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두근거림으로 아침까지도 잠을 이룰수 없었다.

설레여서가 아니다.

이 구간을 대중교통으로 당일로 다녀올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이 없어 밤새 답을 내리지 못해서다.

주로 진고개에서 새벽에 시작해 어두운 시간 소황병산 일대에서

길을 잘못 찾아 단체로 우왕좌왕 했던 기억만이 남아 있으니

그것도 혼자서 잘 찾아갈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것이다.


횡계 찜질방에서 1박을 하고 일찍 대관령부터 시작할까

몇개월전부터 고민을 하다 포기를 하고 이번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본다.

 

 

 

산행코스 : 진고개~노인봉~소황병산~매봉~곤신봉~선자령~대관령

산행거리 : 약 25~26km로 거리가 긴것에 비해 완만한 육산이고 목장지대를 끼고 있어

               산행시간은 많이 앞당길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6시 35분 첫차를 타고 진부에 도착하니 8시 45분이다.

월정사 가신다는 님들과 택시를 합승해

진고개 갈림길인 병안 삼거리에서 내려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진고개로 간다.

어차피 진고개 가는 버스는 없으니 오대산 가는 버스를 탔다 하여도

병안삼거리에서 내렸어야 했다.개인적으로 진고개 갈때마다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감사한 일이 아닐수 없다.

다른 님들의 도움 없이는 뚜벅이로 산에 다니는걸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가.

 

 


진고개에 올라서면 너른 주차장과 휴게소가 있고 노인봉 가는 진고개 탐방로가 있다.

노인봉까진 4.2km

도로 건너편은 동대산과 두로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등로이자

오대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곳이다.


 

 

 

들머리에서 조금만 올라서면 목초지를 연상시키는 너른 고위평탄면이 나온다.

한반도의 융기로 인해 해발 900~1000m 고지임에도 비교적 넓고 평탄한 지형이 형성되는데

이를 고위평탄면이라 한다.

 

 

 

 

다른 계절 이 길은 각시취며 개미취 등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었었는데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것 같은 새로운 길이 되었다.

뒤로는 발왕산과 두타산 가리왕산 백석산 백덕산 방향일텐데 정상에 올라 더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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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무채색으로 변한 계절,

유일하게 붉음으로 남아준 노박덩굴이 여간 대견한게 아니다.

오늘의 고마움이 있으니 행여 다른 꽃 만발한 계절이 찾아와도 못본체 외면하지 않겠구만요.

아래는 수리취와 미역줄나무다.


 

 

그렇게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 조금 숨차게 올라서니 한시간쯤 걸렸다.

노인봉에 관한 전설 하나가 내려 오는데

옛날에 심마니가 삼을 캐러 이곳에 올라왔다가 잠시 잠이 들었는데

꿈에 노인이 나타나 이 근처에 무밭이 있으니 거기 가서 무를 캐라고 한 뒤 사라졌다.

꿈이 하도 이상해 노인이 가르쳐 준 곳에 가 보니 산삼이 있어 삼을 캐었다 해서 그 이름 노인봉이 되었다 한다.


 


 

그런 선몽 나도 한번 꾸어봤으면 좋겠구만요.

그런데 선몽이고 뭣이고 날은 흐려지고 바람이 너무 심해져 걱정이다.

이대로라면 소황병산과 선자령 가는 길엔 서 있지도 못할만큼

바람이 심해질까 심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게다가 카메라를 꺼냈다 넣었다 하면서 설정이 제멋대로 돌아가

사진 색감은 우중충하고 바람에 정신이 없어 그 사실을 산행 중반 이후에 깨달았을때의 기분이란~

왼쪽이 황병산,가운데 발왕산,내 머리 살짝 우측 뒤로 가리왕산이다.

 


 

 

왼쪽으로 스키 라인이 선명한 발왕산의 용평리조트는 쉬 알아볼수 있겠고

가운데 평평한 평창의 두타산(박지산)과 가운데 맨 뒤로

흐릿하지만 가리왕산 중왕산도 보인다.

우측으론 백덕산과 치악산 방향이지만 자세히 보이는게 아니니 굳이 집어보지 않으려 한다.(아래 사진)

그저 엷은 수채빛의 산너울이 아름다울 뿐이다.

 

 

 


앞쪽 우측 능선을 타고 가운데 소황병산으로 오를 것이다.

우측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황병산과 좌측 뒤로 완만하게 볼록 올라온 매봉도 보인다.

 



 

두로봉과 약수산 응복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다.

좌측 볼록 올라온 봉우리가 오대산 두로봉이고 내 머리 위로 응복산.

응복산을 지나면 구룡령으로 이어질 것이다.

두로봉에서부터 구룡령까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

한 여름의 다양한 나물이며 꽃이 만발했던 기억이 있다.물론 멧돼지의 아찔한 눈맞춤도 함께 했던 곳.

맨 뒤로 설악이 보일락말락 흐린데다가 급하게 구름이 가려 버린다.



 

 

우측 끝 짤린 두로봉에서 그 좌측으로 상왕봉과

가운데 구름이 얹혀진 비로봉으로 오대산이 이어지고 그 앞줄,좌측이 동대산이다.

 

 

 

   


바람이 심해 정상에서 오래 머물수 없어 정상 아래 무인대피소로 내려왔다.(위 사진)

무인대피소에서 계속 직진하면 우리나라 명승제1호인 소금강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곳에서 화장실도 들르고 재정비를 한 뒤 목책 방향으로 소황병산 가는 길을 잡는다.

이제부턴 비지정로인 것이다.

 

밤에만 지나던 곳이라 알수 없었던 길,의외로 길은 잘 나 있었다.

혼자 걷는 길에 행여 눈이 많아 길이 분간되지 않았다면

무인대피소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을 것이니

올 겨울 아직 눈이 많이 내리지 않은 것도 큰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맞는 길인지 확신은 서지 않지만 노인봉에서 보이던 조망을 지도 삼아 걷다보면

B-1과 B-6이 나오는데 이 표시를 만나면 제대로 찾아가는 것이다.(아래 사진)

그렇게 B-6을 조금 더 지나니 소황병산 공원지킴터가 나왔다.

노인봉 무인대피소에서 한시간쯤 걸린것 같다.국공직원은 보이지 않았는데 가끔씩 나와 있다고도 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구릉 같은 대초지. 그래~이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뒤로 펼쳐지는 하늘빛은 또 얼마나 곱던지.

소황병산 정상석은 저 중앙 바로 아래에 있다.정상부엔 차량이 오를수 있는 임도길이 나 있는데

군과 국공에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람에 떠밀리듯 정상을 향해 뛰어본다. 시원하다 못해 날아갈것만 같다.

 

 

 

 

가운데서 왼쪽 저 지킴터쪽으로 올라왔고

이따 대간길은 우측 뒤로 내려갈 것이다.


 

 

 

이곳을 두번이나 와보고도

어둠과 안개속에서 단체로 우르르 우왕좌왕~

언젠가 꼭 한번 밝은 대낮에 와보겠다 다짐을 했었다.

우르르가 아닌 느긋하게 내가 주체가 되어 길을 찾아보고 걸어보고도 싶었다.

그러니 이곳에 선 지금의 기분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바람이 어찌나 센지 정말로 날아갈것만 같다.

서 있기 힘들어 앉아 인증 한장 남기고.

셀카 몇장 날리다가 카메라는 몇번을 뒤집히고 넘어지고.

그래도 기분만큼은 상쾌함의 절정에 서 있었다.

 

 

 

 

1336m가 맞다고도 하고 어느 분들은 1329m,어느 분들은 1320m라고도 하는데 

어쨌든 이곳엔 1430m라 표기되어 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소재로 서쪽으로는 대관령면이 자리하고

동향으로는 강릉시 연곡면과 사천면 성산면을 경계로 두고 있다.

이곳 소황병산에서 황병산과 두타산(박지산),상원산으로 이어지는 황병지맥도 있다.

 

 

 

 

우측 지나온 노인봉과 뒷줄 동대산과

맨 뒷줄 오대산이 빼꼼 드러나고 가운데서 좌측 뒤론 호령봉과 계방산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우측 황병산과

좌측의 발왕산 용평스키장이 어찌나 아름답게 보이던지.

조금 흐린 날의 매력적인 색채가 가미 된 것이다.

 

 

 

 

오늘 가는 내내 원없이 마주할 발왕산 용평리조트다.

지금쯤 매니아들의 신나는 질주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우측 발왕산과 가운데 평평해 보이는 고루포기산과

고루포기산 바로 우측 뒤로 꿀렁꿀렁한 물결엔 노추산이 있겠고

왼쪽 끝 선자령과 그 뒤로 석병산과 삼척 동해 방향의 두타 청옥산이 맨 뒤로 일자를 그리며 넘실거린다.


 

 

 

소황병산에서 매봉으로 이어지는 대간길 뒤로는

강릉시내와 강릉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좌측 매봉,가운데 동해전망대와 곤신봉,우측 선자령으로 대간길이 이어진다.

어두울땐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지나던 길.

가야할 매봉과 곤신봉 선자령이 한눈에 보여지니

행여 길이 헤깔린다 하여도 방향을 잡을수 있을것 같다.

곤신봉과 선자령 뒤로 물결처럼 이어지는 능선은 강릉의 망덕봉과 두리봉 일대다.

 

 

 

 

이곳에 서고 싶어 몇개월전부터 계획을 세웠다가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또 다시 세웠다 포기하기를 수차례.

다른 산우님께 동행을 청해볼까 고민도 해보다 말고

해가 길어질 여름 가을쯤으로 미뤄두고 다른 산행으로 갈아도 타봤지만

풀리지 않던 갈증 하나가 남았던 것이다.

 

그런 소황병산을 온전히 독차지 하였으니 추위도 잊은채 이곳저곳 미친듯이 뛰어다녀도 보았다.

누군가 보았다면 머리에 꽃 단 여자라 생각했을지도~^^

밝은 날 밟아보았으니 정규탐방로로 개방되지 않는 한

이제 두번 다시 이곳에 설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젠 그만 내려가야겠다.

아무리 평탄한 구간이라 하지만 오르내림도 있을뿐더러 거리가 상당하다.

이러다 정말 늦어질수도 있다.

경사면으로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제법이나 많이 쌓여 있고

바람 때문에 체감 온도는 더 이상 올라가질 못했다.

 

 

 

 

잘 있어라.

오늘 나에게 내어준 너른 품 잊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는 법, 예전엔 절대 열리지 않을것 같던 정상들도 하나둘 개방을 맞았으니

그런 날 온다면 다시 보러 오겠다.

 

 

 

 

가자.

매봉과 곤신봉, 선자령으로.

왼쪽 매봉은 삼각점이 있는 곳과 정상돌이 세워진 곳이 두 봉우리인양 조금 떨어져 있었다.

 

 

 

 

소황병산 내려가는 이 길이 이런 길이었는지 오늘에서야 제대로 보았다네.

어둠속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우왕좌왕했던 길들이 갈등없이 걸을수 있는 순한 등로였고

목책을 옆에 끼고 별 문제없이 진행할수 있었다.

 

 

 

 

그렇게 소황병산을 내려와 삼양목장 구역에 들어선다.

이 길에 서 있는 조금 황량한듯한 나무들을 보고 가는것도 이 길의 묘미다.

올때마다 나무는 시간대나 날씨에 따라 많이도 달라져 있었지만

그 앙상함들마저 괜한 여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여명빛에 아름답지 않은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걸 말해주는듯

몇년전 해가 뜰 무렵 이 나무들과 하늘빛은

말로는 형용할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림엽서속의 한장처럼도 느껴졌다.

 

 

 

 

우측의 매봉도 한결 가까워졌다.

 

 

 

 

 

뒤돌아 본 황병산과 우측으로 소황병산.

 

 

 

 

 

아래로는 삼양축산 건물들도 보인다.

삼양목장은 1972년 초지로 개간하기 시작했고 그 면적만도 여의도의 7.4배(600여만평)로

백두대간은 초지 끝으로 간신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광활한 대초원 소황병산부터 매봉 곤신봉 선자령 대관령까지.

아름다운 초원지대가 어찌보면 백두대간이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수도 있겠다.

 

 

 

 

나무가 더없이 귀해진 목장의 민둥산.

그래서인지 매봉 아래에는 산림생태복원사업으로 어린 소나무를 심어 보호하고 있었다.

곳곳에 감시카메라도 설치되어 있으니 굳이 그 안쪽으로 들어가 방해 필요는 없겠다.

매봉 정상에 올라서면 삼각점과 나뒹구는 돌에 누군가 매봉이라 써 놓았다.

삼각점과 매봉석 돌이 있는 곳은 마치 쌍봉처럼 좌우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매봉을 내려서면 이제 본격적으로 풍차의 행렬이 시작되고

확신이 서지 않았던 소황병산과 매봉 일대를 지나오니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물론 가야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았지만 목초지를 끼고 거니는 것이라

소풍 나온것처럼 여유도 부릴수 있을 것이다.

좌측 동해전망대로 오른다.

 


 

동해전망대에 이르니 차량으로 올수 있는 관광지다 보니

사람들 제법이나 오가고 있었지만 바람에 휘청, 그 바람이 너무 강해

잠시잠깐 조망을 즐기던 사람들도 후다닥 다시 차량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저 드라이브 한바퀴만으로도 가슴이 트일것 같은 곳이긴 하다.

 

이곳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지만 겨울에는 운행하지 않는가 보았다.

설경 고운 날은 물론이고 파릇파릇한 봄여름 이곳을 거니는 기분도 상당할 것이다.

동해전망대 일대엔 바람의 언덕이며 테마길들도 잘 조성해 두어 산책 삼아 걷기 좋고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 길에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은 나밖에 없어 잉~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얼른 이곳을 벗어나야 혀~^^

 

 

 

그렇게 동해전망대를 지나 곤신봉으로 가는 임도에서 뒤돌아보니

가운데 뒤로 황병산과 소황병산도 보이고

 

 

 

발왕산 용평리조트와 두타산(평창) 일대를 끼고 걷는 길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오늘의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초지의 진한 갈빛과 멀리 있는 산너울의 연한 푸르스름의 대비가 더욱이나 운치있게 보였다.

 

 

 

바위 보기 힘든 곳에 바위가 있는 이 곳이 곤신봉(1131m)이다.

백두대간 산길이었을 이 곳이 목장이 되다 보니

마치 길 가운데 또는 농장 가운데 서 있는듯한 정상석도 이채롭게 느껴지는 곳이다.

 

 

 

 

선자령이 보이기 시작하는 이쯤부터 모든게 더욱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늘빛이 차분해진 효과도 있었을 것이고

산도 초지도 무르익은듯한 풍성함이라 할까.

관능적인 중년의 농염함처럼도 느껴졌다.

 

우측 선자령과 가운데 나즈막한 산줄기는 강릉 왕산면의 제왕산이다.

제왕산도 대관령에서 가볍게 다녀올만한 겨울산행지로 좋다.

그 뒤로는 좌측 풍차 뒤쪽부터 만덕봉,두리봉,가운데 조그맣게 볼록한 석병산과

맨 뒷줄 가운데서 우측으로 희미하지만 동해 삼척의 두타산 청옥산도 보인다.

 

 

 

 

봄 얼레지밭에 취하고 귀한 한계령풀을 볼수 있었던 좌측 석병산은

정상부 기암 형태 그대로 전해지는듯 하다. 

백두대간은 석병산에서 맨 뒤로 삼화사와 무릉계곡이 있는 두타산과 청옥산으로 이어진다.

두타산 청옥산은 평창에도 있어 그 이름이 혼동될수도 있겠다.

 

 

 

 

임도길을 따라 선자령으로 간다.기분이 마구 좋다.

매봉까진 좀 빠르게 진행했다면 매봉과 곤신봉 넘어서면서부터는 마치 유람이라도 나온듯 살랑살랑~

서편제 주인공이 되어 덩실 흥얼거림마저 더해진다.

이제 목적지가 지척인 것이 조금 아쉽기까지 하다.

 

 

 

 

드디어 선자령 아래에 도착.대관령순환로 갈림길이다.

우측으로는 봄여름 희귀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마력 같은 계곡이 있는 곳이다.

마지막 300m를 남겨두고서 급피로와 함께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바람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 남은 식량으로 재충전을 하다 올라간다.

 

 

 

 

선자령 오르다 뒤돌아보니 소황병산부터

오늘 걸었던 대간능선이 마치 고랭지배추밭이라도 되는듯 유순하기만 하다.

선자령만을 다녀갈때 이곳에 서면 언제나처럼 설경이 장관이었는데

그럼에도 지금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저 길을 내 스스로 내가 주체가 되어 걸었다는 대견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백두대간 선자령.

제비동자꽃,연령초,노랑무늬붓꽃,애기앉은부채 등등

희귀 야생화가 피어날때면 마음이 들썩거려 달려오지 않을수 없었고

눈 소식이 들려오면 설경의 진수를 잊지 못해 또 다시 찾아들던 곳.

사계절 어느때라도 선자령은 그 이름만으로도 특별한 곳이 되었다.


 

 

 

아~선자령 정상을 내려서면

그림처럼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수가 없다.

조금 흐린날의 가히 환상적인 하늘을 만난 것이다.

너무 아름다워 한발자국 뗄때마다 수없이 셔터를 눌러야 했다.

휴일임에도 바람 때문인지 유일하게 남녀 두분만을 본것이 전부였다.

 

 


 

이곳엔 비박을 하려는 텐트족들이 많은 곳이지만

오늘 같은 날이라면 휘청 텐트마저도 저 아래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운동장으로 날아갈지도 모른다.

예전엔 없었던 캠핑 금지 안내문과 감시눈도 새롭게 설치되어 있었다.

 

우주선 같은 무선표지소도 보이고

무선표지소 좌측 봉우리를 새봉전망대라 부르는 1050전망대.

그 좌측 새봉은 잡목으로 조망도 막힌데다 딱히 표식이 없어 아래로 그냥 지나치는 곳이기도 하다.

좌측 맨 뒤로 실금을 그은 청옥 두타산 라인도 여전히 알아볼수 있겠다.

 

 


이제 선자령에서 대간은 대관령 지나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그리고 닭목령에서 삽당령과 백복령으로 이어질 것이다.

좌측이 능경봉,우측이 고루포기산.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사이로 꿀렁꿀렁한 너울은 사달산과 연계할수 있는 노추산 라인이겠다.

 

 

 

 

선자령 하면 설경산행지로 유명한 곳이고 눈이 무릎까지 쌓이기 일쑤.

그래서 설화가 없을땐 실망할수도 있는 곳이지만

오늘은 그런건 아무렇지도 않았다.중요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진종일 맞은 차디 찬 바람 싸대기에 얼굴은 얼얼하다 못해 입이 굳어버렸지만

날아갈듯한 기분은 그 추위마저 이겨먹고 있었다.

 

 

 

 

선자령을 걷는 재미 중 하나는 울타리처럼 곳곳에 세워진 식물 이름 팻말로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걸으며 하나둘 이름을 익힐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 세세하게는 구별해 놓지 않아 보였다.

나에게 저 목책의 장점이라면 카메라 올려두고 셀카 찍기 아주 제격이라는 것~

 

 

 

 

1050봉 전망대에 이르면 강릉시내가 쫙 펼쳐지고

옛 대관령길 대신 강릉으로 이어지는 영동고속도로도 보이고

이 전망대는 일출 맞으러 올라오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좌측 앞줄 제왕산과 우측 뾰족 능경봉.

제왕산 갔다가 다시 대관령으로 되돌아 온적은 있지만 강릉쪽으로 내려선적은 아직 없으니

다음에 대관령을 찾을떄는 저 제왕산에서 강릉시 성산면의 대관령박물관쪽으로도 하산해 보고 싶다.

제왕산 뒤로는 만덕봉 망기봉 두리봉으로~

화면 가운데는 백두대간 석병산.

우측 능경봉과 가운데 석병산 사이는 백두대간 석두봉 화란봉 라인으로 보인다.

 

 

 

 

인공구조물인 무선표지소마저도

빛을 삼켜버린 저 구름과 하늘과 설산이 받치고 있으니 아름답지 않을수가다.

 

 

 

 

그렇게 대관령휴게소로 내려서 길었던 25km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사진 놀음을 해가며 7시간 20분 정도에 마칠수 있었으니

거리에 비해 유순한 능선이라 가능한 일이었고 초반엔 좀 부지런히 걸은 이유도 있었다.

 

택시를 기다리던 분들과 합승해 횡계로 나가

동서울행 5시 25분차를 탈수 있었다.

횡계에서 대관령 택시비는 약 9천원 정도가 나오는데 합승하니 3천원이면 되었다.

 

 

 

 

무박이 아닌 밝은 날 꼭 다시 걸어보고 싶었던 진고개~대관령.

마치고 나니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 구간을 개인적으로 다녀와야겠다 생각한 것도

당일 대중교통으로 나설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 용기가 헛되지 않게끔 무사히 마칠수 있었던 하루는 큰 안도와 감사함으로 돌아왔다.

그 이름만으로도 벅참이 되는 우리의 큰 줄기 백두대간 진고개~대관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