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선언문 


예수님께서 나 황은경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신 명령을 따라 

주님의 핏값으로 세워진 태국의 교회와 현지인을 돕고 

아직 교회가 없는 지역에 전도처를 훈련된 현지인과 함께 세워 자립하도록 돕는 사명을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있으리라 하신 신실하신 말씀을 의지하여 행복하게 감당한다.




10년 후 어느날


- 황은경 -


          바쁘게 울어대는 새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고 창문의 암막 커튼을 걷어보니 어느새 밝은 햇살이 눈앞까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의 푹푹 찌는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시원한 알칼리수 한잔으로 어제의 찌뿌둥함을 날리고 아침이슬이 송골송굴 맺혀있어 아직까지 촉촉한 마당의 잔디를 밟으며 손에 든 묵상책으로 마음의 소리를 깨운다. 여름 해가 하늘 높이 올라 내 콧잔등에 작은 땀방울이 올라오면 중년이 되어도 아침잠이 넘치는 남편을 깨운다.

          

          오늘은 우리 부부의 모교인 아세아연합신학대에서 열릴 5차 태국선교대회의 책임자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후학들에게 남다른 애정이 있어서인지 아님 지난시절 우리가 교수님들 통해 받았던 선교의 열정을 기억해서인지 여느 때보다도 기도로 열정으로 준비하는 모습이다. 


          두 사람만을 위한 아침 상이지만 이열치열 보글보글 된장찌개와 20년을 거의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우리집표 쏨땀 (파파야 무침), 팔순을 바라보는 친정엄마가 담궈 보내주신 깻잎 김치로 아침밥을 뚝딱 해치우고 혈압과 콜레스테롤에 좋다는 모링가 차와 치앙라이에서 갓 볶아 온 최상급 통원두로 막내린 그윽한 커피를 들고 방콕 쑤완나품 공항을 향해 집을 나섰다. 

          

          몇 년 전에 생긴 방콕과 코랏을 잇는 고속기차는 약 300킬로의 거리를 한 시간 반 만에 우릴 공항으로 데려다주었다. 연신 40도를 넘는 더운 날씨로 조금은 피곤해하지만 우리 부부가 첫 안식년 때부터 열심히 쳐왔던 테니스와 수영 때문인지 작년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졌고 이웃 선교사님들과 부부대항 복식경기를 하자는 소소한 대화를 나눈 후 남편은 곧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편을 보낸 후 태국기독교총회 본부에서 매달 있는 12 노회 정기모임에 참석하여 다음 달에 있을 암퍼(군 단위) 빡통차이 전도처 창립예배를 위한 모임을 갖는다. 첫 텀에 개척했던 싸웍(제자)교회 교인들과 두 번째 텀에 싸웍교회를 통해 개척되었던 프라통캄 교회 성도들이 함께 모여 의논한 내용을 전달하고 앞으로는 이전보다 더 노회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자립을 위한 영적 정서적 교류를 할 것을 약속하고 진실된 기도와 격려를 나누었다. 


          후덥지근한 방콕의 날씨이지만 사랑스럽고 속 깊은 딸 서은이와의 약속에 한달음에 약속장소인 크리스천 북카페로 향했다. 코랏에서 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카페 주인인 뻬뻬는 아직 갚아야 할 은행 대출이 있지만, 사업체를 통해서 계속적으로 은혜를 체험하고 있으며 싸웍교회에서 첫 청소년 세례자답게 책임 있는 교회 지도자로 성장했다. 곧 유치원에 들어갈 딸아이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 사이 나 모르게 깜짝 번개팅을 준비한 싸웍교회 호산나팀 아이들... 지금은 모두들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있다. 한국어를 배웠던 깁은 한국에서 국문학 박사가 되어 돌아왔고 곧 코랏 대학의 한국어과 교수로 일하게 된다. 의사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꿈은 못 이루어드렸지만 기도하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엔지니어의 꿈을 이룬 조슈아, 믿지 않는 엄마를 주님 품으로 인도한 쁠라, 일찍 믿음의 가정을 꾸려 아이가 다섯인 깐, 주일학교 교사로 열심히 섬기더니 유치원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는 메, 성 정체성의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던 씨는 회심 이후 멋진 경찰이 되었고 가정도 갖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의 소중한 두 꽃송이 중 하나인 서은이가 문을 열고 뛰어들어 와서 품에 안긴다. 지난번보다 짧아진 치마와 귓불에 늘어난 피어싱 자국이 눈에 거슬렸지만 젊음에만 어울리는 모습이기에 웃음으로 예뻐졌다고 쿨하게 말해주었다. 서은이는 어린 시절 꿈이었던 디저트 전문 쉐프가 되기 위해 방콕에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쭐라롱껀 대학의 요리학과를 다녔고 내년 졸업 후 스위스 호텔학교로 유학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번개팅에 오지는 못했지만, 또 한 송이 꽃인 아들 서완이는 어려서부터 언어에 재능을 보여 통역으로 번역으로 부모님을 도왔고 그 은혜로 쭐라롱껀 대학 국제학부를 조기 졸업하고 아빠가 제대한 육군 102 여단에서 말년 병장 시절을 보내고 있다. 돌 무렵에 태국에 와서 자란 서완이는 태국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으로 한국인으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두 나라의 교역과 교류를 위해 선하게 쓰임 받기를 꿈꾼다.


          아침 일찍 탔던 고속기차는 어둡기 전에 나를 코랏으로 데려다주었다. 첫 안식년 이후 로뎀에서의 위로를 많이 받고 회복했던 경험은 코랏지역 두세 분의 여성선교사와의 책모임으로 이어졌다. 오늘은 마침 지역교회 여성 사역자 책모임이 시작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감사예배와 파티가 있었고 미국 안식년 이후 꾸준히 연습해왔던 바이올린으로 특별연주도 멋들어지게 했다.

          

          집으로 들다 멈춘 마당은 오후 늦게 온 소나기로 공기는 한결 정돈되었다. 별이 촘촘한 하늘을 올려 보며 손을 올려 기재개를 펴고 오늘도 감사한 하루였기에 나지막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밀려오는 졸음을 맞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