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만에 훑어보는 양자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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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우리는 양자역학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다. 양자역학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선 이 칼럼을 보는 데 사용하고 있을 컴퓨터나 스마트폰부터 처분하고 시작해야 한다. 형광등도 꺼야 한다. 다음은 TV를 포함한 거의 모든 전자장치를 버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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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IB)

양자역학은 원자를 기술하는 학문이다. 원자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면 그냥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다. 맛있는 와플도 원자로 되어 있다. 칼로 와플을 둘로 나누고, 그 반을 다시 둘로 나누고, 또 나누고 하여 27번 정도 나누면 원자 하나의 크기에 도달한다. 즉, 그 크기가 0.00000001 cm라는 얘기다. 원자는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우리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전자를 이해하라

우선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살펴보자. 원자는 구형(球形)의 솜사탕과 비슷하다. 한 가운데 작은 씨가 들어있다. 솜사탕은 전자, 씨는 원자핵이라 부른다. 전자는 음전하, 원자핵은 양전하를 띄는데, 양전하와 음전하의 양이 정확히 일치해 전체적으로 중성의 상태를 형성한다. 원자핵은 원자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크기가 원자 반지름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무지무지 작다는 것이다. 전자가 그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 전자가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양자역학이다.

전자는 작은 알갱이다. 전자를 바람개비에 쏘아주면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원자가 솜사탕 같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히 보면 태양계와 비슷하다. 솜사탕에 대한 비유를 든 것은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전자의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했던 실험은 다음과 같다. 벽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벽을 향해 전자를 쏜다. 이 실험이 쉬울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여러 개의 야구공을 하나씩 쏜다면 일부는 벽에 맞고 튕겨 나올 것이고, 일부는 구멍을 통과하여 벽 뒤에 있는 스크린에 도달할 것이다. 구멍의 모양은 길쭉한 직사각형 형태다. 야구공에 본드를 발라 스크린에 붙도록 만든다면, 스크린에는 두 개의 구멍을 지난 야구공이 붙어 만든 두 개의 줄무늬가 생길 것이다.

이번엔 실험 장치를 물에 담그고 물결파를 보내보자. 물결파가 두 개의 구멍을 통과하여 벽 뒤로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결파는 구멍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전 공간으로 퍼져나간다. 구멍이 두 개이므로 동심원도 두 개, 이렇게 만들어진 두 개의 동심원은 서로 뒤섞이며 공간적으로 아름다운 여러 개의 무늬를 만든다. 이것이 간섭무늬다.

야구공은 두 개의 줄무늬, 물결파는 여러 개의 줄무늬. 바로 이것이 두 개의 구멍을 통과할 때, 입자(야구공)와 파동(물결파)이 보이는 극명한 차이다. 여기에 전자를 쏘아보면 어떻게 될까? 앞서 전자가 작은 알갱이, 즉 입자라고 했으니 두 개의 줄무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전자로 실험을 해보면 여러 개의 줄무늬가 나오게 된다. 즉 파동을 보냈을 때와 같다. 이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는지가 바로 양자역학의 알파요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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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IB)

이것을 본 물리학자들은 ‘멘붕 상태’에 빠진다. 입자와 파동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구멍을 통과할 때 하나의 입자는 한 번에 단 하나의 구멍만을 통과할 수 있다.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날 수는 없다. 양자세계에 들어온 이상 이런 당연한 걸 일일이 말해야한다.

파동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할 수 있다. 위치를 이야기하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소리도 파동의 한 예다. 내가 말을 하면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이 소리를 듣는다. 파동은 여기저기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전자가 파동과 같은 줄무늬를 보였기 때문에 파동이라고 한다면,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났어야 한다. 실제 물리학자들은 전자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전자를 한 개만 쏘면 어떻게 되나? 좋은 질문이다. 사실 소리는 셀 수가 없지만 전자는 입자니까 셀 수 있다. 전자를 단 하나만 보내서, 벽에 걸리지 않고 스크린에 도달했다면 단 하나의 점이 찍힌다. 그렇다면 아까 이야기한 여러 개의 줄무늬는 무슨 말인가? 줄무늬라는 것 자체가 여러 개의 전자를 필요로 하는 것 아닌가?

진실은 이렇다. 전자를 한두 개 보내서는 무늬 따위가 생기지 않는다. 한두 개의 점만 찍힐 뿐이다. 하지만, 수천 개의 전자를 보내면 수많은 점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나타난다. 이 패턴이 두 개의 줄무늬가 아니라 여러 개의 줄무늬라는 거다. 그렇다면 혹시 전자들끼리 서로 짜고서 파동과 같은 무늬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전자가 생명이 있는 것은 아닐 테니, 좀 고상한 용어로 하자면 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런 무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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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양자역학을 주제로 1927년 솔베이(Solvay)에서 열린 컨퍼런스.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양자역학의 권위자인 슈뢰딩거, 하이젠베르그, 보어, 디락, 등과 함께 양자역학에 반대하는 주장을 종종 펼친 아인슈타인도 보인다. (Benjamin Couprie_위키미디어)

전자는 의식을 갖고 있는가

전자한테 물어볼 수는 없으니 실험을 해야 한다. 이번에는 전자를 하나씩 띄엄띄엄 보낸다. 즉, 전자 하나를 쏘고 그 녀석이 스크린에 찍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다음 전자를 쏜다는 말이다. 당연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도 파동의 무늬는 여전히 나타난다. 물론 충분히 많은 전자가 스크린에 찍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리해보자. 첫째, 파동의 패턴은 여러 개의 전자가 만드는 결과를 종합하여 얻어진다. 둘째, 개개의 전자는 특별히 그런 결과를 의식하거나, 다른 전자와 정보를 교환하거나 하지 않는다. 이제 도약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전자 하나의 입장에서 패턴은 확률적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주사위를 던지면 1의 눈이 1/6의 확률로 얻어진다. 물론 주사위를 한 번 던질 때는 아무런 패턴도 없다. 그냥 여섯 가지 숫자 가운데 아무거나 나올 거다. 하지만, 주사위를 6000번 던지면 대략 1000번은 1의 눈이 나온다. 전자가 보여주는 여러 개의 줄무늬는 확률적 파동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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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IB)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를 분들이 대부분이리라. 물리학자들도 어리둥절해 했다. 사실 이제부터 질문이 터져 나와야 정상이다. 전자가 정말로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나? 하나의 전자가 둘로 쪼개어 졌다가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인가? 이런 당연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물리학자들의 제안은 간단하다. 전자가 지나갈 때 사진을 찍어보자.

전자들을 보내며 매번 사진을 찍었더니 안타깝게도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는 전자 사진은 없다. 사진을 보면 전자는 왼쪽 또는 오른쪽, 분명 하나의 구멍만을 지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관측을 하면서 이중슬릿 실험을 하면 스크린에는 두 개의 줄무늬가 생긴다. 입자니까 하나의 구멍만을 지나고, 따라서 입자의 성질인 두 개의 줄무늬가 생긴 거다. 모순이라고는 전혀 없다. 그렇다면 여러 개의 줄무늬는 뭐냐고? 여러 개의 줄무늬를 얻으려면 사진 찍기를 중단해야 한다.

이쯤 되면 웬만한 물리학자들도 한계에 다다른다. 사진을 찍으면, 아니 쳐다보면 하나의 구멍만을 통과하고, 안 보면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난다? 실험 결과를 보면 전자가 마치 의식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 자신을 관측하면 입자와 같이 행동하고,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과 같이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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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IB)

양자역학은 이렇게 주장한다. 우선 우주를 거시세계와 미시세계 둘로 나눈다. 거시세계는 뉴턴이 만든 고전역학이 지배한다. 하나의 입자가 하나의 구멍을 지나는 우리에게 친숙한 세계다. 미시세계는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세계다.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며 하나의 전자가 동시에 두 개, 아니 수십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갖는 상태를 중첩상태라 부른다. 관측을 하면 미시세계의 중첩상태는 깨어지고 거시세계의 한 상태로 귀결된다.

이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더 알고 싶다면 이제 공부해야한다.

필자 소개 / 김상욱

김상욱은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스텍, 카이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BK조교수를 거쳐 2004년부터 지금까지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동경대, 인스부르크대 방문교수를 역임했으며, 주로 양자과학, 정보물리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영화는 좋은데 과학은 싫다고?>, (공저), <고전의 힘>(공저), <헬로 사이언스>(공저), <책대책>(공저), <복제>(공저), <과학수다>(공저),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등이 있다. 아태이론물리연구소 과학문화위원을 맡고 있고, 과학동아, 국제신문, 머니투데이, 국민일보, 교육광장 등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국과위 톡톡과학콘서트, TEDxBusan, 팟캐스트 <과학같은 소리하네>, YTN사이언스, 방송통신대특강 등 과학을 매개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