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수형인들 '눈시울', "70년 맺힌 한(恨) 이제서야..."

2019.08.22 18:03:00

 

- 4.3도민연대-청구인 18명, 첫 '형사보상' 판결 입장

"71년만의 사법정의...법원 결정문은 국가 사죄문"

 

▲ 첫 4.3형사보상 결정 관련 4.3 수형인 청구인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종합] 제주4.3 당시 자행됐던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계엄 군사재판(군법회의)으로 투옥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3수형인들에 대해 사상 첫 형사보상 결정이 내려지자, 당사자들인 수형인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해 했다.

그동안 재심재판에 이어 이번 형사보상 청구 재판까지 청구인인 4.3수형인들과 함께 해 온 제주4.3도민연대와 재심과 형사보상을 청구했던 4.3생존수형인들은 2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4.3도민연대 양동윤 대표와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그리고 71년만에 이뤄진 재심재판을 통해 무죄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후 이번에 형사보상을 청구했던 18명 중 김순화.김경인.김평국.박내은.오희춘 할머니와 박동수.양일화.양근방.오영종.조병태.부원휴.현우룡 할아버지 등 12명이 참석했다.

 

재심 선고공판이 끝난 후 세상을 떠난 고(故) 현창룡 할아버지의 유족도 함께 했다.

 

양근방 할아버지는 "그야말로 70년 지난 한이 풀리는 것 같다. 우리가 겪어온 세월을 생각하면 아마 형무소에서 말할수 없는 그런 고초를 느끼고 살아왔는데 이런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평국 할머니는 이번 판결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4.3당시 끌려간 후) 미친개 패듯 맞았다. 병신 강아지 취급을 했다. 구두발로 때리는데 머리가 뒤틀어질 정도였다. 사람꼴이 아니었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할머니는 "그런 고생을 따지면 돈으로는 해결이 안된다. 돈으로 비교하면 안된다"면서 이번 '형사보상'을 금전적 문제로 바라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다른 수형인들도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비로소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 현창룡 할아버지의 아들은 재심재판이 끝난 직후 현 할아버지가 타계하면서 이번 형사보상 결정을 지켜보지 못한 것을 애석해하며 눈물을 흘렸다.

 

▲ 첫 4.3형사보상 결정 관련 4.3 수형인 청구인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첫 4.3형사보상 결정 관련 4.3 수형인 청구인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 "국가잘못 준엄하게 단죄한 사법부에 감사...결정문은 국가 사죄문"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재심재판을 함께한 18분의 할머니.할아버지들과 더불어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오늘의 4.3형사보상 결정에 이르기까지 6년의 세월 동안 고령과 고문 후유증으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고생하신 열여덟 분의 4.3수형생존 할머니.할아버지들 수고하셨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위로했다.

 

그는 이어 "이번 형사보상 판결에 있어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할 몇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첫째 '형사보상 청구사유가 법이 정하는 요건을 갖췄고 보상청구액도 수긍된다'고 밝힌 검찰의 전향적인 자세를 주목하고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어 "두번째로는 '4.3사건의 역사적 의의와 형사소송법의 취지 등을 고려해서' 최고 수준의 보상액을 결정한 제주지방법원의 결정취지를 주목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오늘 4.3특별법, 4.3진상조사보고서, 대통령 사과에 이은 4.3형사보상 판결 확정이라는 4.3해결의 새로운 역사적 전기를 보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사법부가 4.3당시 초법적인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법적인 사죄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4.3당시 제주도민에게 부당하게 행사된 국가공권력에 대해 준엄하게 책임을 물어 4.3 71년 만에 초법적인 인권유린에 대해 단죄를 하며 사법정의를 곧게 실현한 사법부에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 대통령 사과하고, 희생자 결정해줘도 국가가 제대로 응답하지 않으면 명예는 회복되지 않은 것"이라며 "오늘 나눠드린 결정문은 국가가 잘못을 인정해서 이분들에게 드리는 사죄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오늘의 판결이 향후 4.3해결의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 임재성 변호사 "국가 불법행위 첫 보상...별도의 국가배상 청구 예정"

 

4.3재심과 형사보상 사건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현장에서 수형인들에게 법원에서 발급한 형사보상 결정문을 전달한 후, "변호인으로서도 오늘은 기쁜 날"이라며 피해 수형인들을 위로했다.

 

임 변호사는 "이번 형사보상은 국가가 불법행위를 한 후 이뤄진 첫 보상"이라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감옥에서 갇혔던 시간을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이 분들이 억울한 재판을 받고 옥살이를 하고 전과자로 살아온 기간에 대한 위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별도의 국가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초사법적 처형 4.3수형인 2530명...4.3특별법 개정안 처리 '과제'

 

한편, 이번에 형사보상 인용 결정이 이뤄진 수형인 18명은 4.3 당시 10~20대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이다.

 

4.3당시 불법 군법회의의 '초사법적 처형'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도민 4.3수형인은 약 253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상부 명령에 따라 집단처형(총살) 됐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실형을 언도 받은 사람들은 제주도에 형무소가 없어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이송돼 분산 수감됐는데, 형기를 채우고 출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열악한 형무소 환경 속에서 옥사하는 이도 있었다.

 

첫 무죄 판결에 이은 이번 형사 보상 결정으로 앞으로 4.3수형인 명예회복 과제는 '제주4.3특별법 개정'이 최대 과제로 꼽히고 있다. 4.3당시 불법군사재판을 무효로 규정한 특별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4.3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작업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를 비롯한 제주도내 4.3단체와 시민사회, 정당 등에서는 22일 법원 결정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는 성명을 발표했다. <헤드라인제주>

 

김재연.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