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6. 토  11:25~18:05(전체 시간 06:30, 전체 거리 13:95km, 휴식 시간 55분, 평균 속도 2.4km)  대체로 흐림



두 번 이상 읽은 책이 거의 없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두 번 이상 읽으려고 보면 책이 너무 두꺼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상의 "권태"란 단편은 내용이 다소 지루한 편인데도 부담이 없을 만큼  짧은 데다 독특한 매력으로 너덧 번 잘 읽었다.


우리나라에 수없이 많은 산 중 다시 가고 싶은 산 또한 수없이 많다.

북한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명산인 데다 가깝다는 이유로 260번 이상 다녔으니 누구에게라도 자랑할 만하다.

서울의 명산은 가까우니 그렇다 쳐도 설악산이나 지리산은 물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은 적어도 다 서너 번 이상은 다녔다.


그다음 순위인 도립공원이나 군립공원 또는 명승지는 간다 간다고 하면서도 또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가야 할 산은 많은 데다 새로움을 추구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시 간다면 그만큼 매력 있는 산임에 틀림없다.


오늘 다시 가는 팔공산 도립공원은 A, B, C 세 구간으로 운영된다.

A코스는 한티재에서 정상인 비로봉 찍고 동화사로 하산하며, B C코스는 수태골에서 같이 시작해 C코스는 동화사로 하산한다.

B코스는 능선을 쭉 이어 관봉에서 갓바위 부처님을 뵙고 갓바위 집단시설지구로 하산하는 코스다.


C코스는 4년 전 이번과 마찬가지로 수태골로 올라가 서봉 들린 후 정상인 비로봉 찍고 동화사로 하산했었다.

A코스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일부 구간이 중복된다 해도 갓바위부처님을 꼭 뵈어야 하기에 B코스를 선택한다.

지난 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계절이나 산에 대한 안목도 그만큼 높아졌으니 좀 더 많은 걸 깨닫는 산행이기를 바란다.



팔공산 등산코스




산행은 수태골에서 B, C 코스가 함께 시작한다.

A코스 들머리인 한티재에서 33분 걸려 도착해 산행 시간은 A코스와 B코스 모두 약 13km 전후로 6시간 50분씩 주어졌다.




수릉봉산계(綏陵封山界) 표석(標石)

이 표석은 산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금지 구역의 경계를 표시한 것이다.

수릉은 조선조 현종의 아버지인 익종의 능을 말한다.

봉산계는 수릉의 유지관리와 제사에 쓰이는 경비의 재원 확보를 위해 이 구역의 산림을 보호림으로 정해 일반인의 벌목과 입산을 금지하는 푯말이다.

이 표석은 팔공산 집단시설지구에 있는 수릉향탄금계 표석과 글자의 크기와 규격이 비슷하여 같은 시대로 이 일대가 보호림으로 지정되었다. (안내문)



암벽훈련장






정오가 막 넘은 시간인데도 어제 내린 비가 비로봉 우측 동봉은 저렇게 상고대를 만들어 볼만하다.

하지만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니 서봉을 경유한 다음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 찍고 저곳에 들렸을 대 상고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난 뒤였다.



11:25부터 산행을 시작했으니 제법 배고플 때다.

정규 코스로 오르면 바로 팔공산 비로봉과 만나겠지만, 서봉을 다녀올 생각에 이정표가 없는 지점으로 올라왔다.

이정표가 없어도 중간에 표지기가 있는 데다 대충 눈짐작으로 서봉 가는 길이란 걸 알고 들어섰으나 짐작대로 맞다.

배고픈 걸 참다가 능선을 만나기 전 100여 m 전 바람도 없는 평평한 바위에서 점심 먹고 일어나 트랭글을 보니 꺼졌다.

약 2.8km 거리가 무용지물로 없어져 다시 켠 후 주능선을 만나 서봉부터 들려오기로 한다.



정상 능선은 아직 눈길이나 이곳을 통과할 때만 잠깐 보였을 뿐 이후론 거의 볼 수 없었다.  



저기가 서봉인 줄 알았더니 저 봉우리 넘어 200여 m를 더 가야 한다.



좀 전에 보았던 봉우리에서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 방향을 조망한다.

통신시설로 금지구역이었으나 지금은 비로봉을 개방해 정상 표지석까지 오를 수 있다.



비로봉과 동봉






서봉



서봉 도착하기 10여 m 전에 이런 삼성봉을 거쳐 내려가야 한다.

서봉으로 한데 묶여 퉁칠 수 있으나 뭐가 그리 중요한 바위라고 삼성봉이란 이름을 거창하게 얻었다.



서봉



서봉에서 조망하는 남쪽 바위군락, 이 코스로 오르내리는 재미도 제법 좋겠다.

다음 기회가 있으면 코스를 잘 짜 이곳으로 오르는 게 좋겠다.






정규코스로 비로봉까지 오른 후 서봉을 다녀오면 왕복 약 1.5km 정도 되겠지만 중간에 서봉쪽으로 바로 치고 올라와 약 700m 정도 거리를 줄였다.

이 바위군은 비로봉 가는 길에 있는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는 곳이다.




팔공산 마애약사여래좌상(磨崖藥師如來坐像)


이 좌상은 왼 손바닥에 둥근 약 그릇을 얹어 무릎 위에 자연스럽게 둔 약사여래좌상으로 바위벽에 돋을 새김 했다.

시원스럽게 생긴 콧대에 힘 있는 턱, 뚜렷한 눈썹 등이 얼굴 윤곽과 더불어 균형을 이룬다.

어깨는 둥글고 탄력감 있으며 허리는 잘룩하게 표현되었다.

오른쪽 어깨가 노출된 얇은 옷은 옷 주름의 간격이 규칙적이며 가슴에서 옷깃이 한번 뒤집어져 8세기 불사의 특징을 보여 준다.

이 불상의 머리와 몸 둘레에는 이중의 원형으로 부처의 몸에서 나온 빛을 형상화한 광배를 표현했다.

광배의 안쪽에는 당초무늬를, 바깥쪽에는 불꽃무늬를 새겼다.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는 연꽃잎을 아래와 위로 향하도록 조각하고, 그 아래에 입을 벌리고 눈을 부라린 두 마리 용이 좌우에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안내문)











팔공산


팔공산은 대구광역시 중심에서 북쪽으로 약 20km 지점,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곳에 병풍처럼 웅장하게 솟았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해발 1,192.8m의 산으로 주봉인 비로봉 중심으로 동봉과 서봉이 어깨를 나란히 겨룬다.

대구광역시와 경북 경산시, 칠곡군 군위면, 등 5개 시· 군의 경계로 총면적 126,852㎢의 공원이다.

신라시대에 부악, 중악 또는 공산으라 하였으며, 고려시대엔 공산으로만 불리다가 조선시대에 지금의 팔공산이라 불렸다.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이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비로봉은 옛날 조상들이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동봉이다.

전에 왔을 땐 아래쪽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 우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따라 하산했다.

그때 저 동봉으로 오르면 좋겠단 생각을 4년 3개월 후인 오늘에야 실현하는 셈이다. 







팔공산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東峯 石造藥師如來立像)


이 불상은 서쪽을 향해 바로 세운 전체 높이 6m의 거대한 약사여래입상이다.

약사여래는 동방의 정유리(淨瑠璃) 세계에 있으면서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불상도 역시 서쪽으로 향한다.

정면을 향한 입상은 상투 모양의 육계를 갖추고 두 볼은 풍만하여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다.

바로 선 발끝은 드러나 있고 발가락 조각도 뚜렷하다. 옷은 두 어깨를 걸치는 방식으로 입고 치마를 걸쳤다.

오른손은 무릎 위로 늘어뜨려 바닥을 안으로 향하고 왼손은 가슴 위로 올려 물건을 받치고 있다.

옷의 새김은 투박하고 전체 균형도 고르지 못하나 대체로 조화를 이룬다. 비바람에 표면은 많이 풍화되었다.

손발의 기형적 조각 수법이 나타나기는 하나 잘 조화된 옷 주름이나 얼굴 모습 등의 조각 솜씨로 보아 통일신라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육계: 부처의 정수리에 있는 상투 모양으로 두드러진 혹 같은 모습




드디어 오른 동봉



동봉 원경



이쪽은 바위에 가려져 눈꽃이 그대로 남아 있다.






쉬엄쉬엄 산행하며 여기저기 드나들다 눈앞에 있는 갓바위까지 거리 이정표를 보니 5.7km 거리인데 그때가 14:50이다.

산행 마감은 18:20인데 갓바위에서 하산코스도 1.9km니 남은 거리 7.6km를  3시간 30분 안에 달려야 하니 갑자기 갈 길이 바쁘다.









갈 길은 멀어도 볼 건 다 봐야하니 마음만 바쁘다.









혼자 온 사람인지 바위에서 사방을 조망하는 폼이 유유자적하다.






고개를 오르는데, 정상을 거치지 않고 왼쪽으로 비스듬히 빠지는 길이 보여 잠깐 갈등한다.

그 작은 길은 왼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여기서 현혹되지 않고 힘든 걸 감내하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정작 가야 할 길은 정상을 지나 직진해야 하므로 좀 전에 본 길을 이용했다면 알바로 엄청나게 고생했을 테니 천만다행이란 생각이다. 


좀 전 그 길을 이용하면 저 멋진 바위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니 멀리 팔공산 정상이 보인다.



시간이 촉박해 숨이 턱에 닿도록 걷자니 지난 주 속리산에서 고생했던 다리는 일주일 만에 다시 극한의 고통에 시달린다. 

팔공산에 1,000m가 넘는 고산인 데다 오르내리막이 많을 뿐 아니라 바위도 많아 힘도 많이 든다.

그러나 어쩌랴, 서봉까지 다녀오며 시간을 잡아먹어 촉박한 마감 시간에 맞추자니 별도리가 없다.  



이 삿갓봉을 지나 삿갓바위까지 또 한참을 가야한다.



오전엔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했으나 오후엔 비가 올듯 날씨가 꾸물거린다.

파란 하늘이라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울 텐데, 날씨가 흐리니 멋진 팔공산이 심통을 부리는 듯 보인다.



이 능선을 좌로 돌아 마지막 능선이 떨어지는 지점에 갓바위부처님이 계신다.

아직도 대략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더 걸어야겠다.

아이구 내 다리야...



산 위에선 발바닥에 불이 날 만큼 빠르게 걷는 것과 달리 산 아래 골프장은 골퍼도 없는 게 세상 제일 한가해 보인다.



지나온 구간






작은 바위들이 모여 옹기종기 한 풍경이 귀엽다.



시간이 부족하니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오르는 걸 대신한다.



미친듯이 걸은 끝에 관봉을 코앞에 두고 선봉사가 보인다.



왼쪽 제일 높은 바위 뒤에 갓바위부처님이 계신다.







약 5시간 20여 분을 고군분투하며 달리고 달린 끝에 드디어 팔공산이 자랑하는 갓바위 부처님을 뵌다.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시는 갓바위 부처님의 효험이 어느 정도인지 수능시험을 앞두고 이곳은 늘 만원이다.

팔공산 서봉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며 제일 먼저 마애약사여래좌상을 뵙고,

두 번째 동봉 오르기 직전 이번엔 서 계신 석조약사여래입상을 뵌 다음 마지막으로 이 갓바위 부처님을 뵙는다.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본다.








갓바위로 오르내리는 구간은 가파른 경사로 돌계단이 1,400개가 넘는다니 이 구간을 탈출하기도 무척이나 힘들다.

내려오며 몇 개의 사찰이 보이지만, 이미 극한의 피로가 몰려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섯 시간 50분 주어진 산행 시간 20여 분을 남기고 겨우 하산했다.

몇 년을 벼르던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뵙긴 했으나 날씨가 흐린 게 다소 아쉽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천천히 갓바위 부처님 계신 곳 위주로 편안하게 둘러보아야겠다.


M버스가 만원이라 그냥 지나간 데다 다음 버스까지 20여 분 기다려야 하는 데 간격이 길어 다음 차도 탄다는 보장이 없다.

M버스를 포기하고 지하철 타고 다시 버스로 환승해 거의 자정 무렵에 귀가했으니 산행만큼이나 귀가도 힘든 하루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나 녹음이 우거진 여름이나 단풍 든 멋진 가을이면 좋겠다.



팔공산 둘레길은 108km로 팔공문화원에서 갓바위 만남의 광장까지 제1구간부터 16구간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