생겨

쓰다듬어 보고, 궁금한 걸 물어보느라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덕분에 조용하던 버스안에서는

난데없이 아이들이 내는 퀴즈를 맞추느라 진땀 빼는 어른과의 대화소리에 웃음이 넘쳐나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나는 어느새 버스 바닥에 주저 앉아

아이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이렇게 버스안에서의 소개는 한 시간 만에 끝나고

적어도 이 버스에 탔던 사람들 만큼은

낯선 카메라맨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지면서

앞으로 있을 캠프에서의 촬영에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가 될 것이다.

강당안에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자리잡아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주다 보면

옆으로 옆으로 옮아 가면서 카메라맨을 소개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너무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가 보이면

자리를 바꿔 다른 가족에게로 다가간다. 때론 포즈를 부탁하기도 하면서..

 

 

  이렇게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참가자들과 인사를 하게 되면,

카메라맨을 소개할 때 쯤 되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캠프 기간 내내 밀접한 촬영을 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어느 정도 인사가 되었으면, 행사에서 느슨한 시간이 있을 때

찍어놓았던 사진 중에 같이 보면 좋아할 사진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사진속의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들 개별화 된 사진이나, 그룹 사진을 고르고,

가능한 중복되는 인물이 많지 않고 누락되는 사람이 없도록 해서 즉석으로 사진을 전시한다.

  

사진 옆에는 포스트잇과 필기구를 준비해놓고 사진에 대한 피드백을 적을 수 있도록 하면

캠프 기간 내내 참가자들이 와서 사진을 보는 것을 즐기고, 소통의 도구로도 쓰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사진을 전시하는 이유는

카메라맨이 무엇을 왜 촬영하고 있는지 궁금해도 물어보지 못하고 있는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다.

이렇게 전시를 하면

살며시 다가와서 저희 가족 안찍혔어요. 좀 찍어주세요라는 부탁을 듣게 된다.

 

캠프는 여러 일들이 있지만, 이제부터 촬영은 프로그램의 핵심이 되는 내용을 기록하는 것과

기록된 내용을 보면 좋아할 만한 개개인과 가족의 표정을 담는 것에 초점을 둔다.

 

경직되기 쉬운 단체사진 촬영의 경우도

앞서 모두에게 인사를 나누며 관계를 맺은 것이 도움이 된다. 많은 인원이 모이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룹으로 친한 사람들끼리의 기념 사진을 찍어주면서 단체 사진을 찍으면 재미난 기념 촬영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생동감이 있는 사진기록은

여기를 보세요 하나 둘 셋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뛰어 들어 기록한 것이다.

 

재미있게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 있으면

그 모습을 기록해 주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물속에서 놀면 같이 물 속에 놀면서 기록하면 되고

운동하는 속에 들어가서 있어도 방해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같이 즐기는 카메라맨이 되면 좋은 사진을 기록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율동을 하고

춤을 출 때 화면이 흔들리게 녹화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같이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면

많은 사람들은 카메라맨이 앞을 가려도 불편해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즐거워 하는 시간이 된다.

 

나는 이것을 투명인간 효과라고 한다.

분명히 내 앞을 가리는 카메라맨이 있지만,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

하루 정도 같이 지내다 보면,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 이런 저런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된다.

 

이럴 때 상대방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에 담겨있는 공감꺼리들을 잘 캐치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참가자들의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이런 메시지들이야 말로 이런 캠프를 하는 목적을 설명해주고,

이 캠프를 직접 와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간접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아이들한테도 유익하고, 둘다 아픈 아이인데 그 아이 때문에 불편하거나 이런 것 보다는 따뜻하게 감싸주니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내 아이가 아픈 것 때문에 아무래도 쟤는 장애아야 하고 배제시키는 것이 있는데, 불편해 하거나, 쟤는 왜 저래? 이런 것 없이 어디가나 마음이 불편하거든요. 얘를 불편해 하면 어떨까.. 인상을 찡그리거나 손가락질 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런 것 없이 불편하지 않고, 그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

대본이 시키는 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기록한 컨텐츠가 있다는 것은 NGO기관에게는

소중한 자산이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자원이 되는 것이다.

 

캠프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장끼자랑코너인데,

환우들의 공연은 무대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귀한 이야기 거리가 된다.

 

 

어떻게 하면 그 이야기를 잘 담을까

오디션을 하고,

틈틈이 연습을 할 때 눈여겨 보고 기록하면

그 과정에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고,

참가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사연을 알게 된다.

 

플롯을 연주하는 친구의 마스크가 어떤 의미인지.

같이 공연을 하기 위해서 챌로를 가지고 캠프에 참석한 우정을 알아 차리게 되고,

이왕이면 훌륭한 연주를 기록하기 위해 연습시간을 미리 알려달라고 부탁도 할 수 있게 된다.

 

덕분에

가족의 추억이 되는 기록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되고,

이런 사진과 영상이 소중한 것을 아는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와서 물어본다.

 

이 사진들 나중에 어떻게 되는 건가요? ”

, 캠프마지막 날 영상으로 상영을 할 거구요.

DVD 매체로 만들어서 사진화일들과 영상을 담아서 드릴것입니다.”

이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둘째 날 저녁 잠을 잊고 부지런히 편집을 시작한다.

 

23일 동안 4시간 30분의 동영상과 약 천장의 사진이 기록되었는데, 그것을 추리고, 같이 보면서 즐거워 할 장면들을 고르다 보면 약속된 상영시간이 금새 되어 버린다.

 

 

캠프의 마지막 프로그램 영상상영시간이 되고

처음 올 때 처럼 짐들을 꾸려온 사람들은 자기 모습이 언제 나오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서로 즐거워 한다.

23일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영상으로 돌아보면서 아 저랬던 적이 있었지.. 하고바라본다.

캠프를 왜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추억을 하고 다시 그 추억을 만들기 위한 기대를 갖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병원에서 지루하게 자기 병마와의 싸움을 하는 아픈 아이들이

정말 즐거웠던 캠프를 구체적으로 다시 돌아볼 수 있어서

주변사람들과 신나게 이야기를 한다면,

23일동안의 나의 수고는 기꺼이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새벽 2.

영상편집을 하다가 피곤해서 밖에 나가보니

늦은 밤 모닥불 옆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부모님들이 맥주 한 잔 건네면서

최고의 칭찬을 해준다.

 

“3년차 오고 있습니다. 가족적인 카메라맨이 오셔서 밀착카메라..

모든 분위기를 몸에 베이듯이

이 모든 환우들의 가족들의 분위기를 파악했다는 듯이 섬세하게

한 부분 한 부분 컷트 컷트 하실 때 참 너무 고맙습니다.

가족적인 분이 카메라맨이 많은 역할을 하고

고맙고 순간 순간 포착하는데 있어서 동시적으로 잠깐 지나고 나서

이렇게 이런 분위기였고, 이런 추억이 있었구나를 바로 포착해서

뒤르박에 걸어주시니 너무 카메라맨한테 감사합니다.”


 

 

사투리 가득한 아버지의 쑥스러운 칭찬을 또 듣고 싶어서라도

또 캠프에 가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