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계열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이 바롤로 와인투어를 신청하셨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얻으려고 밀라노 디자인 출장 왔다가 하루 시간 내어 바롤로 와인투어를 결정한 거라 했다.


이 여행자분들은 예전에는 거래처 직원 만나면 볼 일만 끝내고 헤어졌는데 최근에는 저녁 모임을 자주 갖는다고 했다. 모임에서 와인은 스토리텔링 거리가 많아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라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 한국에서 병(bottle)으로만 만나고 들어오던 바롤로 생산자들을 직접 만나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게 되어 흐뭇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에서 있을 저녁 모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이번에 다녀간 와이너리는 도메니코 클레리코(Domenico Clerico)와 레나토 랏티(Renato Ratti) 와이너리 두 군데였다. 투어 시기가 4월 초라 포도 가지 형태(수형)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 포도밭의 풀은 푸르렀고 사이사이로 민들레꽃이 노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도메니코 클레리코 사망 전후 몇 년 간은 일절 방문신청을 받지 않더니 제한적이지만 소수 와인 애호가한테 문을 열기 시작했다. 건물 외형은 지속 가능한 소재로 지었고 주위의 언덕 능선을 따라지어 언뜻 보면 보수지향 와이너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내부는 최첨단 소재와 기술이 집적된 건축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현대적 건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메니코가 생전에 좋아하던 전통과 현대의 결합 취향이 건물에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건물이 현대적인 것 같다고 직원한테 말했더니 "그렇다. 그것 때문에 바롤리스트 사이에서 화젯 거리가 되고 있다"고 답했다.


바롤로 보이스의 전 멤버였던 도메니코 클레리코의 영향력을 봤을 때 그럴 만도 할 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나토 랏티(Renato Ratti)는 브라질에 있는 와인 양조회사에서 근무하다가 1960년대에 고향인 랑게로 귀국한다. 현재 와이너리 건물이 있는 라모라 마을 아눈지아타(Annunziata) 포도밭 중 일부를 구입한다. 그리고 1965년 레나토 생애 첫 와인인 마르체나스코(Marcenasco) 바롤로를 생산한다.


<사진: 레나토 랏티 와이너리 외관과 마르체나스코 포도밭, 이미지 출처:레나토 랏티 와이너리>


아눈지아타 포도밭에서 재배된 네비올로로 양조해 만들었으면 아눈지아타로 불러야 마땅하나 레나토 랏티는 마르체나스코로 부르기로 했다. 마르체나스코는 원래 수도원 소속의 포도밭이었는데 종파가 다른 수도회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이름을 아눈지아타(뜻: 성모 수태)로 바꾸었다. 원이름에 향수를 갖고 있던 레나토가 원래 지명을 다시 복구한 것이다.


레나토 랏티 와인 라벨은 군인들이 모델로 등장해서 눈 길을 끈다. 라벨의 각 모델들은 19세기 초 랑게 지역을 지키던 군인들과  소속 부대별 공식 군복을 입은 그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