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야생화 시집을 펴내며/유유

 

한라산 앞을 가렸던 구름이 구겨졌다 펴졌다를 반복한다. 박무같이 연한 면사포 분위기를 보여 곧 백록담의 정상 모습이 보이려니 했는데 금세 진한 장막을 치고 얼굴을 숨겨 버린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매일 아파트 거실 창문에 비치는 한라산의 경치를 감상하며 그날 하루의 일과를 계획하는 사례가 많기에 산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산을 보는 것보다는 산 앞의 구름 모습이나 발코니 주변에서 춤을 추는 새들의 비상에 눈길을 주게 된다. 특히 비 온 후 갤 때 구름이 펼쳐지는 광경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땐 구름이 한라산 얼굴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장식을 해서 한라산이 저렇게 화장을 하는구나!” 하는 상상을 갖게 하기도 한다. 북쪽에서 보는 한라산은 깊은 계곡과 험한 바위 절벽이 많아 강한 남성미를 뽐내게 하면서도 서쪽에서 바라보는 백록담의 형태가 여자의 젖꼭지 닮아 보이고 동쪽도 부드러운 능선이 나타나 여성스럽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기에 한라산이 화장하는 여성이라 한들 무슨 상관이랴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데 한라산은 우리나라의 영산으로 이리 보든 저리 보든 꿋꿋한 그 산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더 중요한 것으로 충분함에도 왜 이렇게 보이니 저렇게 보이니평가를 하게 되는가가 한심스럽기도 하다.

빌어먹을!

    






 

지난 2년간 써 온 들을 모아 책으로 내게 되었다. 거의 매일 새벽에 글 한 편씩을 쓰는 습관이 있는데 2년 동안은 제주도에서 사진 촬영한 들꽃들을 대상으로 삼아 몰두해 보았다. 어느 하나의 꽃이 소재로 선정되면 그 꽃에 대한 공부를 마친 후 꽃 입장을 대변한다거나 꽃을 감상해본다거나 하는 형식으로 글을 짓고 꽃말을 포함한 해설을 덧붙였다. 글은 우선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와 개인 블로그에 직접 작성하였으며 완성되었다고 판단되면 이를 복사해서 [한국어맞춤법/문법검사기](http://speller.cs.pusan.ac.kr/) 넣어 1차로 교정을 본 후 다시 [아래 한글]에서 두 번째 검증을 하였다. 가끔가다가 두 곳에서 서로 다른 원칙이나 의견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그 낱말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여 본 후 자유의지에 따라 글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늘 느끼는 것이 있었는데 글 내용이나 가치가 훨씬 중요한 것인데 왜 띄어쓰기나 맞춤법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가?’ 하는 문제였다. 아마 훌륭하고 멋진 글을 쓸 능력이 부족하니 글귀라도 잘 보이려는 것 아니냐고 자문자답해 보았다.

빌어먹을!

    





 

꽃 노래라는 제호의 시집 첫 장은 제주수선화에 대한 가 되었는데 ᄆᆞᆯ마농이라는 구절을 사용했다. 우리 한글에서 아래 아() 는 이미 사라졌지만, 제주도에서는 아직도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로 읽지 않고 라고 발음한다. 그래서 제주수선화의 제주식 이름을 몰마농이라고 하는데 몰은 말을 뜻하고 마농은 마늘의 방언이기에 말의 마늘이라는 뜻이 된다. 단어가 만들어진 과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제주도 토종의 수선화라고 하는 꽃의 느낌을 잘 표현해 보려는 뜻에서 이를 사용하였는데 혹자는 맞춤법이 틀렸다고 혹평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에는 깨구락지라는 표현도 썼다. 글을 쓰다가 보면 가끔은 사투리나 속어 또는 일상적 통용어를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머리끄뎅이라는 단어를 써놓고 검색을 해보니 머리끄덩이의 방언으로 나온다. 그렇지만 머리끄뎅이라고 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글이란 청산유수처럼 매끄럽게 흐르고 내용은 철학이 담겨 있으면 족한데 글자 갖고 따져야 하니 처량하다.

빌어먹을!

    





 

시집을 편집하는데 3개월이 넘게 흘렀다. 출판사에서 보통 다른 사람들의 시집을 출간하는 데에는 1주일도 채 안 걸린다고 하면서 이 책은 100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유는 치장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얼굴이 얼마나 못생겼기에 지웠다가 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했고 몸매가 얼마나 못났기에 입었다 벗었다 하기를 되풀이했을까마는 다만 주인공이 <>이었음을 강조할 뿐이다. <>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다 통할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었다.










꽃은 색깔이 조금만 달라도 본래의 모습이 왜곡될 수 있고 꽃술의 복잡함도 선명하지 못하면 다른 꽃으로 오해받을 수가 있음에 선명도와 강한 색의 진면목 보이도록 해달라고 주문하다 보니 수십 차례 의견과 교정이 오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글이 되었든 탄탄한 알맹이가 중요한 것인데 부실한 본질은 접어두고 껍데기에만 신경 써야 하는 주변머리가 개탄스럽기도 하다.

빌어먹을!

    





 

이러다가 정말 빌어먹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니 빌어먹어도 좋다 글만 잘 쓸 수 있다면 까짓것 무슨 상관이랴 하고 중얼거리면서 창밖을 내다본다. 오늘은 한라산이 어떻게 화장을 하고 나타날지 궁금하기도 하다. 유리창에 붙은 먼지 때문에 제대로 된 얼굴을 못 볼지 모른다면서 난간으로 나가 창틀을 조금 밀치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백록담의 정상 풍광을 빼꼼 바라다본다. 그러면서 조금만 더 글을 잘 쓰게 해달라고 빌어본다.








<출판사의 책 소개>

도서출판 [국보]에서 발행한 수백 권의 시집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책자로

도록에 버금가는 수준임에, 애서가가 장서로 소장해도 좋을만한 작품이 되었다.

제주도 야생화를 소재 삼아 꽃의 입장을 대신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구도 아름답고

소박한 들꽃에서부터 멸종위기의 희귀종까지 다양한 꽃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크게 분류한 후

월별로 다시 구분해 그 때에 피고 지는 야생화에 대해 감상토록 하고 있으며






들꽃 저마다 갖고 있는 특성을 들여다보는 로 엮었는데






글을 통해 꽃과 인간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함과 동시






제주도의 생태계를 엿볼 수 있게 하였다.




















블로그 활동을 중단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펼쳐 봅니다.

그렇지만 하던 공부 마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블로그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지는 못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