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 신기루 ‘중력렌즈’

일반 상대성 이론의 강력한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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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를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을 꼽을 것이다. 20세기 발표한 상대성 이론은 과학사에 있어 엄청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물리법칙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함을 확인한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예언을 남기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웃는 은하’이다. 바로 중력 렌즈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실제로 지난 2월 유럽우주기구(ESA)는 웃는 은하를 발견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발견한 것이다. (원문링크)

‘SDSS 1038+4849′라는 이름의 은하단으로, 커다란 원 안에 사람이 웃는 것과 같은 얼굴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웃는 은하’(A smiling lens)라는 이름이 붙었다. 커다란 원 안에 있는 두 은하는 두 눈처럼 보이고, 원 가운데 위치한 하얀 단추는 코로 보인다. 마치 웃는 듯한 표정이다.

이 은하는 아주 맑은 은하들인데, 웃는 입은 강한 중력 렌즈로 인해 생긴 일종의 빛의 고리이다. 이미 아인슈타인은 100년 전 일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것임을 예언하기도 했다. 100년 전의 예언이 현실이 되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바로 '중력렌즈' 효과이다. 강력한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져 보이는 현상이다. '웃는 은하' 사진 역시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나타나게 되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바로 ‘중력렌즈’ 효과이다. 강력한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져 보이는 현상이다. ‘웃는 은하’ 사진 역시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나타나게 되었다. ⓒ hubblesite.org

이번 현상을 만들어낸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 또는 중력렌즈 효과(gravitational lensing)는 아주 먼 천체에서 나온 빛이 중간에 있는 거대한 천체에 의해 휘어져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1979년까지 이 효과는 증명되지 않았으나, ‘SBS 0957+561′이라는 이중준성의 관측을 통해 사실임이 밝혀졌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은 중력장에 만들어진 ‘휜’ 시공간이다. 따라서 빛의 경로 역시 휘게 된다. 1919년 아서 에딩턴이 일식 현상 동안 태양에 가까이 지나가는 별빛이 약간 휘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확증된 현상이다. 은하와 은하단의 중력이 돋보기처럼 빛을 모으기 때문에 ‘중력렌즈’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관련링크)

거대 천체 주변에서는 주변으로부터 오는 빛이 천체 쪽으로 휘어지게 된다. 광속은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빛의 속력은 유지되고 방향만 바뀐다. 예를 들어 블랙홀이 배경 은하를 지나가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중력렌즈에 의한 이차적인 은하의 상은 실제 은하 위치의 반대쪽에서 관찰된다.

그리고 이 이차적인 상은 블랙홀에 있는 아인슈타인의 반지름(Einstein radius)안에 위치하게 된다. 이차적인 상의 크기는 원래의 은하 위치가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커지며, 둘 사이의 겉보기 밝기는 변화 없이 크기만 변화하게 된다.

멀리 떨어진 관찰자가 이 현상을 관측하게 되면, 은하의 광도가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고 은하가 정확히 블랙홀 뒤에 위치한 경우에 은하의 겉보기 밝기는 최대로 관측된다. 그대로 존재하지만 관찰자는 휘어진 형태를 보게 되는 것이다. ‘웃는 은하’가 바로 이러한 원리로 보여지는 것이다.

우주의 신기루 ‘중력렌즈 현상’

중력렌즈 현상은 어떻게 보면 우주의 신기루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사막에서 마치 커다란 호수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신기루인데, 물체가 실제의 위치가 아닌 위치에서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중력렌즈 현상 역시 보이는 천체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멀리 위치하고 있으나, 가깝게 보이는 현상이다.

천체망원경을 통해서가 아니라도 중력렌즈 현상을 경험해볼 수 있다. 투명한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렌즈를 통해 물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물체의 모양은 축소 또는 확대되거나 변형되어 보인다. 빛이 공기 중을 진행할 때와 유리나 플라스틱 속을 진행할 때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경계면에서 빛이 굴절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중력렌즈 현상 역시 이와 비슷하다. 천체의 중력이 클수록 중력렌즈 현상은 더 강하게 나타난다. 만약 천체가 하나의 별이 아닌 수십~수천억 개의 별이 모인 은하이거나 수천 개의 은하들이 모인 은하단잉라면, 중력은 더욱 막강해져서 천체의 빛을 더욱 강하게 휘도록 만드는 렌즈의 역할을 할 것이다.

1979년 Q0957+561 퀘이사에서 SBS 0957+561라는 이중준성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00개가 넘게 발견되었다. 중력렌즈 현상은 우주의 천체들이 강한 중력으로 빛을 휘게 함으로써 나타나는 우주의 신기루 현상이며,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옳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아인슈타인의 십자가도 볼 수 있어

그렇다면 100개가 넘는 중력렌즈 중 가장 유명한 중력렌즈는 무엇일까. 페가수스자리에서 관측된 ‘아인슈타인 십자가’(Einstein Cross)이다. 약 80억 광년 떨어져 있는 준성 Q2237+0305의 빛이 약 2억 광년 떨어진 페가수스 은하단에 속한 나선은하의 핵부분에 의해 휘어져서 형성된 것이다.

3월 5일, 캘리포니아 대학의 학자들이 허블 우주 망원경의 이미지를 분석해서 아인슈타인 십자가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아인슈타인 십자가는 대부분 퀘이사였는데, 이번에 발견된 것은 초신성의 아인슈타인 십자가이다. ‘SN Refsdal’이란 초선성에서 발견됐으며, 거대한 은하단인 ‘MACS J1149.6+2223′이 렌즈 역할을 했다. (원문링크)

실제로 공개된 사진을 보면 배경의 은하는 상당히 큰 편이다. 하지만 초신성의 크기는 작아서 십자가 보다는 네 개의 점이 박힌 은하처럼 보인다. 그래서 ‘네 개의 초신성’(four supernova)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중력과 빛이 만든 신기한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렌즈의 역할을 하는 천체는 막대한 질량을 가진 은하 또는 은하단이고, 렌즈에 의해 확대되는 물체는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 또는 퀘이사이다. 이번 경우에는 은하단이 렌즈 역할을 했고, 은하단에 의해 초신성이 확대되면서 아인슈타인 십자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관련링크)

중력렌즈 현상은 여러 연구에 기반이 되고 있다. 중력 망원경(gravitational telescopes)를 고안하는데 도움이 되며, 천체 그 자체를 연구하기 위해서도 이 현상을 관찰한다. 특히 천체의 질량을 측정하는 데 이용되기 때문에 유용하다. 암흑 물질의 양과 분포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주의 기하학적 구조를 이해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