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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는 애초부터 사고와 사건이라는 두 개의 프레임이 겹쳐진 참사였다. 말인즉슨 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제 이 두 장의 필름을 분리해야 한다. 겹쳐진 필름이 이대로 떡이 질 경우 우리는 이것을 하나의 프레임, 즉 '세월호 침몰사고'로 기억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 [이 타이틀은] 별다른 오류가 없어 보이지만 여기엔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함정이 있다. 명사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리고 인간의 무의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를 '사고'로 인지하기 마련이다. [...]

 

사고와 사건은 다르다. 사전적 해석을 빌리자면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을 의미한다. 반면 '사건'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받을 만한 뜻밖의 일을 의미하는데 거기엔 또 다음과 같은 해석이 뒤따른다. 주로 개인 또는 단체의 의도하에 발생하는 일이며 범죄라든지 역사적인 일 등이 이에 속한다. [...] 세월호 사고와 세월호 사건은 실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나는 후자의 비중이 이루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 지금 저들은 '사고'란 타이틀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고, 사고, 사고란 단어가 거론될 때마다 겹쳐진 필름이 떡이 진다는 사실을 저들은 잘 알고 있다. 3족을 멸하듯이 유병언을 부각시킨 이유도 그것이다. [...] 유병언은 사고의 책임자지 국가가 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의 책임자는 아니다. 사건의 책임자는 따로 있다. [...]

 

[...] 우선 사고에는 의도가 없다. 자연재해가 그러하며 인재의 경우에도 실수, 태만, 방심에 의해 비롯되는 것이지 의도한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 사고는 사건이 된다. [...] 신고와 구호·수습의 '의무'를 저버린 데에는 분명한 '의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 이 의도가 있으므로 해서 사건에는 위장과 은폐, 의혹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 어쨌거나 공공의 주체인 당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들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다.

 

[...] 거짓말은 의도에서 비롯된다. 아니, 거짓말은 그 자체가 의도이고 사건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토록 많은 거짓말이 필요했던 사고 수습은 없었다. 당신들은 어떤 의혹을 받아도 싸다. [...]

 

사고로 위장된 사건은 있어도

사건으로 위장된 사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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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 2014), pp. 5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