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6번째 대멸종, 원인은 인간?

포식자 인류, 지속가능한 사냥법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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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화살과 총에 맞은 뒤 목이 잘리고 가죽이 벗겨진 채 국립공원 밖에서 발견된 사자 세실 사건이 화제가 된 건 그의 유명세 덕분이었다. 13살짜리 수사자 세실은 영화 라이온킹의 심바를 연상시키는 외모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짐바브웨의 명물이었다.

미국인 치과의사가 세실을 그처럼 처참하게 죽인 건 오락 삼아 즐기는 과시용 사냥이라는 게 이유의 전부였다. 이를 ‘트로피 헌팅’이라 하는데, 자신이 사냥해서 잡은 동물의 머리를 박제해서 전리품으로 챙긴다.

남아공에서는 트로피 헌팅용으로 사육되는 사자가 7000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이 사자들은 평생 좁은 우리에 갇혀 살다가 넓은 들에 풀리자마자 사냥꾼들의 화살이나 총에 맞아 생을 마감하게 된다. 트로피 헌팅은 밀렵과는 달리 합법적인 비즈니스로서 아프리카의 각 정부 차원에서 장려하고 있는 산업이다.

인간의 사냥 솜씨는 선사시대 때부터 가장 거대한 포유류를 멸종시킬 만큼 뛰어났다. 약 1만 년 전에 지구상에서 사라진 매머드가 바로 그 비운의 주인공이다. 매머드의 갑작스런 멸종 이유를 놓고 그동안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며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인간이 대형 육식동물을 죽이는 능력은 다른 포식자들의 9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morgueFile free photo

인간이 대형 육식동물을 죽이는 능력은 다른 포식자들의 9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morgueFile free photo

그런데 최근엔 인류의 사냥으로 인해 매머드가 멸종됐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엑서터대학 연구진이 첨단 통계 분석법을 이용해 선사시대 인류가 세계 각지로 흩어져 나간 시기와 매머드가 특정 지역에서 사라진 시기를 연결 지어 분석한 결과, 인간의 정착 시기와 멸종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인간은 먹잇감으로 활용하기 좋은 대형동물을 먼저 사냥한다. 오세아니아의 경우 인간이 진출한 지 1만 년이 채 되지 않아 몸무게 45㎏ 이상의 고유종 24종 중 23종이 멸종했다.

연안에 사는 큰 물고기의 90%가 사라져

공룡의 후예로서 몸집을 줄여 하늘로 올라간 조류도 멸종 위기에 처한 건 마찬가지다. 도로나 전선, 통신타워 건설 등과 같은 인간에 의한 서식처 파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4000만 마리 이상의 새가 통신타워 때문에 죽고 있다. 바다새의 경우 기름 유출, 살충제, 어획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으며, 앵무새는 1/3이 애완용으로 이용되는 등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해양 생태계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어류 남획에 대해 고발한 영국의 다큐멘터리 ‘The end of the line’에 의하면 1년 동안 인간이 바다에 던지는 그물의 길이는 1억4000㎞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지구의 전 해양을 수백 번 휘감을 수 있는 길이다.

바다 역시 대형 어종이 인간의 주 타깃이다.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더글러스 매커리 교수가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에 의하면 연안에 사는 몸집이 큰 물고기의 90%가 사라졌으며, 흰긴수염고래의 개체수는 20세기 들어 23만여 마리에서 2000마리로 급감했다.

상품가치가 있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의도치 않게 포획돼 희생되는 부수어획만 해도 세계 어획량의 약 40%로 추정된다. 폭약을 터뜨려 기절한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방식의 ‘다이너마이트 어업’과 해저의 사는 물고기를 모조리 훑는 ‘저인망식 어업’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인간의 파괴력을 실감케 하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의 진화생태학 연구진이 발표한 이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사자나 회색곰 등의 다른 포식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초식동물을 죽이지만 대형 육식동물을 죽이는 능력은 다른 포식자들의 9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문제는 육식동물의 경우 다른 동물들에게 공격을 당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인간을 효과적으로 회피하거나, 개체 수를 신속히 회복하는 생식 전략을 진화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구의 슈퍼 포식자는 인간

인간이 육식동물을 죽이는 이유는 세실의 경우처럼 과시용이거나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새끼보다는 다 자란 개체를 사냥한다. 이처럼 생식 가능한 어미가 사라지면 육식동물들은 멸종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연구진은 인간이 다른 포식자들보다 14배나 더 많이 물고기를 잡는다고 밝혔다. 기계화된 어업 장비로 연간 1억톤 이상의 해양 어류를 잡아들이는데, 특히 생식능력이 최고조에 달한 성어들을 집중적으로 잡는다는 것. 이로 인해 일부 물고기 종류는 몸집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거나 일찍 새끼를 낳는 등 새로운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슈퍼 포식자인 인간이 이처럼 ‘가장 큰 개체’를 선호하는 기존의 포획 전략을 고수할 경우 전 세계의 식량 수급이 지속 불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스탠퍼드대학 등의 미국 공동 연구진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게재한 연구보고서에서 지난 세기에 비해 동물의 멸종 속도가 110배 빨라지면서 지구가 6번째 동물 대멸종 시기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대멸종이란 지구상에 생존했던 종의 75% 이상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사건을 말한다. 약 6500만년 전 공룡의 멸종을 끝으로 지금까지 지구는 5차례의 대멸종을 경험했다. 대멸종의 원인은 거대 운석의 충돌 같은 천문학적인 원인과 지각 운동으로 인한 대규모 화산 활동 등의 지구 내부 문제가 꼽힌다.

그런데 최근 과학계에서 경고하는 6번째 대멸종은 인류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멸종이 일어나면 지구가 종말을 맞으리라는 예상은 인간의 편견일 뿐이다. 5차례의 대멸종을 겪고도 지구의 생태계는 여전히 건강하다. 다만 공룡처럼 최상위 포식자가 다른 종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나면 현재 지구의 슈퍼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류가 대체 대상 1순위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이라면 지금이라도 다른 포식자들의 지속가능한 사냥 행태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