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향기......박목월 :시인 (1916~1978)
어머니께서는
이런날 코에 스민 아른한 비누냄새가 난다
보리대궁이로 빗방울을 불어 울리던 저녁 노을 냄새가 난다
여름 아침나절에
햇빛 끓는 향기가 풍긴다.
겨울 밤 풍성하게 내리는
눈발 냄새가 난다
그런 밤에
처마 끝에 조는 종이 초롱의
그 서러운 석유냄새
구수하고도 찌릿한
백지 냄새
그리고 향긋한 어린날의 젖내가 풍긴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 김초애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줄 모르는 어머니
단것만 익혀 단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뀌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어머니......김동리
가을 들녘에 내리는 황혼은
내 어머니의 그림자
까마득한 옛날 이미 먼 나라로 가신
그러나 잠시도 내곁을 떠난 적없는
따스한 햇볕처럼
설운 노래처럼
언제나 내 곁을 맴도는
어머니의 그림자


엄마...... 정연복
세상에 태어나서
맨 처음으로 배우는 말
세상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엄마......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