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어느때라도 감탄하며 경외하며 걷는 길,〈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가 책으로 출간되었답니다.

뒤늦게서야 시작되는 설악의 봄은

이제 막 깨어난 생명들이 산객들을 맞이하고

기암과 녹음이 어우러진 여름의 설악은 희귀 식생들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 속에선 언제나처럼 구름바다 두둥실 떠올라 있었으니

선계인지 설악인지 잠시 숨을 멈추고 셔터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계절의 지표이고 단풍의 시작점인 가을 설악이야 말해 무엇할 것이고

춥다 못해 통증으로 다가오는 겨울 설악의 매서운 바람은 또 어떠할 것인가.

 

앞으론 이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자신은 조금도 없다.

이보다 더 열정적으로 야생화 사진을 담으며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 글을 덧붙일 자신도 없다.

하루 산행에 천장 이상을 담아올만큼 나는 늘 설악에 충실했고

그 사진들을 일일이 정리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들여야 했다.

내가 할수 있는 최대치를 모두 설악에게 쏟은 것이다. 그런 설악의 사계를 책으로 담게 되었다.

 

늘 그것 같은 일상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어딘가 떠나보고 싶지만 선뜻 길을 나서지 못하는 분들께,

새로운 도전 앞에 계신 분께라면 더욱이나 추천하구요.

자연과 대화하며 걷는 오색찬란 설악 이야기에 새로운 세상을 만날수 있을 것이고

조금 지쳐있던 일상에 힘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험이기도 하니요.

오르고 또 오르고 담아낸 오색찬란 설악 이야기에 한권쯤 소장할 가치 있을거랍니다.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 검색을 해보시면 되구요~참고로,인터넷 주문이 10% 저렴하답니다~^^

(2020년 2월 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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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까진 지리산에 여름꽃들이 많이 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7월까지 기다렸다 노고단을 경유하려 했다.

그러나 가고자 할때의 이 마음이란건 내가 통제할 방법이 없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 7시 첫차를 타고 오랜만에 백무동으로 간다.

 

 

꼬박 4시간 10분을 달려 백무동에 도착한 함양지리산고속.

그리고 백무동터미널에 붙은 버스시간표.

동서울행이 가장 활발하고 서울 남부와 안양, 대전도 있다.

물론 함양으로 나가면 교통편 좋아 어디라도 연결될수 있을 것이다.

 

 

 

 

벌써 11시 20분.

백무동탐방센터를 지나 장터목과 세석대피소로 가는 갈림길에 섰다.

시간이 늦어 세석 지나 천왕봉으로 가기엔 좀 빠듯할것만 같은데

그렇다고 장터목~천왕봉만 찍기에도

큰맘먹고 내려오는 지리산이 좀 아쉬울것도 같다.

그래~가보자. 가내소폭포 지나 세석으로 가기로 결정.

 

 

 

 

초입엔 바위취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데

요즘은 조경용으로 공원 등에서 많이 볼수가 있다.

곧 깊은 산중에서 만날수 있는 참바위취와 구실바위취,바위떡풀도 꽃을 피울것이다.

 

 

 

 

오랜만에 자주달개비도 만나네~

자주달개비가 기특한건 방사선에 노출되면 꽃잎이나 꽃술이 변해

그 일대의 환경을 알수 있는 지표가 된다는 점이다.

식물을 통해 생태를 알수 있는걸 지표식물이라 하는데

자주달개비는 방사선 노출에 대한 지표식물이다.

 

 

 

 

가내소폭포로 가는 한신계곡은

각종 폭포와 소로 여름철이면 더욱 각광받는 코스이기도 하다.

계곡에 자리 펴고 앉은 사람들과

평상복 차림으로 가내소폭포까지만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대극과 낙엽소교목 사람주나무다.

암수한그루인 사람주나무는 하나의 꽃대에 암수가 함께 피어난다.

위쪽으로 달린것이 수꽃,

아래쪽에 조금 크게 달린것이 암꽃이다.

아직 암꽃이 활짝 열리지 않았다.

 

 

 

 

초봄,

강렬한 흰빛을 뿌려놓았던 고추나무도 집게발 같은 열매로 변했고.(왼쪽)

오른쪽은 딱총나무 열매.

잎 뒷면에 털이 나는걸 지렁쿠나무라 하여 딱총나무와는 구별하고 있는데

주로 강원도 깊은 산,백두대간을 따라 자란다 하는데

보통은 딱총나무라고 생각하고 지나쳤겠다 싶다.

 

 

 

 

복잡한 계절이 돌아왔다.

잎의 모양이 비슷한 거북꼬리와 풀거북꼬리..그리고 좀깨잎나무.

잎 끝이 세갈래로 확연히 갈라지는 거북꼬리는 차라리 구분이 쉽다.

풀거북꼬리와 좀깨잎나무는 많이도 흡사해 구별 포인트인 줄기 아래쪽을 살펴봐야겠다.

풀거북꼬리는 겨울에 줄기는 죽고 뿌리에서 새로운 줄기가 나오는 반면

줄기 아래가 말그대로 나무,목질이면 좀깨잎나무로 구별하면 되겠다.

줄기가 나무인 이건 좀깨잎나무겠다.

 

 

 

 

큰꼭두서니도 사방에서 꽃을 피워낸다.

잎은 네장씩 돌려나기 하고 1~2cm의 잎자루가 있다.

꽃같지 않지만 이 아이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이었다.

 

 

 

 

솔이끼도 숲을 이끌어가는 주요 식생으로 한자리 차지하고~

 

 

 

 

 

여의주 품은 용이라도 승천할것 같은 가내소폭포다.

가내소의 전설도 한번 읽어보자.

 

~먼 옛날 한 도인이 이곳에서 수행한지 12년 되던 해,

마지막 수행으로 가내소 양쪽에 밧줄을 묶고 눈을 가린채 건너가고 있었다.

그러나 도중에 지리산 마고할매의 셋째딸인 지리산산녀가 심술을 부려

도인을 유혹했고 도인은 나의 도는 실패했다.나는 이만 가네~하고

이곳을 떠났다 한다.그래서 가내소가 되었다나~

 

 

 

 

까짓거 나 같았어도 꼴까닥 넘어갔겠다.

심오한 도가 뭔지 모르겠지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성이 나타났는데

안넘어가는게 사람여~

도라는것도 궁극적으로는 사람 사는 얘기일거 아녀.

나도 이만 가네~꼴까닥 넘어가고 싶네~^^

 

 

 

 

둥근잎천남성이 나즈막히 자라고 있다.(왼쪽)

천남성이라는 큰 이름틀에서 둥근잎천남성으로 갈라져야 하는데

어찌 이름이 반대로 되었다.

둥근잎천남성이 기본종이라 되어 있고 천남성으로 갈라진다니 원~

여튼 잎에 톱니가 없는걸 둥근잎천남성.톱니가 있는걸 천남성.

벌깨덩굴이 진 자리에는 비슷한 골무꽃이 대신하고 있다.(오른쪽~무슨 골무꽃인지는 구별하지 않음.)

 

 

 

 

의외로 복잡하고 어려운게 둥굴레속이다.

양옆 아래로 길다랗게 꽃자루를 늘어트린 둥굴레속의 죽대다.(위)

아래는 산꿩의다리다.

잎은 길쭉한 편이고 곤봉모양의 볼록한 꽃잎.

이제 꿩의다리와 은꿩의다리,자주꿩의다리,연잎꿩의다리 등

구별해야 할 꿩의다리들이 속속 피어날 것이다.그때 다시 논해보기로 하고~

 

 

 

 

 

이제 여름꽃, 산수국도 개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꽃처럼 보이는 아이는 나비와 벌을 유인하기 위한 헛꽃일뿐~

암술과 수술은 퇴화해 흔적만 남아있고 그 화려함으로 곤충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 헛꽃(무성꽃)이 유인한 나비와 벌은 가운데 조그맣게 옹기종기 모인

양성의 진짜 꽃에서 번식을 해나갈 것이다.

무성꽃과 조그마해 잘 보이지 않는 유성꽃의 역할이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그에 반해 민가 주변에 심는 화려한 수국은 전체가 무성꽃으로만 되어 있다.

 

 

 

 

석송과의 다람쥐꼬리와 매우 닮은 석송과의 뱀톱이다.(위)

잎이 매끈한 다람쥐꼬리와 달리 날카로운 홈이 패여 구별.

 

아주 자그마해 그냥 지나칠뻔한 꽃.

이름에서 알수 있듯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는 꼭두서니과 갈퀴덩굴속의 두메갈퀴다.(아래쪽)

북설악 매봉산에서 본 후 두번째 만남이다.

자그마하지만 그 특징들은 모두 살아있다.

잎은 밑에서는 마주나기(대생) 하고

위쪽으로는 4장씩 돌려나기 한다.(윤생)

열매는 두개씩 합쳐지고 분과는 둥글고 긴 갈고리 같은 털이 밀생한다.

 

 

 

 

백무동에서 세석대피소로의 6.5km 오름길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끝없는 오름길.

늘 느끼는거지만 지리산은 성삼재에서 시작하는 주능선

성중(성삼재~중산리)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느끼곤 한다.

거리가 좀 길다뿐 오르락내리락 조망과 함께할수 있어 더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중간에 뱀사골이나 음정마을이나 거림,백무동으로 하산하여도 무방하겠다.

야생화가 지천일 7월의 지리산으로 남겨놓으려 한다.

 

 

 

 

앉았다 일어섰다~

야생화를 담는건 끝없는 체력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숲에서의 가장 큰 활력이니 그냥 지나칠수가 없음이다.

씨앗 품은 모습마저 어쩜 이리도 앙증맞던지~애기괭이눈이다.

 

 

 

 

촛점 맞추기 힘들어 될대로 되봐라~

아무곳에나 셔터를 눌렀는데 그래도 대충은 맞아들었다.

사초과의 애기바늘사초다.

주로 지리산이나 북부지방 강원도 일부에서 만날수 있었다.

 

 

 

 

이 아이 이름이 참 애매하다.

지리산 안내판에 왜갓냉이라 쓰여 있어 보통은 그렇게들 알고 있지만

꽃황새냉이라 보시는 분들도 많다.

 

꽃황새냉이는 피침형의 작은잎이 3~7장으로 갈라지고

줄기는 곧추 선다고 되어 있고

왜갓냉이는 작은 잎이 5~9개로 갈라진다 되어 있다.

왜갓냉이 줄기는 비스듬히 기운다고도 하는데 그렇지 않기도 하고~

여튼 여전히 좀 구별이 시원스럽지 않은 왜갓냉이와 꽃황새냉이다.

 

 

 

 

잎이 둥글게도 생기고 길쭉길쭉 로제트형으로도 생긴 참바위취와

진한 녹색,둥근 모양의 바위떡풀도 두개 섞여 있다.

 

 

 

 

 

높은 산중에서 만날수 있는 산장대가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 세석대피소가 멀지 않았나 보다.(위)

고도를 높여가니 역시나 고산에서 만날수 있는 자주솜대와 두루미꽃이 한창이다.

귀하신 자주솜대(아래 왼쪽)도 두루미꽃(아래 오른쪽)도

설악산이나 지리산에선 원없이 만날수 있는 식물들이다.

 

 

 

 

주능선이 가까워지자 지리산에 이름을 둔 아이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투구꽃속의 지리바꽃(왼쪽).

그리고 역시나 특산식물이고 지리산에서 볼수 있는 지리터리풀(오른쪽).

 

 

 

 

 

1시 50분.

아~드뎌 길고도 긴 숲의 터널을 올라왔다.

세석대피소가 왜 그리도 반갑던지.

 

대피소 아래 샘터로 가서 물도 좀 보충하고 영신봉에 잠시 다녀오기로 한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부족할수 있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가까이 있는 참기생꽃을 아니 보고가기 아쉬워서다.

 

 

 

 

세석 일대엔 숙은처녀치마가 참 많다.(2006년 등재된 품종)

꽃에서 열매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그냥 처녀치마가 긴 치마라면 고산에서 자라는 숙은처녀치마는 미니치마쯤~

키도 작고, 덤불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잎도 짧다.

 

 

 

 

5월,거림에서 세석 오르던 중 담은 숙은처녀치마다.

꽃은 아래를 향해 피고

크기도 잎도 처녀치마보다 작고

주로 남부지방 덕유산,지리산, 영알 영축산 등의 고산지대에서 발견된다.

처녀치마가 이른 봄에 피어난다면 숙은처녀치마는 5월쯤 고산부를 수놓는다.

 

 

 

 

영신봉에 잠시 들러 참기생꽃이 무사한지 얼른 확인만 하고 내려온다.

일본 기생 분칠한것 같다하여 좀 어색한 이름이 붙여졌는데

저 여리한 줄기에 꽃을 피운 자태가 가히 일품이다.

비가 한두번 내려서인지 지난주 태백산에서 본것보단 싱싱한 느낌을 받았다.

6월의 야생화라면 역시 이 귀하신 참기생꽃을 빼놓을수 없어요~

 

 

 

 

다시 세석평전으로 돌아와 습지로 올라서니

동의나물과 꽃황새냉이가 가득하다.

지리산 안내문엔 다 왜갓냉이라 표기되어 있다.

국공측에 문의도 해봤지만 결국 확실한 답을 얻진 못했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수 있는 점나도나물(위 왼쪽)과

고산에서 볼수 있는 세잎종덩굴도 곧 꽃을 터트리겠다.(위 오른쪽)

고산의 키작고 열매 자루도 짧은 사스레나무도 많이 보이고.(아래 왼쪽)

이제 여름이면 산오이풀이 지리산을 수놓을 것이다.(아래 오른쪽)

 

 

 

 

왼쪽이 노루오줌,오른쪽이 눈개승마다.

잎과 피기전의 꽃봉오리 모습도 비슷하지만

노루오줌은 전체에 털이 많아 눈개승마와 비교가 된다.

 

 

 

 

아~이제야 촛대봉에 올라선다.

영남권에 요즘 오존농도가 짙어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파란하늘을 보니 안심이 된다.

 

 

 

 

촛대봉에 올라 뒤돌아본 세석대피소와 영신봉,

그 뒤로는 만복대에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이 펼쳐진다.

세석대피소 우측으로는 내가 올라선 백무동 방향이고

세석대피소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거림과 청학동 삼신봉 방향이다.

 

 

 

 

왼쪽 뒤 서북능선 바래봉과 덕두산 능선,

가운데서 오른쪽으론

금대산,백운산과 연계산행을 많이 하는 삼봉산이 길다랗게 어깨를 나란히 한다.

왼쪽 바래봉 앞줄엔 삼정산이~

모두 지리산을 제대로 볼수 있는 좋은 조망처이기도 하다.

인월과 백무동과 금계가 골짜기 골짜기마다 깊숙히 자리 잡았다.

인기 좋은 지리산둘레길 3구간 인월~금계 일대이기도 하다.

 

 

 

 

세석평전 너머 어디서나 그 형체 알기 쉬운 오른쪽 반야봉과

그 바로 왼쪽 뒤로 살짝 솟은 노고단이 보이고

왼쪽으론 왕시루봉으로 이어진다.

 

7월이면 노고단과 반야봉으로 오를 것이다.

노고단은 7~8월 성수기에만 새벽 5시에 개방을 하므로

지금은 무박으로 내려가도 노고단에 오를수가 없다.

노고단에서 맞는 일출이야말로 여름 야생화와 더불어 최고의 아침이 아니었나 싶다.

7~8월 5시 개방때는 미리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나머지 시기엔 오전 10시에 개방.

 

 

 

 

미세먼지가 싹 사라진 요즘,

신기할만큼 하늘이 파래졌는데 문제는 강한 햇살에 반응하는 오존이다.

특히 남부지방 영남권과 호남권에 오존 나쁨수준이 한동안 이어졌다.

지리산행을 결정하면서도 그게 내심 걸리는 일이기도 했다.

좌측 뒤로 광양 억불봉과 백운산이 그 형체 드러냈지만 그리 선명하지는 못하다.

그 앞 좌측으로는 삼신봉으로 이어질테다.

 

 

 

 

2016년 2월,

새벽 안개에서 깨어나던 백운산 일대다.

너무 황홀하여 나는 가던 걸음 멈추고 한동안 찬사를 보내야 했다.

 

 

 

 

 

그래~촛대봉에 서면 이 풍경을 기대하게 된다.

가야할 연하봉과 제석봉과 천왕봉이 보이는 주능선길.

그리고 그 우측 뒤로는 진양기맥과 웅석봉으로 이어지고

써리봉과 황금능선과 중산리로 이어진다.

 

 

 

 

시계 좋은 날 이곳에 서면 뒤로 멀리까지

겹겹히 출렁이는 산너울에 감탄을 하곤 하는 곳이다.

어찌나 멀리까지 보이던지 말그대로 춤추는 너울이었다.

 

 

 

 

우뚝 솟은 저게 뭐라고 그리도 지리산~그 이름이 늘 그립게 느껴지는건지.

가장 높은 천왕봉, 그 좌측 봉우리는 중봉.

내 머리 바로 우측이 고사목밭인 제석봉이다.

 

 

 

 

벌써 오후 2시 30분이 넘어서고 있다.

제석봉 아래 장터목까지 4시 이전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야 천왕봉으로 오를수 있고 그 전에 올라도 중산리로 하산해

버스를 이용하려면 시간이 빠듯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여유롭게 죽치고 앉아 니나노~하고 있다.

 

안되면 장터목에서 천왕봉 오르지 않고 바로 중산리나 백무동으로 하산하면 된다.

즐기고자 하는 산행~

그것도 눈치볼 필요 없는 개인산행에 시간땜시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례는 첫차가 6시 30분. 원지행 첫차는 6시다.

구례에선 성삼재나 화엄사로~

원지에선 중산리나 거림,대원사로 갈수 있다.

그런데 백무동행은 첫차가 7시.

보통 백무동까지 4시간이 걸리지만 조금이라도 막히거나 기사님 갑자기

예고없던 기름이라도 넣을시엔 4시간 30분이 훌쩍 넘기도 한다.

 

그럼 백무동에서 11시~11시 30분쯤 산행이 시작되는데

바로 장터목으로 올라도 하루가 그리 여유롭진 못할 것이고

서울에서 백무동~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

이 코스는 보통 무박으로 진행들을 한다.그러니 당일로 가능할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한가지 작은 바램이 있다면

함양지리산고속(주) 첫차 시간이 30분이라도 앞당겨졌음 하는거다.

바로 장터목으로 오르는 사람에게도,

세석 거쳐 좀 더 너른산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여유로운 하루가 될것만 같다.

여튼 각설하고, 이러다 진짜 늦겠다. 촛대봉을 내려와 연하봉을 향해 간다.

 

 

 

 

지리산에 오면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오늘은 다 잡히지 않지만 그 너머로 남해 바다와 섬들까지 조망되는 곳~

겹겹의 너울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희미하지만 가운데에서 왼쪽 뒤 지리망산과 우측 뒤로 뽕긋 솟은 하동 금오산이 보인다.

천왕봉 오르면서 내내 같은듯 다른 이 풍경과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연하선경이 조망되는 이 자리.

건너편 연하봉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마치 덕유산의 덕유평전을 걷는듯하고

뒤로는 우뚝 천왕봉이 손짓하고 녹음과 더불어 더없이 편안하게 이어지는 길.

 

 

 

 

경치 좋고 그윽한 곳을 비유적으로 선경이라 부른다.

녹음만이라면 좀 심심할까 갖가지 바위들도 배치시켜 놓았다.

말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선경(仙境)일세~

그 속으로 들어가보자.

 

 

 

 

연하선경 우측은 중산리와 황금능선 방향.

전형적인 육산처럼 보이지만

어머니 품처럼 완만하고 포근한 지리산이라지만

은근 기암과 바위들로 볼거리도 높여주는 지리산이다.

 

 

 

 

처음 지리산에 버스타고 내려왔을때의 첫 감회를 잊지 못한다.

처음이란 것은 늘 설렘이 있지만 또한 두려움이 함께하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산에 다니기 시작한 2012년 5월이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 가는 밤 12시 버스가 있다는것도 처음 알았고

큰맘 먹고 그 밤차를 타던날의 설레임과 약간의 두려움과

잘할수 있을까~걱정까지 뒤섞여 준비하는 동안 잠을 설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막연한 생각이 있었던건 아닌지.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만 한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 자신을 잘 몰라서였는지도 모른다.

 

 

 

 

어둠속을 걷는것도 처음이었고,

처음 렌턴이란걸 사용하고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오른던 새벽.

같은 버스를 탔던 열댓명 정도의 사람들이 하나둘 뒤로 쳐지면서

쌩판 산행 초짜인 내가 앞으로 한참이나 멀어져 혼자 걷게 되었다.

 

고요한 어둠속,

무서울거라 걱정했던 염려는 사라진지 오래.

그 새벽의 상쾌함과 짜릿한 환희는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그렇게 장터목을 지나 제석봉을 오르며 보이던 겹겹의 산너울에 환호했고

천왕봉을 내려와 세석으로 향하면서 연하선경의 편안한 길에 매료되었었다.

그 뒤로 숱하게 찾은 지리산.

 

 

 

 

그날의 용기있는 지리산행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내가 주체가 아닌

누군가에게~무언가에게~ 상황에 이끌려 사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이제부턴 하고자 하는 일을 해보자.

그렇게 시작된 산행이었다.

 

 

 

 

연하봉을 지나 저기 제석봉과 천왕봉이 보이는 이쯤에선

반지의 제왕 한 장면이 연출될것 같고

마치 마법의 나라 영화세트장 같단 생각을 하곤 한다.

속이 비어있는듯한 바위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었고

미지의 나라 저 천왕봉으로 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둘 다 도도한 이쁜이들.

높고 깊은 산에서 서식하는 금강애기나리(왼쪽)와

역시나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 제한적인 분포지를 가지고 있는 자주솜대(오른쪽).

 

 

 

 

4수성인 나래회나무 꽃(왼쪽).

오른쪽은 단풍나무과의 시닥나무다.

암수딴그루인 시닥나무의 암꽃이나 수꽃은 모양은 비슷하나

암꽃은 갈라진 암술이 있는데,

암술이 없고 8개의 수술만 보이고 화서가 풍성하니 시닥나무 수꽃이겠다.

보통은 수꽃을 주로 만나게 된다.

시닥나무의 잎자루엔 붉은색이, 청시닥나무 잎자루 뒤쪽으로는 청색이 들어간다.

 

 

 

 

쥐오줌풀 반,나비와 곤충들이 반이다.

인기가 아주 좋아욤~노랑나비 한마리에 눈코입 얼굴이 그려져 있네~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서는 길목엔

여전히 고사목 한그루 자릴 지키고 있고.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니 3시 30분이 막 넘어서고 있다

다행히 입산금지시간 4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 힘이 좀 부치기 시작한다.

세석대피소에서 3.4km 왔고

가야할 천왕봉까진 1.7km 남았다.

1.7km 그까이꺼 한번 올라보자구요~

 

 

 

 

제석봉 고사목 군락지로 오른다.

짤뚝짤뚝한 고사목들.

1950년대 숲이 울창하던 그때,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 불을 질러

제석봉이 불에 타 나무들의 무덤처럼 변하게 되었다 한다.

부끄러운 자취가 되었다.

 

 

 

 

그 현장이 이제는 제석봉의 상징이 되었고

나무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림같은 풍경을 선사하고 있었다.

나무만한 영물이 없음이다.

 

 

 

 

왼쪽 나무 뒤로 사량도 지리산(지리망산)이 걸렸고

우측 나무 뒤로 금오산이 버티고 섰다.

지리산에 오면 특히나 더 부각되는 금오산이다.

금오산 뒤로 사천의 와룡산도 보일텐데 오늘은 여기까지~

 

 

 

 

제석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어째 천왕봉은 멀리서 볼때나 가까이서 볼때나 줄어든 느낌이 없네~

 

 

 

 

내가 지금 힘이 빠져서 그런지도 모른다.

아직도여~

오르고 올라도, 그리 자주 올라도 왜그리 힘든것이여.

모든 산은 힘들다.매주 올라도 힘들다.

매주 오른다고 힘들지 않다면 그게 산이여~동네 마실이지~

그렇다고는해도 덜 힘들게 하는 보너스 그런거 쌓아줘야 하는거 아녀~^^

 

 

 

 

여튼 조금 당겨보니 가야할 길이 선명하다.

음~저기 통천문 지나고 계단 한번, 깔딱 한번 오르면 정상이네~

다시 기운내 가봅시다요~

 

 

 

 

구상나무 군락이 있는 길.

군락이라봤자 고사목으로 변해가는 현실을 어찌 당해낼 재간이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 영향도 한몫하고 있다는데 부디 잘 유지되길 바래본다.

구상나무는 세계 유일 우리나라 지리산과 한라산 덕유산등

일부 국립공원의 고산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자생종이다.

 

 

 

 

우측 지나온 촛대봉과 가운데 청학동 삼신봉 방향으로 뒤돌아보니

늦은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눈부시다.

이 마지막 계단을 오를때 힘이 빠지게들 되어 있다.

몇몇분들이 정상으로 향해 오르지만 모두 장터목에서 1박을 하실거라 한다.

그럼 천천히 올라 일몰까지 보아도 좋겠다.

하기야 요즘 일몰시간이 너무 늦긴하다.

 

 

 

 

정상이 보인다.

이 길을 오르면서 보는 파란하늘이 압권이다.

아껴두고 싶은 곳.

이왕이면 좀 더 나은날 오고싶은 곳.

사실, 5월에도 거림 근처에 놀러왔다가 단화 신고 잠시만 올라보자 했던것이

세석까지 오르게 되었고 세석을 오르니 촛대봉과 연하선경을 넘고 싶었다.

결국 장터목까지 오게 되었지만 천왕봉엔 오르고 싶지가 않았다.

 

 

 

남겨두고 싶었다.

곧 다시 찾을 명분이 사라질까~

잦은 걸음에 무기력한 걸음이 되기라도 할까~

 

 

 

 

그렇게 기암 좋단 소리 들을만한 정상부로 오르는 이때부턴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상부를 바로 앞에 둔 순간.

야후~~

멀리서 봤을때 마법사 나라같단 그 천왕봉이

육산인듯 그러면서도 저 터프한 바윗네들 가득 이고 있었다.

 

 

 

 

지리산 천왕봉(1915m)에 선다.

형용못할 벅참이 있는 곳.

살아있는 역사의 산증인 같은 곳.그 이름 지리산이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이 한마디에 모든게 포용되는 지리산 아니던가.

 

 

 

 

백두대간의 시작이고 마지막인 지리산.

한국인의 자랑이고 기상이고 온갖 수식을 갖다 붙여도 모자라는 곳.

이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을 모두 품은것 같은~

많은 이들이 지리산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중봉과 하봉 넘어 지리산 동부능선으로 이어지는 길.

중봉 지나 우측으로 빠지면 써리봉과 대원사로 연결된다.

선명한 날은 너머로 남덕유와 향적봉까지도 찰랑거리며 넘실거릴테다.

그리고 황거금기(황석~거망~금원~기백)까지..

 

 

 

 

내 머리 좌측뒤로 솟은 합천 황매산이 보이고

내 우측 가운데 길다랗게 뉘여진 곳의 뾰족 웅석봉.

 

 

 

 

천왕봉 아래 중산리와 중봉으로 갈라지는 길.

좌측은 중봉과 대원사로~우측은 중산리로~

 

 

 

 

어뗘~~오길 잘했지~

이 탁 트인 시원함을 무엇에 비할수가 있대~

더군다나 늘 붐비던 정상을 독차지하며

바위 하나 접수했는데 무언들 부러울거라고~

 

 

 

 

4시 55분.

천왕봉에 남은 마지막 한팀.

도화지에 손수 글씨를 써 프랭카드까지 준비해오신 님들.

자녀에게, 회사 동료에, 동호회에 등등..

보내줄 사진을 다른 포즈 다른 프랭카드로 남기고 계셨다.

그럴만도 하다.지리산 아니던가.

 

정상에서 만난 여산우님 반가웠구요~

홀산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모습도 참 좋아보였답니다.

 

 

 

 

산그림자가 나를 덮쳐온다.

이젠 최대한 천천히 무릎 상하지 않도록~

끝없는 내림길,

언젠가 이 길을 내려가며 내가 두번 다시 중산리로 하산하면 성을 갈겠다 허언을 했었다.

오색으로 하산하지 않겠다 했던것처럼 말이다.

이미 나는 성을 수차례 갈았어아 했다.

김씨,이씨,박씨,최씨,장씨,오씨,한씨,강씨,조씨,배씨...^^

 

 

 

이건 무슨 다래나무일까~

잎이 희게 변하는건 개다래.붉게 변하는건 쥐다래.

하지만 쥐다래도 처음엔 백색이었다가 점차 붉게 변하니 잎이 희다고 무조건 개다래는 아니다.

쥐다래 꽃받침과 줄기엔 붉은 특징을 가지고 있으니 이건 쥐다래라 해야 맞겠다.

흰색의 잎은 벌과 나비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사라진다.

아무 수식붙지 않는 그냥 다래나무는 꽃술이 검은색이라

노란색인 개다래,쥐다래와 구별된다.

 

 

 

 

진짜 다래나무다.(위 왼쪽)

꽃술이 검은게 특징.

쥐다래나 개다래보다 꽃도 큼직하고 풍성한 느낌이랄까~

 

긴사상자도 꽃을 피우고 있고.(위 오른쪽)

아래 왼쪽은 땅에서부터 잎 따로 꽃줄기 따로 피어나는 매미꽃,

아래 오른쪽은 금마타리.

 

 

 

 

이 아이들 배 불룩한 것 좀 보라~

난 진종일 쫄쫄이 굶었는데 맛있냐~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사과와 배 깡탱이에 정신을 쏙 빼어놓았다.

이 단맛에 길들여지면 도토리가 맛있을리 만무할테다.

 

 

 

 

법계사 앞에서 마지막 식수도 보충하고 로터리대피소를 지나 중산리로 내려선다.

로터리대피소에서 1박을 할것인지 장터목으로 갈것인지

큰 베낭을 메고 이제야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하기야 금하고 있지만 알게모르게 비박들도 하고있을 것이다.

 

 

 

 

그렇게 중산리탐방센터를 지나 중산리버스정류장으로 내려서니

7시가 가까워졌다.

원지 가는 7시차를 탈수 있겠다.

중산리에서 원지 경유해 진주,부산 가는 막차는 7시 40분.

교통의 메카인 원지에서 서울가는 버스는 밤늦게까지 교통편 좋다.

 

참고로,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이곳 중산리까지 바로 오는 버스가 딱 한대 있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 11시 30분에..

한번에 내려와 일출을 볼수 있는 좋은 교통편이 아닐수 없다.

물론 산악회를 이용하면 거저 오가겠지만 말이다.

 

 

 

7시차로 원지에 나가서 서울남부터미널 가는 7시 50분 버스를 탈수 있었다.

지리산..

이름은 우리에게 말로는 표현못할 벅참이 있다.

지리산에서의 하루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또다른 원동력이 되어준다.

마음속에 든든함 하나를 채우고 서울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