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를 재배하는 농부들에게 다른 작물을 가꾸도록 하는 작물 대체 계획은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문제가 있다.

양귀비는 다른 작물과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양귀비가 자라는 땅에 다른 작물을 심기 위해서는 관개시설을 해야 하고, 비료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는 거의 불가능한 일에 대해 어느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또 한가지 문제는, 대체 어떤 작물이 양귀비가 가지고 있는 높은 수익성을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아편만큼 손쉽게 운반할 수 있고 품질에 변화가 없는 작물이 어디에 있겠는가. 또 아편 시장만큼 안정적이며 언제나 예측 가능한 가격을 보장받는 작물이 있는가. 이와 같은 기준에 들어맞는 대체 작물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편을 근절하겠다는 계획 역시 정치,사회적인 영향을 충분하게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동남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이용하거나 강력한 법을 이용해 아편을 근절시키는 것은 국제적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황금의 삼각지대는 전쟁터가 될 것이며, 미얀마와 태국은 영토분쟁에 휩싸이고, 중국도 분명히 이 싸움판에 끼여들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면 고산지대에 사는 부족들 중에 수백만 명은 죽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환경도 파괴될 것이다. 따라서 양귀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먼저 막대한 규모의 경제,문화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런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이는 1993년 마약과 싸우기 위해 콜롬비아를 지원한 미국의 일괄 원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단 1년 만에 기술적인 지원을 포함하여 현금 7,300만 달러를 지원하였다.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원금과 물품이 적재적소에 계획대로 사용되고 있는가를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감시활동은 자칫하면 내정간섭이 되기 쉬운 점을 감안할 때 양귀비 근절을 위한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설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 지역에서 사라진 아편의 양만큼 다른 지역에서 재배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편은 공급이 줄어든 만큼 가격은 폭등하여 목숨을 걸고 해볼 만한 매력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일부 국가의 경우, 국가 전체 경제가 마약 거래에 의존하는 비율이 아주 높은 경우가 있다. 이것은 마약 경제(narco-econom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렇기 때문에 밀수업자들은 빈곤한 국가들의 경제를 보완해 주는 집단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사실 밀거래꾼들은 비록 불법이기는 하지만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이고 실직자들을 구제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콜롬비아의 경우 전체 노동력의 10%가 마약 거래에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국가일수록 마약으로 조성된 자금이 정치권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막대한 양이 정치권과 연결되어 있다. 마약 범죄 집단과 정부 관리의 이런 관계를 끊게 하는 방법은 있다.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지 않도록 급여를 충분히 주면 된다. 그리고 공무원들의 복지를 증대시키고, 승진을 시킬 때는 철저하게 실적에 따르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방법을 사용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마약을 공공연하게 재배할 정도인 제3세계 국가들은 거의 모두가 가난한 나라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적은 급여에 시달리고, 복지정책은 수준 이하이며, 승진을 위해서는 뇌물을 써야 한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약으로 만들어진 막대한 현금을 주었을 때 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공무원들에게 급여를 많이 지급하는 것이 가난한 현실에서 당장은 어렵겠지만 양귀비 재배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