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놀이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다

인기 교양 강좌 <연극 놀이로 몸 마음 가꾸기>의 손윤락 교수님 인터뷰


어느덧 3학년 1학기가 되었다. 90학점 가까이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의지가 부족해서 꾸벅꾸벅 졸다가 끝난 수업도 있었고 교수님의 말씀 한 마디가 마음에 큰 울림을 남긴 경우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다. 바로 우리 학교의 일반교양인〈연극 놀이로 몸 마음 가꾸기〉였다. 나는 2018년 2학기에 이 강좌를 수강했다. 이 수업을 듣게 된 건 주변 사람들로부터 ‘재미있다’는 추천과 ‘연극 놀이로 몸과 마음을 어떻게 가꿀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 학기를 끝마친 뒤엔 나도 사람들에게 ‘졸업 전 꼭 한번 들어보면 좋을 강좌’라고 말하고는 했다. 그래서 평소〈연극 놀이로 몸 마음 가꾸기〉가 궁금했을 학생들에게 소개를 해보려 한다.〈연극 놀이로 몸 마음 가꾸기〉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담당 교수이신 손윤락 교수님을 찾아갔다.



〈연극 놀이로 몸 마음 가꾸기〉는 매주 두 시간씩 책상이 없는 교실에서 진행되었다. 수업이 시작되면 30명의 학생들이 둘러앉아 그날의 주제에 맞춰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는 크게 ‘나, 타인, 도덕적 딜레마, 사회 안에서의 시민’으로 나차 범주가 넓어졌다. 학생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나누고 나면 후반부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극 놀이를 했다. 균형을 맞춰 서로의 손을 연결하기도 하고 한 상황이 주어지면 서로 역할을 나눠 즉흥 연기를 펼치다가 그 역할을 서로 바꿔서 해보기도 했다. 한 학기의 마지막 수업엔 조마다 10분씩 연극을 발표했다. 수업을 들으며 학우들과 공유하고 싶은 고민 지점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내가 속했던 조는 ‘입사 면접의 부조리’를 다뤘다. 타대학교 친구들에게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자, 연극영화과가 아닌 이상 일반 학생들이 직접 연극을 해보는 수업은 없다고 했다. 나도 평소 연극 관람을 좋아하고 직접 희곡을 써보기도 했지만 직접 연기를 해볼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손윤락 교수님은 어떻게 이 수업을 기획하게 된 걸까.

우리 대학에서〈연극 놀이로 몸 마음 가꾸기〉이 시작된 건 2015년 2학기였다. “2015년 한국교양기초교육원에서 공모한 ‘인성교육 3.0 대학 교양 교과목 개발’ 사업에 우리 팀 연구 프로젝트가 선정되면서 만들어진 수업이에요. 우리나라의 기존 인성 교육은 이론에 머물러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설령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인성 함양이 가능한지에 의문이 들었죠.” 손윤락 교수님은 이를 표현하기에 ‘연극’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나는 수업을 들으며 내심 놀랐던 게 학생들의 참여도였다. 처음엔 연기를 부끄러워하던 학생들도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했고 내면의 이야기를 꺼냈다. 손윤락 교수님도 수업 중 기억에 남는 건 학생들이 서로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눌 때라고 했다. 그는 “몸이 움직이면 마음이 열리게 되어 있어요. 단순한 동작들을 함께 하면서 처음엔 나 자신을 만나고 그다음엔 타인과 관계를 맺는 거죠. 한 학생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다른 학생들이 따라 부르기도 하죠.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울컥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작은 부분일 수 있지만 학생들이 진심을 이야기한다는 데에서 감동을 느끼곤 해요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을 풀어낼 공간이 필요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손윤락 교수님은〈연극 놀이로 몸 마음 가꾸기〉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거리두기’라고 했다. ‘거리두기’는 연극 활동 뒤에 그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다. 내가 어떤 말과 표현을 했는지, 이걸 왜 했는지, 무엇이 남았는지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손윤락 교수님은 “사실 연극놀이를 통한 교육은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교육 방법론으로 시행되고 있어요. 경쟁사회로 치닫는 오늘날 꼭 필요한 수업이거든요. 경쟁은 발전을 낳지만 '경쟁사회'란 이미 그것이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를 말하죠. 경쟁에서 이기도록 교육하지만, 1등이 꼭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놀이를 통해 함께 나아가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 다만, 우리 수업의 취지와 달리 상대평가로 학점을 부여해야 하는 모순점이 아쉬워요.”라고 했다.

〈연극 놀이로 몸 마음 나꾸기〉는 내게 있어 여러모로 파격적인 수업이었다. 첫 수업 때만해도 마지막 시간에 연극 발표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학우들과 함께 내가 바라본 사회와 그 안에서의 내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한 학기동안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실제로 고민했던 지점을 연극으로 풀어내니 어느새 무대에 서있었다. 팀플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함께 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은 덕분이었을까. 그 바탕엔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존중하며 경청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학우들과 교수님이 있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A+을 받진 못했지만 분명 행복한 시간이었다. 새로운 ‘나’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졸업 전에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웹진 기자 오수진 (국어국문.문예창작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