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Alone.

살다 보면 본의아니게 혼자 남겨질 때가 있다. 부모님이 부부동반 여행을 떠난다거나, 학교에서 6교시에 잠들었는데 친구들이 안깨우고 간다거나, 회사에서 업무에 몰입해있다가 밥때가 된 거 같아 일어나보니 아무도 없다거나 할 때 말이다. 별일 아니어도 괜한 서운함, 아쉬움 그리고 공허감 같은 빈 마음들이 가슴을 채우곤 한다. 그러나 이것들이 생명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내가 혼자인 공간이 우주라면 어떨까? 그냥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굉장히 춥고, 외롭고, 힘든 느낌이다. 나에겐 바로 그 느낌이 그래비티를 보면서 느껴지는 긴장의 바탕이 되었다.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나온 라이언 스톤 박사. 그녀의 우주 임무의 가이드 격인 베테랑 우주 비행사 맷 코왈스키. 두 사람은 다른 인공위성의 폭발로 인한 잔해에 의해 우주의 미아가 된다. 타고온 왕복선은 파괴되고, 산소나 연료 모두가 부족한 상황이라 러시아 우주정거장으로 이동한다. 우주 정거장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착지에 실패하여 맷은 영원히 우주의 미아가 된다. 그리고 라이언 박사는 그렇게 홀로 지구로 생환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그래비티의 시작은 장엄하다. 거대한 지구를 비춰주면서 시작하는 오프닝은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영화의 오프닝 보다 인상적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점에서 우주선으로 카메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그 과정은 인간의 외소함을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넓고 광활한 우주에서 인간이 하는 이라고는 고작 고장난 허블 망원경을 고치는 일이다. 그 고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선발된 사람은 수년간 우주 과학은 연구하고 공부했을 박사이다. 우주와 지구와 인간이 대비되면서 느껴지는 그 경이로움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하겠다. 


주인공 (라이언, 맷)들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이 조용한 영화에서 블록버스터 액션을 연출해내었고, 덕분에 스토리의 심각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장면이 원테이크로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라이언 박사와 사고 상황이 번갈아가며 카메라의 중심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우주선으로 부터 멀리 떨어진 라이언 박사의 헬멧안으로 카메라가 이동하게 되는데, 이 쯤 되었을 땐 이건 CG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시선을 오가며 우주와 사람을 찍어대는 이 카메라 워크는 정말 그래비티를 극장에서 봐야 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게하는 명장면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원테이크로 장시간 잡는 신이 많이 나오는 듯 느꼈다. 추측하건데 우주라는 배경을 담아내기 위한 선택이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 마치 배경을 모두 담기위해 디카를 파노라마 모드로 찍는 것 처럼 말이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러시아 착륙정 소유즈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지구 관제센터와 연결하기 위해 통신기를 조작하다가 AM주파수에서 지구의 어느 한 가정과 연결이 되는데 - HAM으로 추정 - 뭐라 뭐라 응답하는 것에 환희를 느꼈다가, 강아지 소리를 들으며 관제센터가 아님에 절망하게 된다. 

그렇게 교차하는 희비속에서 지구와 연결되는 것에 대한 갈망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알아 들을 수 없는 얘기를 서로하면서 나중엔 라이언 박사만이 그저 혼자 얘기하고, 강아지 소리도 따라하고 울고 하는 장면은 관객이 나 조차도 그냥 절망감이 빠져들어 의자에 나를 파묻기도 했다. 그러다 언뜻 들린 아기 목소리에 라이언 박사는 어렸을 때 죽은 딸을 떠올리고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래비티의 사전적의미는 3가지가 있다. 익히 알고 있는 "중력", 그리고 "심각함, 엄숙함"이 그것들이다. 영화 그래비티에서는 저런 형용사들이 잘 어울리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어떤 블로거의 말처럼 비록 우주와 지구가 주연이고, 배우는 누가 나와도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살고자하는 간절함 만큼은 두 배우가 아주 잘 표현해주었다고 말하고 싶다. 


우주를 가보기 전에 만끽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영화, 그래비티 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