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는군요.

그동안 제게 많은 일이 있었고 정신없이 바쁜 날들을 보냈습니다.

가장 가슴아팠던 일은 12년동안 우리 가족과 희노애락을 같이했던 길동이가 멀리 고양이별로 떠난 일일 거에요.

격리까지 해야할 정도로 수라와 철천지 원수로 지내며 수라를 많이 괴롭히기도했고 싸움을 말리는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곤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에겐 첫 고양이였고 미운정 고운정이 들대로 들어버려

길동이가 떠난 후 오랜시간 마음이 아팠습니다.

통닭을 유난히 좋아했던 녀석이 생각나 한동안 통닭은 입에도 안 댔으며 떠나기 전 며칠을 안방 침대밑에서 힘들어했던

그 모습을 생각하면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 한 달동안 안방출입을 안 했어요.

그렇게나 깐깐하고 병치레 한 번 한적 없었기에 최소 15살은 살거라 생각했는데 지난 추석에 너무도 허무하게 가버렸습니다.

길동이가 떠나기 이틀 전, 이상한 행동을 보이더군요.

침대밑에서 꼼짝을 않던 녀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집안 구석구석을 휘 둘러본 뒤 수라가 갇혀있는 방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더니

목욕탕에 들어가 목을 축이기에 이제 살려나보다...

또 밤에는 나와 단 둘이 지냈는데 내 옆으로 와 같이 자자고 그렇게 사정을해도 안 오던 녀석이 새벽에 나와 얼굴을 맞대며

잠들어 있었어요.

떠나기 전  수라와 내게 마지막 인사를 했던 모양입니다.

 

 

 

 

포스팅을 위해 사진을 찾다가 살아생전 카랑카랑했던 길동이 사진을 보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혼자서 한바탕 눈물바람을 했네요.

아래 글은 남편이 길동이 보내고 허한 마음을 달래고자 동문카페에 올린 글입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좀 일찍 퇴근할 수 없겠느냐는 물음속에 잔뜩 울음이 묻어있다.
길동이가 오늘을 못 넘길것 같단다.
며칠 전부터 우리집의 여섯 마리 고양이 중 제일 나이 많은 길동이가 토하기 시작하더니 아무것도 먹지를 못해 동물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이빨에 병이 들었다며 7개를 발치하고 수액주머니를 달고 퇴원을 했는데 역시나 기운을 차리지 못하여 아내가 죽을 쑤어
주사기로 먹여도 곧 뱉어내곤 하더니 기운을 차리지 못 하고 기어이 갈 모양이다.


그 녀석과 애증이 많았던 나는 순간 멍해진다.
12년전 늦가을, 큰아이가 동물을 싫어하는(특히 고양이) 내 눈치를 보며 길고양이 한 마리를 아파트 지하실에서 기르다 관리인에게 발각이 되어

이 녀석을 집에 데려오면 안 되겠냐며 내게 애원하다시피 해서 우리집에 들어온 첫 고양이로 별 특징이 없는 모습에 어릴때 시골집 할머니방에

한 마리씩 보이던 흔한 무늬의 고양이여서 이름도 "살진이" "나비" 등으로 불리던 그런 평범한 모습에 길동이라 이름을 붙여 주었다.
처음부터 나는 이녀석을 별 좋아하지 않았던것 같다.
평범하고 촌스럽게 생긴것과는 달리 식성이 까다로와 주식은 꼭 구운 생선으로만(조기)먹었고 다른고양이들은 입에도 안 대는 통닭과 과자(뿌셔부셔)등도

유난히 좋아해서 아내는 냉동실에 조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두고 하루 두 세번씩 프라이팬에 구워 줬고 딸아이들은 마트만 가면 뿌셔뿌셔를 챙겨오곤했다.
어쩌다 아내가 외출이라도 해서 늦게 오게되면 내가 구워주곤 했는데 나는 그게 싫어 처음에는 길동이 문제로 다툼이 많아서 내가 의도적으로 미워했던것 같다.
동물도 사람과 꼭 같아서 자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여는지 처음 몇 년 동안은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잘 있다 저를 싫어하는 내가 퇴근하는 시간이 되면

구석진 곳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부부는 닮아 가는 것일까?
그렇게 싫어 하던 내가 조금씩 고양이를 이해하기 시작한건 둘째 녀석이 들어오고부터다.

흰색 검정 노랑의 세 가지 색깔을 하고 있던 둘째는 순수 혈통은 아니겠지만 일본이 원산지인 재패니즈 밥테일로 길동이에 비하면
매력이 너무 많아 (특히 퇴근하고 집에오면 문 앞까지 달려나와 펼치는 세레머니가 재미있다)발등에 올라타기, 발밑에 벌러덩 누워 애교 부리기

등으로 길동이와의 비교를 거부하며 또 다른 매력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새로운 매력냥이들이 들어올때마다 나는 아내에게 길동이는 자연으로 돌려 보내자는 말로(버리자는 말을 돌려 표현)아내와 신경전을 벌릴때면

아내는 그 못생기고 야윈 고양이에 유난히 애정을 다했고 그러는 동안 여섯마리로 늘어 났다.
캣맘인 아내 덕분에 동네 길냥이들과 우리집 고양이들 사료로 인하여 우리집에는 택배가 끊이질 않는다.
"고양와 춤을...고양이, 그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다" 라는 블로그를 몇년째 운영하고 있는 아내는 블로그 친구도 꽤 많다.

마음은 있지만 현실이 허락되지 않는 전국의 후원자들이 사료, 통조림, 장난감들도 보내고 특히 고양이 천국이라는 일본에 사는 블로그 친구가 

고양이 용품을 보내줘서 우리집 고양이들은 속된말로 일제를 다 먹어봤다.
그런 것들이 신기하기도 하련만 길동이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오로지 구운생선만 먹기로 작정이라도 한듯이…


올 여름 우리집 고양이들에게 수난이 끊이지 않았다.

갑자기 세 넘이 구토를 하고 차례로 픽픽 쓰러지니 집사람이 동물병원에 데리고 다니기 바빴는데 다행히 세 넘은 건강해졌지만 몇 달 후 길동이는 잃고 말았다.
길동이가 떠나던 날, 결손가정 아이 돌봄을 하고 있는 아내가 아이를 돌봄하러 가며 길동이에게 엄마 갔다 올때까지 죽지말고 기다리라고 당부를 하고는

내게 빨리 퇴근했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세월이 12년, 미운정 고운정 들대로 들었던 녀석이 떠난다니 퇴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이상했다.
서둘러 간다고 해서 간 시간이 여섯시 쯤 제일 먼저 길동이를 찿아 보았다,
침대밑에 축 처져서 아무런 미동이 없어 "길동아! 길동아!" 이름을 불러 보아도 움직임이 없다.

슬퍼할 아내가 생각이 났다.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를 못해 앙상하게 야위어 있는 모습이 불쌍해서 영 마음이 안 좋아 머리를 쓰다 듬으며

"길동아 미안하다 너 미워해서 미안하고 오랫동안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
라고 말을 하니 갑자기 조금씩 몸에 움직임이 있더니 사력을 다해 고개를 들어 턱을 바닥에다 쾅! 쾅! 쾅! 다섯번쯤 두드렸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리고 곧 바로 축 늘어져 버렸다.
조금 후에 들어온 아내가 울면서 그래도 길동이가 우리를 마지막까지 기다려 주었단다.
정말 그런 걸까? 내 말에 응답을 하며 나를 용서해 준걸까?


길동이를 깨끗한 박스에 넣은 후 아내가 아끼던 스카프로 덮고 뒷산으로 갔다.
조그만 고양이 한 마리가 전해준 여운이 대단해서 며칠째 나는 허허롭다.
내 속에 켜켜이 쌓인 가을의 기억들에 또 하나의 상흔이 보태저 이래 저래 이 가을이 아프다.

 

 

 

길동이가 떠난 지 두어달이 지났지만 두 딸은 길동이를 여전히 그리워하며 많이 보고싶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나 또한 길동이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길동이는 우리가족 몸 곳곳에 많은 상처를 남기고 떠났지만 한 번도 미워한적 없습니다.

우리 몸에 남긴 흉터가 희미해지면 그 때는 길동이가 잊혀질까요?

설령 길동이가 남긴 흔적이 지워지고 새살이 돋는다해도 우리가족 가슴에는 길동이가 영원히 살아있을 거에요.

길동아,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어. 하지만 많이 사랑한 건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