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3. 수(개천절)  11:17~16:44*전체 거리 8.05km, 전체 시간 05:27, 평균 속도 1.7km)   맑음



같은 산이라도 새순이 돋아 연녹색이 아름답고 진달래, 철쭉이나 산벚꽃이 피어 황홀한 봄이나

땀 뻘뻘 흘리며 오른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계곡으로 하산하며 알탕으로 뼛속까지 시원한 여름

노랗거나 붉게 물든 만산홍엽이 높고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수려한 산세에 놀라 하산하기조차 싫은 가을이나

무릎까지 차는 눈 속을 헤치며 손발이 꽁꽁 어는 북풍한설에 내몰려도 등에선 땀이 흐르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겨울

그에 더해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또는 안개 낀 새벽의 몽환적 산길도 시시때때로 걸어야 한다.


산 하나라도 제대로 알려면 이렇게 계절별로 시간별로 수없이 다녀야 제대로 산 좀 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산은 적어도 250번 이상을 다녔으니 어느 능선이든 계곡이든 돌 하나 바위 하나까지도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국엔 수많은 명산이 내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니 그 모든 산을 그렇게 다니자면 남은 인생 산만 타도 부족하다.

무수히 많은 산 중에 이 생명 다할 때까지 갈 수 있는 산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일주일에 보통 하나 많아야 두 산이니 연간 60번 산행한다고 할 때 20년 더 산행하면 1,200번을 산행할 수 있겠다.


2년 후에 은퇴하면 시간이 많으니 컨디션 좋으면 일주일에 세 번까지 늘릴 수도 있겠다.

가장 좋아하는 설악산을 구석구석 다 알자면 적어도 100번 이상 가야 웬만큼 속살을 들춰볼 수 있다.

설악산은 워낙 험지라 최소 세 명 이상이 자일 등 안전 장구를 지참해야 많은 암릉 구간의 비경을 섭렵할 수 있다.

그러기엔 시간과 경비가 뒷받침되어야 하니 여러 산악회에서 설악산 비경이 나올 때마다 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설악산에 갈 기회는 많아야 100여 번 남짓, 그 숫자도 다 채우면 감지덕지다.


꼭 설악산이 아니라도 좋다.

여러 산을 오르며 언젠가 다시 오겠다고 한 산이 많아 일일이 기억조차 할 수 없다.

겨울에 갔던 멋진 산이 짧은 해에 금세 고봉에 가려진 산 그림자로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산도 있다.

아니면 그 계절의 풍경이 너무 좋아 다른 계절에 다시 오겠단 산도 꽤 많았다.

또는 시간이 부족해 눈앞에 비경을 두고 발을 동동 구르며 다음을 기약하며 하산했던 산도 있다.


오늘 그런 산 중에 신불산 공룡능선을 다시 밟는다.

지난 5월 10일 그렇게 기다렸던 신불산 간월산의 공룡능선을 타겠다고 왔는데, 비와 안개로 조망이 전혀 없었다.

신불산 공룡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랐을 땐 비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간월산 공룡능선은 포기하고 아쉽게 원점회귀했다.

그때 그 산악회에선 날 좋은 가을에 다시 오자고 했으나 아직 소식이 없어 먼저 나온 산악회를 이용한다.

ㄷㅅㅇㅂ에서 10월 7일 일요일 통도사 영축산에서 올라 신불산 공룡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나왔으나 취소되어 ㅇㅌ를 따라 나선다.

 

  


신불산 간월산 공룡능선 등산 코스




서울에서 신불산 공룡능선 들머리인 등억알프스 주차장까지 멀긴 멀다.

추석 명절이 지난 끝인데다 하루 연휴라 차가 별로 밀리지 않아 중간에 한 번 쉬고 꼭 네 시간 5분 만에 도착했다.

그래도 워낙 영남알프스 억새가 유명해 주차장에 벌써 차량으로 꽉 찼다.


바로 산행을 시작해 1.4km 지점에 있는 홍류폭포엔 23분만인 11:43에 도착한다.

비 온지도 꽤 오래전이라 수량이 적어 폭포의 위용은 없다.




어느 전망이 터진 곳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간월산 공룡능능선



길게 걸린 로프가 수락산 기차바위를 연상케 한다.

양방통행 할 수 있게 두 줄이 설치되었으나 신불산 공룡능선은 묵시적인 일방통행처럼 오르는 구간이므로 두 줄을 이용해 함께 오른다.



주차장에서 등산 시작할 때 고도가 206m,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곳은 2.9km 지점으로 해발 940m이다.

주차장에서 홍류폭포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으나 폭포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오름은 가야산 만물상능선이나 운달산 정상을 오를 때의 그 압박감 만큼이나 오지게 힘들다.


쉬엄쉬엄 오른다면 덜 힘들지도 모르나 중간에 걸음이 빠른 윤길재 대장을 만나 함께 오르다 보니 더 힘들다.

윤대장은 벌써 몇 년째 ㅇㅌ산악회에서 주말 이틀간 산행 안내를 진행하다 보니 웬만한 산행은 산도 아닌가 보다.

빠르게 치솟는 오름을 이렇게 기관차처럼 종횡무진 누비는 대장과 함께하니 극한의 산행이 된다.  


드디어 만난 공룡능선의 칼바위다.

지난 5월 이곳을 오를 때 겨우 칼날밖에 안 보여 전체적인 풍경이 궁금했는데, 다행히 오늘은 시야가 좋다.

워낙 뾰족한 암릉이다 보니 칼날바위란 이름이 붙은 만큼 모두가 작두를 타는 무당처럼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그래, 이런 풍경은 꼭 남겨야 돼.



이런 칼날이 두려우면 손도 발이 되어 네 발로 기는 거야.



아이 C 괜히 왔어, 무서워 죽겠네...



굴러떨어져도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으니 크게 다칠 염려는 없겠다.

그래도 모두들 조심스럽게 걸으니 사고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공룡능선의 이름 값을 하는 신불산 공룡이다.


조망이 먼 지역은 까스가 끼어 혼탁해 보여도 가까이 담는 사진은 제법 선명하니 앞으로도 이런 날씨가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제법 긴 구간에 걸쳐 이런 암릉이 계속되니 처음 오를 때의 고단함은 잊고 암릉 타는 재미에 푹 빠진다.

이번 주말에 기대했던 통도산에서 영축산 오르는 구간도 이곳 못지 않게 훌륭한 모양인데, 그곳의 비경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한다.

하지만, 그 코스는 카페에 공지가 거의 안 나오는 곳이라 앞으로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누구는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고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니 앞으로 뒤로 자기 기준에 따라 조심스럽게 길을 낸다.










이 구간은 앞으로도 어떠한 안전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험하면 우로를 이용하면 되고 스릴이나 풍경을 즐기자면 바위를 타면 된다.

이런 구간에서 늘 조심해야 하므로 자연히 발걸음은 더뎌져 그런 틈을 이용해 사진 찍지도 좋다.



남쪽이라고 해도 벌써 참나무는 누렇게 색깔이 변하고 단풍나무도 붉게 물드니 산자수명한 시절이다.

이제 억새와 단풍 산행으로 도로는 차로 넘쳐나 속도로 휴게소도 덩달아 북적이기 시작할 테니 10월 한 달은 차량도 밀리겠다.

오늘만 해도 죽전정류장엔 평소의 서너 배나 많은 등산객이 버스를 기다리는 걸 봤다.

시즌은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다.



저 바위 위가 암릉구간의 마지막 구간으로 보이고 맨 오른쪽은 신불산 정상의 원형 돌탑이 보인다.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여기서 한 박자 쉬고 다음 여정으로 출발하는 거야.

이렇게 적당히 쉬어가며 산행을 즐겨야 하는데, 오늘은 너무 멀리 왔기에 귀경 시간을 감안해 산행시간은 타이트하게 주어졌다.

내 놀이터인 북한산이라면 하루종일 널널하게 산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거리가 멀다 보니 아쉽다.



드디어 신불산 정상이 가까워지자 신불재 억새평원이 허옇게 보인다.

카메라에 검은색 필터를 뺐으면 보다 흰색이 강할 텐데, 은빛 억새가 누런색이 더 많다.



신불산 정상의 마스코트인 원형 돌탑과 표지석이 파란 하늘 아래 눈부시다.  



최근 신불산 글자에 칠을 더한 모양이다.

색이 바래 더 하예진 표지석에 검은 글자가 선명한 표지석은 콜라병처럼 볼록하고 오목한 형태라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멋진 표지석에 나를 더하면...

이 신불산 표지석에서 인증한다고 거의 20여 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사진을 찍고 간월재로 향한다.






필터를 뺐어야 은빛 억새가 더 멋질 텐데, 아쉽다.



간원재에서 간월산 정상까지 왼쪽 면에 넓게 자리 잡은 억새군락










간월재에서 산상음악회를 연다더니 간월재에 가까워질수록 가수의 열창이 흥겹게 들린다.




이곳 간월재는 해발 900m다.

이리저리 꾸불꾸불하게 길을 돌려 임도를 깔았고 그 임도를 따라 행사지원 차량도 올라왔다.

등산객과 억새와 산상음악회를 보러 온 지역 주민이 도체 몇 명인지 모를 만큼 간월재를 꽉 메우고 있다.

억새 단풍 뿐만 아니라 이런 음악회와 사람들 조차 구경거리다.



간월산휴게소와 간월산 오르는 구간







다음엔 나도 저 바위에서 쉬며 주변을 조망해봐야겠다.




간월재 산상음악회 마지막 풍경이다.

산을 오르는 수고를 지불하고 억새 군락에서 가을 바람을 맞으며 듣는 음악은 얼마나 달콤할까?

지역에서 이런 행사를 자주 열면 주민들의 애향심이 더 높아지겠다.






3년 전인 2015년 10월 어느날 이곳 영남알프스를 종주하며 광활한 억새군락을 맘껏 감상했었다.

그날의 황홀함을 오늘 다시 만끽한다.  




이런 억새도 향기가 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텐데, 다행히 향기가 없는바람에 이 정도로 산행을 유지할 수 있다.



간월산 정상을 찍고 간월산 공룡능선으로 내려가려고 부리나케 달려왔으나 대장은 정상까지 다녀오면 하산 시간이 촉박할거라고 한다.

공룡능선으로 내려가는 나무데크에서 정상까지는 불과 300m니 왕복해봐야 10여 분 남짓한 시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대장까지 세 분은 정상 찍고 간월재로 하산한다고 하고 도솔님은 정상을 다녀오며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누구든 간월산 정상은 이미 다 다녀왔겠지만, 난 피곤하므로 정상은 가지 않고 공룡능선으로 빠진다.

듣던대로 하산코스는 암봉의 경사가 가파르고 작은 돌이 많아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이 사진은 3년 전 영암알프스 종주 때 찍은 간월산 인증 사진




공룡능선 입구임을 알리는 돌탑

이 돌탑 뒤로 넘어가는 길이 있는데 알지 못하고 옆으로 로프를 타고 안전하게 내려선다.



또 작은 암봉이 나타나고...



폰카로 찍은 간월산 정상 방향




건너편 신불산 공룡능선에서 봤을 땐 거대한 암봉으로 보였으나 이곳에선 지리적 위치로 일부만 보인다.




이건 폰카로 잡은 풍경

이 바위에서 잠시 쉬는 동안 간월산 정상을 다녀온 도솔님을 만나 함께 하산한다.




간월재에서 온천 방향으로 내려가는 임도길이다.

지그재그로 길은 꾸불꾸불한데 산그림자가 져 제대로 풍경이 안 잡힌다.

해가 중천에서 뜨는 여름철에 이곳에 와야 윤곽이 뚜렷한 풍경을 잡을 수 있겠다.



볼 게 별로 없다는 간월산 공룡능선을 알고는 왔으나 역시 소문과 다르지 않다.

그래도 전에 왔을 때 임도로 하산해봤으니 이번엔 이쪽으로 하산하는 게 맞다. 




저 현수막이 설치된 곳으로 내려와 아침에 차를 댔던 주차장으로 빠지는 임도다.

긴불산과 간월산 공룡능선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공룡능선으로 명명된 능선을 전부 다 탔다.

제일 화려하기로는 설악산이요, 다음이 주작산이다.

세 번째에 오전에 오른 신불산 공룡능선이 자리메김 되고, 네 번째는 가야산 공룡능선이다.

천성산이나 간월산 등 나머지 산은 그저 고만고만하다.

남들이 100명산으로 전국 산을 쏘다닐 때 난 이렇게 여유롭게 공룡능선을 마감한다.


공룡능선 모음집을 따로 만들었으니 온김에 구경하시라.

공룡능선 모음 http://blog.daum.net/honbul-/1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