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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에 영어로 씌어진 한 권의 탁월한 철학서가 있는데 그것은 『공간, 시간 그리고 신성』Space, Time, and Deity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이런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알렉산더S. Alexander는 인류의 진지한 사고에 줄기차게 따라다니고 있는 문제를 우리 앞에 제시하고 있다. <시간>은 과정의 이행과 관계가 있고, <공간>은 얽혀 있는 존재의 각 형식들의 정태적인 필연성과 관계가 있으며, <신성>은 직접적인 사실을 넘어서는 가능태인 이상理想의 유혹을 표현하고 있다.

 

[...] 시간을 떠나서는 목적, 희망, 공포, 힘과 같은 것이 전적으로 무의미해진다. 역사적인 과정이 존재하지 않을 때, 모든 것은 지금의 그것, 즉 단순한 사실이 되고 말 것이다. 생명과 운동은 사라진다. 공간을 떠나서는 완성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게 된다. 공간은 도달의 정점靜點을 표현한다. 그것은 직접적인 실현의 복합성을 상징한다. 그것은 사실로서의 성취이다. 시간과 공간은 우주를 이행의 정수精髓와 성취의 매듭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내 준다. 이행은 실재하는 것이며, 성취도 실재하는 것이다. 어려움은 언어가 이 양자 가운데 하나를 설명함이 없이 다른 하나를 표현하려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신성이 있다. 그것은 중요성, 가치, 그리고 현실적인 것들을 초월하는 이상 등을 가능케 하는 우주 내의 요소이다. 우리 자신을 넘어서는 가치에 대한 감각이 생겨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신성의 이상들과 공간적인 직접태들과의 연관에 의해서인 것이다. 초월적인 우주의 통일성과 실현된 현실태들의 다수성은 모두 신성에 대한 이와 같은 감각을 통해 우리의 경험 속에 들어온다. 초월적인 가치에 대한 이러한 감각을 떠날 때, 실재의 타자성은 우리의 의식 가운데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을 초월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험되는 모든 사물들은 오직 우리 자신의 유아론적唯我論的인 존재 양태에 속하는 불모의 세부사실이 되고 말 것이다. 세계에는 다수의 현실태들이 있다는 사실과, 세계에는 실현된 가치를 보존하고, 또 실현된 사실들을 넘어서는 이상들로 이행하기 위한 통일성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우리가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신성에 대한 감각에 힘입어서인 것이다.

 

따라서 공간, 시간, 신성은 반성적 관념의 세 가지 유형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술어術語이다. [...] 주로 인간 각자의 삶은 보다 고차적인 반성을 수반하고 있지 않은, 직접태에서 직접태로의 특징 없는 추이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동물의 생활과 인간의 본성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온갖 유사성들을 아무리 강조한다 하더라도, 그들 간에는 반성적인 경험의 영향력과 관련되어 있는 커다란 간극이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이러한 반성적인 경험은, 서로 전제되어야만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그런 세 가지 주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밀접한 결합에 대한 경험이 있다. 이는 공간적인 경험이다. 과거로부터의 발생 및 미래에 던져지는 결정에 대한 경험이 있다. 이는 시간적인 경험이다.

 

여러 이상理想―영입된entertained 이상, 지향하고 있는aimed at 이상, 성취된 이상, 사라져 버린 이상―에 대한 경험이 있다. 이는 우주에 존재하는 신성에 대한 경험이다. 이러한 궁극적인 경험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의 뒤얽힘은 본질적인 현상이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 자신 밖에 있는 우주와의 관계를 경험한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우리 아닌 것과의 관련하에서 우리 자신을 가늠한다. [...] 인간의 경험은 명백히 자신과 외적인 기준을 관계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는 이상理想의 원천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원천의 실제적인 양상은 현재의 경험에 내재하는 것으로서의 신성이다.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감각은, 이상들의 신적인 통일성 속에서 결코 사라짐이 없이 영속하고 있는 과정으로서의 우주에 대한 직관이다.

 

그러므로 신성과 역사적인 과정 사이에는 본질적인 관련성이 있다. 이런 까닭에 과정의 형식은 과거로부터 파생되는 것에 전적으로 매달려 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시대epoch가 무망과 실패의 와중에서 마감되어 갈 때, 과정의 형식은 질서의 새로운 형식들을 수반하고 있는 다른 이상들을 이끌어 내게 된다.

 

과학은 과거를 탐구하고, 과거에 성취되었던 형식들에 힘입어 미래를 예견한다. 그러나 현재가 그 자신이 계승한 중요성의 양태들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 되기에 이를 때, 신적인 영향력은 역사적 과정 속에다 다른 이상들로의 새로운 지향을 심어 놓는다.

 

과학은 지나간 사실들의 이행에 관심을 둔다. 역사는 이상으로의 지향을 이야기한다. 과학과 역사 사이에는 신적인 힘의 충동이 작용하고 있다. 생기 없는 과학적 사실들을 살아 있는 역사의 드라마로 변형시키는 것은 세계 내의 이와 같은 종교적인 충동이다. 이런 까닭에 과학은 결코 역사의 끊임없는 참신성을 예언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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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사고의 양태(Modes of Thought)>>(오영환·문창옥 옮김, 다산글방, 2003), pp.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