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과 양자장론은 어떻게 다른가요?”

박인규 교수|서울시립대 물리학과

 

들어가며

“양자역학과 양자장론은 어떻게 다른가요?”, “양자장론을 쉽게 설명해주세요.”, “파인만의 양자전기동력학(QED)은 무엇인가요?”, 필자가 젊은 물리학도들에게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다. 필자가 양자장론을 전공한 이론물리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 질문을 회피하는 것은 정당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에게 양자장론의 복잡한 계산을 요구한 것이 아니고 단지 양자장론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왕 연재한 칼럼이니 이번 기회에 글로 한번 정리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만 편집자가 요구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의 선택과 설명이 가능할 지가 걱정될 따름이다. 자 우선 수소원자 이야기를 꺼내보자.

양자역학과 수소원자

수소원자 속의 전자를 양자역학을 사용하여 기술해보면 전자들은 띄엄띄엄 양자화된 특정한 에너지 상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수소원자에 대한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解)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이미 보어의 모델을 통해 잘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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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어의 수소원자모델은 태양계의 모습과 닮았다. 태양계의 경우에는 태양에 의한 중력이 구심력 역할을 하여 행성들은 원운동을 하게 된다. 반면 보어의 수소원자모델에서는 원자핵에 의한 전자기력이 구심력 역할을 하여 전자의 원 궤도 운동을 만든다. 태양계에서의 행성은 “중력=구심력”이 되는 모든 곳이 행성의 궤도가 될 수 있다. 수소원자에 똑 같은 생각을 적용하면 “전자기력=구심력”이 되는 조건을 사용하여 전자의 궤도반지름을 쉽게 계산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보어는 여기에 전자가 갖는 각운동량이 플랑크상수의 정수배이어야만 한다는 양자화 조건을 걸어 수소원자의 복사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설명해 낸다.

이 마법과 같은 양자화 조건을 걸면 전자는 띄엄띄엄 떨어진 어느 특정한 궤도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각 궤도위의 전자는 특정한 에너지를 갖게 된다. 이 특정한 에너지 계단을 에너지 준위라고 부른다. 수소원자의 복사 스펙트럼은 전자가 이런 특정한 에너지 준위 사이를 천이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스펙트럼이 띄엄띄엄 나타나는 것은 바로 에너지 준위가 양자화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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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전자가 3층 이상thumb1의 에너지 준위에서 2층thumb2으로 떨어질 때 나오는 빛이 그 유명한 발머계열(Balmer series)복사스펙트럼이 된다. 또 2층 이상의 준위에서의 전자들이 바닥 층인 1층으로 떨어질 때 내는 빛들은 라이만계열이라 부른다. 이들은 모두 자외선인 관계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또 4층 이상의 에너지 준위에 놓인 전자들이 3층으로 떨어질 때 내는 빛들은 파쉔계열을 만드는데 이들은 모두 적외선들이라 이들 역시 눈에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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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한계

보어의 모델 대신 슈뢰딩거 방정식에 전기포텐셜을 넣어 수소원자를 설명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전자를 고전적인 운동방정식으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의 존재확률에 관계된 파동함수로 나타나는 양자역학적인 기술을 하게 된다. 이 풀이 과정을 연습하고 또 그 풀이의 뜻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은 물리학 전공자들에게는 필수적인 훈련 과정 중에 하나이다. 수소원자의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 해가 되는 파동함수를 모두 얻고 나면 마치 수소원자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과 같은 기쁨을 얻게 된다.

한편 양자역학의 해석에 따르면 어떤 한 파동함수의 제곱은 그 상태에 대한 존재 확률에 비례하고, 서로 다른 두 개의 파동함수의 곱은 두 상태간의 전이 확률에 관계한다. 이를 바탕으로 따지면 고전적인 양자역학을 가지고는 전자의 자발적인 천이현상을 설명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왜냐하면 들뜸 상태를 기술하는 파동함수와 바닥상태를 기술하는 파동함수가 섞여있지 않아 둘을 곱해서 아무런 기댓값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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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양자역학만 가지고는 들뜬 상태에 있는 전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기저상태로 내려가는 자발적 복사(spontaneous emission)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을 사용해 천이를 통해 얻어지는 빛의 에너지가 얼마인지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과 어떻게 천이가 일어날 수 있는 가를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인슈타인은 들뜬상태에서 기저상태로 천이하는 이 자발적 과정을 방사성 붕괴와 같이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역시 빛이 방출되는 현상의 물리적 특성을 기술하였을 뿐 그러한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나는 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양자장론이 필요한 이유

이 자발적 방출(spontaneous emission)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양자장론이 필요하다. 고전적 양자이론에서 원자의 에너지 준위는 양자화 되어 있지만 원자 내에 걸쳐 있는 전기장은 여전히 연속적으로 양자화 되어 있지 않다. 즉 반쪽짜리 양자화인 것이다. 따라서 공간내의 모든 점에서 포텐셜이 되는 장(場, Field) 역시 양자화 되어 있는 이론을 생각할 수 있고 이를 우리는 양자장론이라 부른다. 특별히 이 전자기장의 양자화를 다룬 양자장론을 우리는 양자전기동력학(QED, Quantum Electrodynamics)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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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장론에서 말하는 장을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마치 공간내의 모든 점이 스프링으로 연결된 구조를 생각해보면 되겠다. 이 경우 장의 크기는 공간내의 각 점이 원래의 위치에서 떨어진 정도에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장의 세기를 스프링 진동에서 나타나는 후크의 법칙으로 기술할 수 있게 되고 그 경우에 얻어지는 해는 조화진동이 된다.조화진동을 양자역학적으로 풀면 고전역학에서는 볼 수 없는 양자역학 고유의 특성이 나온다. 양자역학적 조화진동자의 경우에는 바닥상태를 기술하는 파동함수가 존재하고, 이 바닥상태에 해당되는 에너지는 “0”이 아니고 thumb3이 된다. 그렇다면 공간의 각 지점이 조화진동자 형태의 포텐셜을 가졌다고 보고, 여기에 양자화를 적용하여 양자화된 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양자전기동력학(QED)에서는 전자기장을 양자화하여 전자와 함께 둘 다 모두 파동함수로 나타낸다.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양자화된 전자기장이 바로 빛 알갱이(photon)인 것이다. 양자전기동력학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진공의 성격에 있다. 조화진동자의 기저에너지가 0이 아니고 어떤 기본 에너지를 가지고 있듯이 양자전기동력학이 기술하는 진공(QED Vacuum) 상태는 0이 아닌 기저에너지를 갖는다. 즉 0이 아닌 진공에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양자화된 장과 입자와의 반응

문자 그대로 텅 빈 공간을 뜻하는 진공이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니 이 무슨 황당무계한 이야기인가. 그러나 사실 이 전자기장의 기저상태를 나타내는 파동함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들뜸상태에 있는 수소원자가 자발적으로 빛을 방출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 전자기장의 양자화된 파동함수가 전자의 파동함수와 결합하여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파인만이 생각하는 전자와 전자기장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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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아인슈타인은 원자가 가지고 있는 전자의 에너지 준위를 바탕으로 빛의 방출과 흡수에 관련된 3가지 프로세스를 주창하였다. 그 첫 번째가 양자장론으로만 설명되는 “자발적 방출(spontaneous emission)”이고, 두 번째가 다른 빛에 의해 자극을 받아 빛을 내는 “유도복사(stimulated emission)”, 그리고 빛을 받아 낮은 상태에 있던 전자가 들뜸 상태로 전이하는 “흡수(absorption)”가 세 번째 프로세스이다. 그리고 이들 프로세스는 바로 현대문명의 이기 중 하나인 레이저(LASER)의 근본 작동 원리이기도 하다. 양자장론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레이저의 원리를 완전히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양자장론은 실제 우리 주변에 나타나는 거의 모든 현상들의 숨겨진 진실인 것이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 프로필
물리학과_박인규-4x5-small_(Unicode_Encoding_Conflict)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
1992.03~1995.02 Univ. de Paris XI 박사
1995.03~1996.02 CERN (LAL, SKKU) Post-doc
1996.03~1998.08 IFAE (Univ. Autonoma de Barcelona) Post-doc
1998.09~1999.02 BNL (Yale University) Research Scientist
1999.03~2004.02 University of Rochester Research Asociate
2011.1~현재: 한국물리학회 실무이사, 재정위원, 물리학회 평의원
2013.1~현재: 과학비지니스벨트 건설 추진위원, 중이온가속기 건설 추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