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신호를 보낸다.pdf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복지영상  이성종 

 feelca@hanmail.net 

버스가 지나다니는 차도 옆. 

머리핀과 악세사리를 파는 노점의 

파라솔 밑에서   

노래가흘러 나옵니다.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네~’


중년 남자의 목소리로 소화하기 힘든 양희은의 노래가 들리더니 

‘넬라 판타지아, 마이 웨이’ 같은 팝송도 흘러 나옵니다. 


누가 보는지 상관 않고 아저씨는 높은 고음 부분에선 아예 차도로 몸을 틀어 

가사를 표현하는 듯한 손짓을 하며 큰 소리로 하이라이트 부분의 소리를 내고  

그 소리와 경쟁하듯 버스와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지나갑니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거리 연습을 하는 황진규(60) 님은 

몇일 전 마을 축제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노래하며 

마을의 가수로 거듭났습니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길을 가다가 노점상의 노래에 귀 기울인 사회복지사가 

마을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래를 청했기 때문입니다. 


무대에 오르는 것이 소원이던 아저씨는 이제 

더 큰 꿈을 가지고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기 위해 영국의 핸드폰 가게 점원이었던 Paul Potts가 부른노래 ‘Nessun Dorma -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열심히 연습 하고 있습니다. 


노래하는 노점상아저씨 같이 복지관 주변의 사람들을 수시로 만나고 다니는 사회복지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예 요일을 정해놓고, 일정 시간은 복지관 주변의 미용실, 음식점들을 두루 다니며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 생각을 주고 받으며 삶속에서 복지를 실현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미용실에서 한 참을 주민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원봉사를 할 생각을 나누게 되고, 

이웃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미용서비스를 해드리게 되는 일들이 생겨납니다. 

금요일마다 지역을 돌아다니는 가산종합사회복지관의 한 사회복지사는 새로운 식당이 후원을 하겠다고 해서 아주 흐뭇해하며 더 열심히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산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 식당과 연계해서 

어르신들이 친한 분들과 함께 주말에 외식을 하는 ‘사회적 가족’ 프로그램을 합니다. 



허겁지겁 무료급식을 드시고 자리를 벗어나는 것과 달리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친구들과 커피도 마시고, 신문도 보면서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예전의 마을에서 음식을 나누던 모습과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카메라를 들고 사회복지현장을 가보면 

잠깐만 있어도 이야기 소재가 되는 상황들을 접하게 됩니다. 

아마 방송작가가 와서 본다면 다양한 방송 컨텐츠로 만들게 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이야기 소재가 가득한 기관에서는 

카메라는 있어도 무엇을 찍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사용자의 의견이나 소감을 중요시 하는 UCC(User Created Contents) 시대에 맞게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기록보다는 기관을 오고가는 사람들의 ‘문화적인 현상’에 초점을 두고 기록을 하면 자연스러운 ‘우리 기관 사람들’ 이야기가 모이게 될 것입니다. 


카메라를 들고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청하려면, 

먼저 세심한 관찰을 해서 그 사람의 말문을 트이게 하는 ‘버튼’을 찾아야 합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는 거지?’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사람만의 삶의 방식이나, 고집스런 자기만의 주장이나, 자기만의 노하우가 들어간 ‘말을 걸면 기꺼이 대답하기 버튼’이 있습니다. 

누구나 보는 사진 (SEE)

지켜봐야 발견하는 사진(LOOK)

아는 만큼 보이는 의미를 알아차리는 사진(FIND)

‘그랬구나’ 공감하는 사진 (FEEL)

이 중에서 아는 만큼 보이는(FIND), 그랬구나 공감하는 (FEEL) 힌트들이 바로 말을 걸면 대답하기 버튼입니다. 



그 버튼이 어디에 있나 잘 찾아서 여러분의 기관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떻겠습니까? 


신림동의 이웃사랑 빨래비누 할머니 

“할머니 빨래비누가 인기가 좋은 가봐요?”

할머니가 자랑스러워하는 ‘빨래비누’ 버튼을 누르자 이야기가 줄줄 나옵니다.  


"나는 세 가지를 다 넣어서 만들어. 

잿물, 옥시크린, 슈퍼타이하고, 

박카스병에 들은 거 하고, 단골도 꽤 있어.." 

자기가 만들어 파는 물건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 만큰 좋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비누가 세상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씻겨줬으면 좋겠습니다.



노점상 아저씨의 ‘My Way'

‘끊임없는 연습의 달인 김병만을 닮자’ 라고 쓰셨네요.. 이 노래를 좋아하시나봐요? 


악보집 버튼을 누르자 

30년동안 좋아한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악보마다 노래를 향한 아저씨의 마음들이 

빼곡히 글로 적혀 있습니다. 


전화국 아저씨의 정말 튼튼한 손잡이 

전화설치를 위해서 오신 아저씨의 

가방손잡이 버튼을 누르자 


오랜 시간동안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 온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기 일을 좋아하면 

어디에서든 티가 납니다.


할아버지 오토바이에 종이컵이 달렸네요?



내가 커피를 좋아해서.. 

이건 새컵

이건 커피를 마시다 놓고,

이건 다 쓴 컵



아저씨 택시 안에 화분을 놓으셨네요? 



이거 진짜 생화에요

손님들이 만져 보고 그러는데, 

차안에서 향기도 나고,

졸음도 안오고.. 



할머니 파를 참 예쁘게 다듬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