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이라는 영화에 평소 내가 좋아하는 김정미님의 노래들이 나온다고 하여 관람하였다. 물론 '초록물고기'를 시작으로한 송광호라는 사람의 미친연기를 보고싶기도 하였다. 영화내용은 1970년대 부산에서 마약을 제조해서 판매하면서 겪는 주인공의 일대기인데, 70년대와 80년대가 주는 다양한 오브제를 적당히 버무려서, 익숙한 노래들로, 연기파 배우들의 애드리브에 살짝 얹은 영화였다. 워낙 소재가 좋다보니, 좀더 신경써서 여러분야의 전문가들 조언과 장소섭외와 빈티지소품들을 사용하였다면 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관람전에 악평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8점 이상 평점을 줄수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관람후에도 하루정도 영화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힘들었다. 영화의 관점은 두가지로 나누어 볼수 있는데, 주인공인 마약왕 송광호(이두삼)의 시점과 검사 조정석(김인구)의 시점이다.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송광호인지 조정석인지 정체를 대입해 보면 된다. 나는 관람 내내 송광호가 되어서 비틀거리면서 스크린을 돌아다녔다. 마약을 제조하고 밀수시켜 판매하면서 점점 나락에 빠져가는데, 누군가가 와서 절실하게 도와주기를 마치 악몽에서 깨어나오지 못해 가위눌려 죽을듯한 순간에 간절하게 마비된 몸둥아리를 움직여보는 느낌이랄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쫒아와서 죽음직전에 건져올려주는 조정석의 존재가 감사할 따름이다. 영화에서는 조정석이 송광호를 총격전 끝에 검거하는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렇게 검거해서 감옥에 격리시켜주지 않았다면, 송광호는 자기 스스로 죽어갔을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끝없이 제어가 안되는 나락에 빠지고 있을때 엄한 존재가 지켜보고 있어 나를 구속하여 구해준다면, 비록 두렵고 부끄러운 상황이지만, 감사할 따름이다.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대사이었지만, 뽕을 만드는 기술자가 뽕을 맛보기 시작하면 끝장난다고 조심하기를 선배기술자가 누누이 강조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마약의 유혹을 제조/유통하는 사람이 뿌리치기 얼마나 어려울까. 하지만, 그 압박을 이겨내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의 압박을 이겨내야 한다.

옛날에 자주가던 오디오가게 사장님께 질문하기를, "이렇게 좋은 오디오들을 많이 취급하시는데, 사장님 댁에서는 도대체 어떤 오디오로 듣습니까?" 사장님 왈 "난 집에서 오디오 안들어요. 좋은 오디오는 팔아야지, 내가 쓰면 안되죠! 대신에 다른 취미 생활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분의 대답이 갑자기 떠올랐다. 하여간,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이입도 잘되고 익숙한 볼거리와 음악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곡으로 나오는 김정미님의 [바람]과 도니제티의 [남몰래흐르는 눈물]을 끝까지 다 듣고 일어섰다.


[김정미 - 바람, 1973년 초반 싸인반, WE757스피커소리]


[도니제티 - 남몰래 흐르는 눈물, 파바로티, WE757스피커소리]



김정미님의 노래들은 1972년과 1973년 4장의 신중현씨 기획앨범에 있다. 이중에 1973년에 발매된 두장의 앨범에 [바람]이 들어있다. 동일한 녹음인데, 음반에 따라 늬앙스가 약간 다른것 같다. [김정미 최신앨범 바람/추억] [NOW] 이 두장의 음반은 한국 음악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이 두편의 음반으로 김정미님은 수많은 팬들을 아직도 확고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싸이키델릭 애호가들의 찬사를 듣고 있다. 이번 영화에 김정미님의 [바람]을 메인곡으로 사용하였다는것에 매우 큰 점수를 부여하고 싶다. [바람]을 사용하였다는 것은 1970년대 그당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고, 가장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증거라고 할수 있다. 앨범 쟈켙과 추가 노래들을 올려 본다.

NOW앨범의 타이틀곡인 [햇님]의 경우 2013년 헐리우드 개봉작인 The Double 이라는 영화의 엔딩곡으로 나오며, 한국가요중에 헐리우드 영화 엔딩곡으로 사용된 최초의 노래이다. 그만큼 외국에서는 김정미와 신중현의 음악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정미 최신앨범 수록곡 - 바람]

[김정미 NOW 수록곡 -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