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못된 결혼을 한 거 같아. 나는 자기 커리어가 이렇게 힘겨운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 나와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어. 나와 똑같아지려는 사람이 아니라."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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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이 책을 모두가 읽어야할 충분한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이라 스트로버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사상 최초 여성교수이다. 

이 책은 여성으로서 경제학계에서 그녀의 위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으며, 책 후반부에 그녀를 포함해 그녀와 뜻을 함께한 여성 학자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남학생들의 관심은 짜릿한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여성과 남성을 떠나 현대 사회에서 화두가 되어있는 성대립에 대해서 생각의 꺼리를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공부할 당시 경제학계는 충분히 남성우월주의적인 문화를 갖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저자는 여성 경제학자로서 여성의 노동 문제를 화두로 만들어 그 공로를 인정받아 박사학위를 얻는다. 이런 선구자의 노력이 관습에 균열을 만들고 성별과 무관하게 관심있는 학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재의 우리는 저자와 같은 사람들의 노력 위에서 성대립의 문제를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1960년대 법으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현대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제도를 통해 의무적으로 여성들에게 여러 기회들을 보장하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는 남성들이 역차별을 느낄 정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차별과 역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적당한가"에 대한 고민이 되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어떠한 감성적 교류도 없이 보장받은 지위를 얻는 것은 그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불평등으로 느껴질 뿐이다. 


저자는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그들로 부터도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경험한다. 대학을 진학하는 과정에서도, 결혼을 하고, 학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저자는 가사로 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하물며 그녀가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지했던 남편조차도 어느 지점에서는 그녀의 사회활동을 불편하게 여긴다. 

이런 과정은 현대 사회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얘기들이다. 누구나 경험의 무게가 다를 뿐 비슷한 일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오직 국가에게 자리의 보전만을 요구한다면 이는 대립의 해결이 아니라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한국내 페미니스트들이 남성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주 과격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목소리만 들려서 그렇지 화해와 화합을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자신과 함께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남성과 여성을 떠나 그들이 있었기에 자신의 의지를 세우고, 자신의 영역을 비롯한 여성의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현재의 우리는 저자와 같은 앞선 투사들의 토대위에 살고 있다. 페미니즘이 처음 자리를 잡을 시기에는 남성우월주의가 만연해서 그 생각에 균열을 내기 위해 과격한 활동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지식과 교화로 그 남성우월주의를 지우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자신의 영역을 만들고 지키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 되겠지만, 뜻을 함께하는 동료를 얻어야만 이 문제는 화해와 화합의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모두가 꽃길을 걷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