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 사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인기 주간지 "우먼파워"에 10회에 걸쳐 게제한 글입니다.  


토론토에 이민와서 살면서 이상한 것 중의 하나가 특히 한국사람들 사이에서 토론토 대학 (캐나다 최고의 대학이라고 알고 있는데…)을 좋게 평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토론토 대학을 나오면 취직이 안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실제로 보면 토론토 대학을 졸업했다는 젊은이들이 편의점이나 소규모 점포에서 알바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부모의 가게에서 일하다가 주인으로 자리를 굳힌 이야기도 여러번 듣게 되었다. 난 그게 선진국의 심각한 청년 실업의 여파라고 생각했었다. 토론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안되서 다시 College (전문대)를 다닌 후에 취직을 했다는 사례도 여러번 들었다. 사람들이 토론토 대학을 나오면 취직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현상들이 도처에 있었다. 왜 그럴까? 너무 이론적인 교육만 해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기피하는 걸까? 그런 의문이 아이가 대학갈 때 쯤 되어 자료도 보고 귀동냥도 하면서 풀리게 되었다. 


어떤 분이 열실히 가게를 하면서 대학생 아들에게는 공부하라고 일도 안시키고 뒷바라지해서 아이가 토론토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졸업식장에 가보니 한쪽에는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쓰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는 졸업생인데 학사모를 안쓰고 있고 아들이 거기에 앉아 있더란다. 너무나 충격을 받고 낙심을 해서 그 뒤로는 가게도 열심히 안하고 평생 시작하지 않았던 골프도 배우면서 내 인생을 즐기며 사시는데 아들에게 가게 일을 좀 시켰더니 녀석이 아예 눌러 앉더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에서처럼 적지않은 수의 학생들이 학위를 받지 못하고 졸업을 한다. 토론토 대학에서 4년만에 학위를 받고 졸업하는 학생의 비율은 남자는 17%, 여자는 45% 정도로 평균 30%가 넘지 않는다고 한다. 통계를 보면 7년안에 졸업하는 학생이 약 80%정도 된다.(20%는 7년이 더 걸리든지 졸업을 못하는 것으로 보임) 1, 2학년에서 약 50%의 학생들이 전공과목을 수강 중에 취소(Drop)를 하거나 낙제 점수를 받아 중도 포기를 한다. 이 경우 그 전공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1년을 쉬고 다시 그 과목을 이수해야 학년을 올라 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수의 학생이  다른 전공으로 옮겨간다. 이런 과정에서 어떤 분야의 전공에서 학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이과목 저과목을 수강하며 졸업을 위한 학점 이수만을 하여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엔 학위가 없으므로 졸업을 해도 전공분야로 취직이 될리가 없다. 캐나다에서 사람들이 이력서를 쓸 때 한국에서처럼 무슨대학 무슨과 졸업했다고 쓰지 않고 대학교와 함께 자신이 가진 학사학위를 함께 적는 이유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학위를 따기 어렵고 학생들이 중도 탈락을 하게 되는 상황은 강제적이거나 등수를 매기는 상대 평가에 의한 것은 아니다. 모든 과목 성적은 절대 평가를 하는 가운데 반평균을 약 69점 (C학점) 으로 맞춘다. 보통은 중간고사를 어렵게 출제하여 평균이 60점 정도로 낮게 하고 기말고사는 다소 쉽게 출제하여 최종 반평균을 70점 아래로 수렴하게 하고 그래도 높거나 낮으면 인위적으로 모든 학생의 점수를 비례적으로 조정해서 최종 반평균이 69점이하(C학점)가 되게 한다. 학교 당국에서 이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지는 알 수 없으나 들리는 말에 의하면 어떤 강의의 최종 반평균 점수가 70점을 넘으면 그 강의를 다음 학기에 폐쇄시킨다고 한다. 특히 1학년때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간고사를 보고 나면 낙제 점수에 가까운 학생들이 대거 해당 과목을 Drop (취소)시켜서 중간고사 후에 대부분의 강의에 들어오는 학생의 수가 1/3가량 줄고 결국 1학년이 끝날때 약 50%의 학생들이 2학년으로 못 올라가고 학교를 떠나거나 전공 변경 또는 학년 재수를 하게된다.

 

토론토 대학에서 학점 받기가 이렇게 어려운 반면에 고등학교에서는 내신 점수를 아주 후하게 준다.  고등학교에서의 시험난이도는 숙제만 성실히 한 학생이라면80점 이상을 무난하게 받을 수 있는 정도다. 때문에 조금만 성의있게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90점 이상 우수한 성적을 받게 된다. 한국 교민 자녀들은 나름 공부를 열심히하기 때문에 90점이상 받는 학생들이 많다. 이전 글의 입학성적통계표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토론토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평균 점수가 약 85점이고 80점 정도의 학생도 많이 입학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엔지니어링과 상대 등의 경우는 좀 더 높아야 하지만, 그 정도면 고등학교에서 중상위권이면 들어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부를 잘 못하던 아이라도 부모가 맘먹고 성적 만들자고 과외 좀 시키고 공부 압박을 좀 강하게 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 정도도 아니고 자녀와 대화시간을 자주 갖고 잘 구슬러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마음만 먹게하면 그 정도의 성적은 학생 스스로 만든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최고의 대학이라는 토론토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큰아이는 토론토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친지와 친구들에게 토론토대학 입학했다고 하면 서울대 입학한  처럼 생각하지만 앞 글에서 설명한 것 처럼 입학은 어렵지 않다. 사실 고교에서 특목반 (IB Program)을 다니고 공부도 잘 했던 것에 비하면 능력보다 입학 기준이 낮은 학과에 입학한 것이다. 친구들은 다른 여러 대학들의 인기학과에 진학했지만 우리는 사회성이 좀 낮은 반면 집중력이 좋은 아이의 적성을 고려해 수학을 전공하도록 권유했고 아이는 지금 전공을 무척 좋아한다.

 

큰아이는 고3 IB Program에서 대학 1학년 수학을 이미 공부했기에 1학년때 여유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처음 입학해서는 “1학년때는 과외 알바를 좀 할까?”하며 엄마와 돈 벌 궁리를 하는 등 여유가 있었다. 2주째까지는 수업 시간에 교수의 설명을 잘 이해 못해 자꾸 질문을 해대서 다른 학생들을 짜증나게 하는 어떤 학생이야기를 하면서 자만심에 가득차 있었다. 그러더니 2주가 지나면서 아이의 표정은 바뀌기 시작했다.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첫주에 약 120명 정도이던 학생들이 중간고사를 보기 전에 30명이 줄었다고 한다. 중간고사를 봤는데 점수가 60점이 나왔다. 그게 반평균 점수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60점 아래로 성적을 받은 학생들 대부분은 수강취소하지 않겠니?” 했더니 그렇단다.

“그리고 나면 네가 거의 꼴찌네?” 했더니 말이 없다.

 

이때부터 여유는 사라지고 아이는 밥먹고 공부만 하더니 기말고사를 잘 봐서 그런대로 학점을 잘 받기는 했다. 그리고는 1학년이 끝나고 한학기에 5과목 수강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여름학기(보통은 방학)에 2과목을 수강하고 다음해에는 4과목만 수강했다. 2학년 특별전공 (Specialist Program) 수학과목 수업에 들어 갔더니 학생수는 60명 정도로 줄었고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계속 줄어들어 2학년 기말시험에 응시한 학생이 29명이라고 한다. 아이가 선택한 길이 전공 (Major) 보다 난이도가 높은 특별전공(Specialist) 프로그램이라서 무척 어려운 과정이기는 하지만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그 프로그램으로 졸업하는 학생수는 매년 약 10여명 정도라고 한다.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은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고 1년뒤에 전공을 바꾸든지 특별전공보다 난이도가 좀 더 낮은 전공과목을 이수하며 공부하는 햇수가 늘어나게 된다.  

 

쉬운 입학과 빡씬 공부. 토론토 대학의 입학제도는 한마디로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자신있으면 함 들어와 봐!" 이거였다. 난 이걸 줄여서 "함 드롸봐! 시스템"이라고 부르고 싶다. 자신있으면 들어와 보라고 문을 활짝 열어 놓으니 들어가는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으며 가벼워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