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트의 현대와 3~5세트의 현대는 180도 다른 팀이었다. V리그 출범 후 많은 선수들이 떠나고 새로운 선수들이 입단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현대 선수들의 멘탈이다. 한 번 무너지면 정상으로 돌아오기 힘든 현대의 정신력. 올 시즌 최태웅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자리를 잡기 바라는 동시에 현대 선수들의 정신력 또한 이제는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4일 천안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시즌 두 번째 만남에서 현대는 1~2세트를 압도적으로 따냈다. 특히 상대 대한항공은 기대이하의 경기력으로 현대를 도와줬다. 그러나 3세트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현대는 4세트 대한항공의 경기력을 완전히 회복 시켜줬고, 5세트까지 내리 세 세트를 내주면서 2-3으로 리버스 스윕을 당했다. 많은 경기들 중에 한 경기로 볼 수 있지만 이날의 충격은 좀 오래가지 않을까 싶다. 지난 우리카드 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풀세트 패배를 기록. 2연패에 빠지게 됐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경기였지만 일단 가장 시급한 것은 세터다.
올 시즌 현대에 등록된 세트는 단 2명이다. 당초 2명의 선수가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라는 점에서도 불안감이 있었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누군가 한 명이 부상을 당할 경우는 답이 없어진다. 물론 많이 있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2명은 부족하다.
그리고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올 시즌 시작부터 주전으로 뛰었던 노재욱이 부상을 당했고 복귀까지 3주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노재욱이 돌아오기 전까지 이승원이 혼자 경기를 담당해야 한다. 이승원은 지난 시즌 선발 세터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라는 것은 큰 약점이다. 게다가 공격수들과 호흡 문제도 큰 문제다.
대한항공과 경기에서도 지난 시즌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회복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그러는 동안에 상대는 정상궤도에 도달한다는 것. 3-4세트 이승원이 흔들리고 있을 때, 대한항공은 한선수가 살아나는 동시에 산체스도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따라서 팀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이승원 혼자의 책임은 결코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흔들렸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한 경기만 놓고 본다면 아쉬움이 많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격수들과 호흡이었다.
물론 부상으로 많이 맞춰 볼 기회가 없기도 했고, 시즌을 치르면서 노재욱이 주전으로 뛰면서 기회도 적었다. 하지만 이미 현대 공격수들이 노재욱과 맞춰가던 상황에서 자칫 리듬이 확실하게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갑자기 토스가 흔들리면서 오레올의 경우는 누워서 때리는 공격이 많았고, 결과적으로 정확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기도 했다. 이는 문성민과 박주형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속공수들과 호흡도 좋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만약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그냥 묻힐 수 있던 문제들이 패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나타났다는 것.
트레이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배구판에서 백업 세터를 영입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하다는 것. 가능하다면 백업 세터를 영입해 체력적인 부분이나 이승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가장 이상적인 부분은 이승원을 육성해 나가는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좋지 않은 습관들이 계속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타구단에도 몇 년 째 주전으로 활약하지만 세터라고 할 수 없는 세터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초반 어려움을 딛고 좋은 흐름에서 노재욱의 부상은 현대에게 매우 뼈아픈 부분이다.
과연 이 위기를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위기를 그대로 위기로 받아들이지 지켜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