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사실적 정물화 <자고새와 쇠 장갑이 있는 정물>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의 모습에 대한 정확한 묘사는 중요하게 여겨졌고, 이에 따라 정물화도 각별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중세에는 자연이 피상적인 외관에 불과하며 '진실하고' 신성한 세계를 가리는 장막이라 생각해, 정물화는 잠시 존재를 감추게 되었다. 14세기로 접어들며 사람들은 시각과 자연의 세계를 재발견하게 된다. 또한 성서 이야기를 최대한 실제처럼 묘사하는 작업이 중요하게 대두됨에 따라 성서 이야기를 적절한 물체로 치장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하지만 여기서의 정물 묘사란 전체 그림의 일부분이었으며, 그리 사실적이지 못했다. 15세기가 시작되면서 당시 발명된 원근법을 통해 공간뿐 아니라 물체까지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수단이 개발되면서 정물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특히 네덜란드 화가들은 하나의 물체를 완벽하게 묘사한 뒤 그 다음 물체를 묘사하는 방식으로 극히 세밀한 부분까지도 그려나갔다. 그렇지만 네덜란드 화가들조차 평범한 물체를 위해 그림 전체를 구상할 만큼 일상적인 사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체만을 집중해 그림을 그린 최초의 화가는 베네치아의 야코포 데 바르바리(Jacopo De Barbari)였다. 그는 1504년 <자고새와 쇠 장갑이 있는 정물>이라는 최초의 정물화를 그렸다. 그의 정물화에는 화살에 꿰인 한 마리의 자고새와 쇠로 만든 장갑 한 켤레가 판자벽에 걸려 있으며, 그 오른쪽 아래에는 그림에 붙여진 듯 한 번 접은 종이가 그려져 있다. 이 그림에는 어떤 종교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지 않으며 기교와 화면 구성법 같은 그림의 특수성 면에서 묘사된 물체들은 건조하게 느껴진다. 바로 이런 점이 정물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Still Life With Partridge And Iron Gloves

Jacopo De Barbari

Oil on Canvas, 1504

From Public Art

July 2010 Vol. 046  79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