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을 읽고... 

- 박보경 -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라. 

에베소서 2:10


          자신의 묘비명이나 부고 기사나 유서 중 하나를 써오라는 숙제를 받고, 그 중 어느 것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너무 한심하게 살았구나 싶어 마음을 모으고 앉아 한웅재 목사님의 찬송가를 잔잔히 들으며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그 순간 뭐가 제일 후회되겠는가? 만약 시간을 더 주신다면 나는 뭘 할까?를 생각해 보았을 때 하나님이 나에게 맡겨주신 아이들(MK: Missionary Kids)에게 예수 잘 믿다가 천국에서 만나자는 말과 내 삶을 통한 하나님 사랑과 인도하심을 나누고 싶다. 작은 촛불도 안 될 나를 횃불로 만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감사요 은혜라고 고백할 것 같다.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아쉬운 맘이 있지만, 그것보다 천국 갈 것에 대한 기대가 더 커서 웃을 수 있다는 고백을 하고 싶다.


          두 번째 숙제인 ‘10년 후의 어느 날’을 쓰면서, 글이라도 내 맘대로 해보자는 맘으로 쓰면서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내가 그린 그림보다 훨씬 의미 있고 값진 자리에 서 있어서 황홀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하나님 허락하신 그곳에서 순종하며 기쁘게 살련다. 


          

         하프타임, 작전타임, 삶의 오후, 촛점이동, 시각교정... 쉬운 단어들은 아니지만 새로운 출발 같은 느낌이라 소망이 생긴다. 사역지에서 남편 따라 형편 되는대로,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들에 분주했었고, 뭔가 많이 제한된 듯한 답답함이 있었는데 나에게도 새롭게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은 반가운 맘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성공 지향적인 삶을 살다가 어느 날 큰 고통을 겪은 뒤 더 이상 성공이 매력이 될 수 없어 의미 있는 삶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보며 이제껏 나의 삶은 성공을 따르지 않았었지만, 더 의미 있는 삶으로 이동하고픈 욕구가 생겼다. 그러기엔 현실과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계획을 세운다 하여 다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안식년 기간에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시간이 주어진 것은 행운이라 여기며 나 자신을 재정리하고 재구성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먼저는 살아가면서 끝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려면 하나님 앞에 따로 시간을 드려 세미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향한 질문을 거듭해가며 성장하는 시간이 필수이다. 그리고 “큰 자아를 위해 어떻게 작은 자아를 희생할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에, 작은 자아를 어떻게 희생? 작은 자아란 곧 이기심? 이란 말들에 솔직히 좀 화가 났다. ‘뭘 더 희생하란 말인가? 내겐 아무것도 없는데 뭘 더? 나는 이미 작은 자아를 희생하며 살아왔는데... 때론 너무 힘들어 기쁘지 않고 주변을 원망하며 하나님께 “왜 하필 나예요?” 라는 의문을 가지고라도 순종하며 살아왔는데... 내 시간, 내 가족, 내 집, 내 청춘... 다 포기하고 주신대로 순종하며 살아왔는데...’ 살짝 억울한 맘이 들어 눈물이 났다.

  

          ‘선교사는 어떠해야 한다’라는 나름의 잣대로 일벌레가 될 정도로 일해 왔었지만, 내 자아에 집착했기 때문에 뭔가 손해 보는 것 같고 늘 불만스러웠으며 안정되지 못한 시간을 보낸 건 사실이다. 인정한다. 내 이기심... 온전한 충성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 본다. 희생이란 단어 말고 하나님이 나를 너무너무 사랑하시기에, 그 사랑이 예전보다 더 깊이 더 진하게 다가오기에, 내 자아보다 그 사랑이 더 크기에, 내가 내 바운더리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온 것을 지켜보신 분이 계시기에, 내가 원하는 가족의 의미보다 더 넓은 가족을 주셨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주시고 기다려 주신 분이 내 아버지이시기에... 이제는 작은 자아를 버리는 희생을 기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큰 자아에 다리가 달려서 멀리 가기도 하고 경기에서 완주하기도 하는 것처럼 내 바운더리를 더 넓혀 그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 넓은 운동장에서 놀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나 자신보다 더 큰 명분을 위해 주신 일들을 잘 감당하기 위해...


          억지로 연 문 말고, 마음껏 활짝 연 문으로 MK(Missionary Kids)들, 이웃들, 가족들.... 누구라도 들어오라며 손짓하는 여유와 건강한 자아를 가지기 위해 끊임없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내 재능을, 내 소질을, 그리고 내 자원을 그 누군가를 위해 퍼낼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작은 자아보다는 큰 자아에 초점을 맞추고 주신 사역을 예전보다 더 기쁘게 더 여유롭게 감당하면서, 가끔 내 상자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해 가며, 상자에 든 것에 대하여 더 많은 시간을 쓰며, 재능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장소에서 최선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게 사용되어야 한다. 단 나 혼자만이 아니라 주변 이웃들과 힘을 합하여야 더 좋은 열매를 드릴 수 있다. 


          하프타임이란 책을 읽고 행복한 나의 후반전을 상상을 해보면서, 하나님이 사람을 만드실 때 다양한 모양의 그릇에 기본 베이스는 같은 것 넣으시고, 각자에게 조금씩 다른 첨가물을 넣으신 느낌이 들었다. 내 그릇엔 어떤 첨가물을 넣으셨을까? 어떤 맛일까? 나는 어떤 맛을 내고 살아야 하나? 제대로의 맛을 내야 할 텐데... 오래오래 고아야 하나? 즉석에서 만들어야 하나? 그 성분을 찾아 날마다 나서야겠다. 


          아직은 희미하나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본다면... 

지난 10년간 선교지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낸 부엌 사역을 줄이고 (남편이 요리사를 구해준다고 했다 ㅎㅎ), 아이들 수준에 따라 한글 공부지도를 위해 교본을 만든다. 

한 달에 한 명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조각케잌과 음료를 사준다. 

한 주에 한 명에게(함께 살고 있는 MK와 졸업한 MK) 기도 제목을 묻고 집중적으로 기도해준다.

사역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일과를 보내며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보며 생각 노트를 적는다. 

서투른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찬양을 드린다.

재봉틀로 누군가를 위한 여러 소품을 만들고 

운전을 해서 나도 남편도 자유를 누리고

건강을 위한 유산소 운동인 4마일 걷기를 매일 한다.

더 넓은 사역의 기회를 준비하기 위해

청소년 상담? 같은 사이버를 통한 내 사역에 맞는 공부를 계속하고

책모임을 통하여 나를 보고 소통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그러기 위해서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도 깨야 하고 차를 사야 하는 물질도 필요하고 용기도 필요하다.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하여 조바심 내지 않고 의미와 가치를 잊지 않고 유연성을 가질 것이다. 


          나 자신과 나 자신의 사명을 잘 알기에 맡겨주신 MK들과 졸업한 성인 MK들을 위해 나의 삶을 내려놓음으로 인해 나도 행복해지고 이웃들에게 행복을 나누고 싶은 열망이 생겨난다. 부족하지만, 막힌 현실을 보고 나 자신의 한계를 보며 때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나를 더 성숙한 자리에 있게 하실 그분을 바라보며, 오뚝이처럼 일어나 나를 만드신 그분의 목적을 깨닫고, 나만의 재능을 타인과 협력하여 하나님을 높이는 후반부의 삶이길 기대해 본다. 


          이 책을 통하여 나 자신과 나만의 재능을 찾고 자신을 사랑해야 함을 알고, 나의 곁에 두신 이웃들과 잘 협력해서 믿음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의미를 찾아가게 되는 목표를 주셔서 감사하고, 전반부를 돌아보고 후반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며 상상하게 되어 기쁨이 있었고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어 감사했다.



“사람은 자신보다 더 큰 명분을 위해 희생할 때

가장 위대하고 가장 숭고하고 가장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




“나, 박보경의 사명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를 영원토록 즐거워하며 

맡겨주신 MK들을 다음 세대에 준비된 하나님의 사람으로 양육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기쁘게 내려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