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로 몸이 이뤄진 외계인

SF관광가이드/ 외계인신화(29)

인쇄하기 SF 관광가이드 스크랩
FacebookTwitter

지금까지 매주 설사 기괴해보이더라도 과학자들과 과학소설 작가들이 우주에 존재할지 모른다고 가정해본 독특한 생물들(지적 생물 포함)을 소개해왔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아주 궤를 달리하는 부류에 속한다. 여간해서는 우리 눈에 감지되지 않지만 유령이 아니라 엄연히 우주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실존하는 존재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물론이고 행성과 항성 같은 천체를 구성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물질’(다른 명칭으로는 보통물질)은 우주 총질량의 4%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비록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은하와 은하단을 이리저리 감싸고 있는 암흑물질은 정상물질의 무려 약 6배나 된다.

COSMOS_3D_dark_matter_map

허블망원경의 저중력 효과 측정결과를 통해 재조합한 암흑물질의 3차원 분포도.(copyight: NASA)

이는 암흑물질이 정상물질보다 별과 행성은 물론이고 은하와 거대 은하단의 운동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실제로 암흑물질의 존재는 천체관측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발견되면서 예견되었다. 이는 정상물질의 양만으로는 우리 은하의 회전속도나 은하들 사이의 중력효과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우주에 우리 눈에 보이는 만큼의 물질(다시 말해 정상물질)만 존재한다면 인력이 부족해 은하와 은하단은 천체들을 품지 못하고 산산이 흩어져 버렸을 것이다.

암흑물질의 정체와 성질에 관해 지금까지 여러 후보들이 논의되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가장 유력한 입자로 윔프(WIMP)를 꼽는다. ‘상호작용이 약한 중입자’(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라는 명칭에서 보듯, 이 물질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우리가 관측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가시광선 대역만 분간할 수 있는 우리의 눈은 둘째치고라도 다양한 전자기 스펙트럼을 두루 관측할 수 있는 첨단장비로도 아직까지 암흑물질을 직접 검출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오로지 중력렌즈 효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암흑물질의 분포상태와 밀도를 예측할 수 있을 따름이다. 다만 윔프는 아직 직접적인 관측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상의 입자이며, 이 물질을 찾아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실험이 진행 중이다.

Delta_Flyer_escape_pod

‘스타 트랙, 보이저 Star Trek: Voyager’의 140번째 에피소드 “훌륭한 목자(Good Shepherd; 2000년)”에서 암흑물질로 된 생명체들을 분쇄하여 흩뜨리는 장면. (source: Paramount Network Television)

만일 윔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주에 정상물질보다 암흑물질이 훨씬 더 흔하다. 그렇다면 우주에는 더 흔한 물질로 만들어진 생물이 더 흔하게 존재하지 않을까? 작가 뿐 아니라 과학자도 이런 생각에 가세한다. MIT 교수 세스 로이드(Seth Lloyd) 같은 과학자는 윔프 입자로 신체가 구성된 외계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자료원: Intern, MIT Professor Says Aliens Could Be Dark Matter, Outer Places, Jul 25 2013; http://www.outerplaces.com/universe/astrobiology/item/1925-mit-professor-says-aliens-could-be-dark-matter)

우주에 암흑물질로 된 생물이 정상물질로 된 생물보다 더 많다면 우리는 왜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없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암흑물질은 정상물질과 잘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물질로 몸이 구성된 우리로서는 암흑물질 생물을 알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 역(逆) 역시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암흑물질로 구성된 생물은 어디에 있는 걸까?

Apophysis__Photino_Trio_by_BrentOGara

암흑물질의 양자파동함수로 신체가 구성되어 있는 포티노 새들은 우리처럼 중입자로 구성된 존재와는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의 존재를 자각할 수 없다. 문제는 이들이 자기들이 사는 항성의 불안정성을 없애고 꾸준히 관리를 하다보니 초신성 폭발이 발생하지 않아 이 우주에 더 이상 중입자의 공급이 끊어져버린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은하 안에서 질리 종족과 포티노 새 간의 전쟁이 오래도록 계속된다. (copyight: BrentOGara)

스티븐 백스터(Stephen Baxter)의 ‘질리 연작 Xeelee Sequence; 1991~2011년’에는 ‘포티노 새들’(the Photino birds)이라 불리는 암흑물질 생물이 나온다. 신체가 양자파동함수(quantum wave functions)로 되어 있는 이 생물들은 뜻밖에도 태양의 대기 속에서 살아간다. 어떻게 섭씨 6천 도(태양표면)에서 100만도(코로나 지역)에 이르는 초고온에서 이 생물들이 온전히 살 수 있을까? 이는 누누이 말했듯이 암흑물질이 정상물질에 거의 물리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암흑물질로 되어 있는 외계생명은 아무리 가혹한 환경에 놓여도 그 환경이 정상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면 별로 구애받지 않을 공산이 크다. 반면 암흑물질이라도 중력에는 속박 받는다. 은하와 은하단의 운동에 이 물질의 분포가 미치는 영향을 떠올려보라.

암흑물질로 구성된 생명체가 나오는 또 다른 과학소설로는 마가렛 와이즈(Margaret Weis)의 장편 ‘유령군단 Ghost Legion; 1993년’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암흑물질 생명체들은 우주를 날아다닐 뿐 아니라 중력을 변화시키는 능력까지 선보인다. 암흑물질 생명체는 TV 드라마에도 나온 적 있으니, ‘스타 트랙, 보이저 Star Trek: Voyager’의 140번째 에피소드 “훌륭한 목자(Good Shepherd; 2000년)”편이 바로 그러한 예다. 여기서는 눈에 보이지 않은 존재들이 제인웨이 여선장의 우주선을 공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