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소녀가 발견한 ‘공룡의 존재’

김형근의 유레카(14) 고고학의 어머니 메리 애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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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메리 애닝(Mary Anning 1799~1847)과 비슷한 동시대에 살았으며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72~1870)는 그녀를 두고 다음과 같이 칭찬했다.

“그 목수의 딸은 혼자 힘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여성이다” 유복한 집안 출신이라 하더라도 여성이 과학적인 활동을 하기가 매우 어려웠던 시절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극찬에 가까운 표현이다. 가난한 집안의 딸인 애닝은 그만큼이나 자연사 탐구에 아주 큰 기여를 했다.

공룡시대의 존재를 알린 것은 바로 메리 애닝의 공룡 화석 발견에서 시작된다. 지구의 역사, 그리고 본격적인 고고학과 지질학 연구도 그녀의 발견에서부터 비롯된다. 과거의 지구는 결코 지금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이가 바로 애닝이다. 손에 들고 있는 피크 해머는 그녀의 유일한 화석 채집 도구다.   ⓒ theschoolrun.com

공룡시대의 존재를 알린 것은 바로 메리 애닝의 공룡 화석 발견에서 시작된다. 지구의 역사, 그리고 본격적인 고고학과 지질학 연구도 그녀의 발견에서부터 비롯된다. 과거의 지구는 결코 지금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이가 바로 애닝이다. 손에 들고 있는 피크 해머는 그녀의 유일한 화석 채집 도구다. ⓒ theschoolrun.com

물론 종교적인 신념 등으로 인해 공룡시대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공룡의 존재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이러한 공룡시대의 존재에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이 당시 12세의 어린 소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다.

‘공룡’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30년 전에 이미 공룡을 발견

그로부터 무려 30년이 지난 1841년이 되어서야 영국의 고생물학자였던 리처드 오웬(Richard Owen 1804~1892)이 이러한 화석들을 토대로 공룡이 현존하는 동물들과는 전혀 다른 종이란 걸 알아낸다. 그리고 이러한 동물들을 통틀어 무시무시한 도마뱀이라는 뜻의 ‘디노사우루(dinosaurs)’라고 명명한다. 후에 이는 ’다이너소어(dinosaur)’로 변형됐고 한자로 번역해 ‘공룡’ 이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메리 애닝은 과학자가 되기 위해 어떠한 정식 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나 총명했다. 호기심, 그리고 예리한 통찰력과 뛰어난 관찰력으로 1800년대 초 영국의 대단한 화석연구가가 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초인적인 화석발견 능력 덕분에 위대한 화석연구가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애닝의 고향에서는 흔히 그녀를 전설적인 과학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애닝의 개인 생애에서도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갓난 아기였을 때다. 어느 날 유모가 그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들이를 갔다. 그런데 갑자기 맑은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벼락이 내리쳐 유모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홀로 남은 에닝은 그날 하늘과 영적인 대화를 가졌다. 벼락이 치는 폭풍우 속에서 하늘로부터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 받은 것이다.

벼락치는 폭풍우 속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 받아

영국 해안을 따라 암벽 속에 박혀 있던 희귀한 멸종 화석을 발견하게 된 것도 하늘이 준 초인적인 능력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전해 내려온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화석 사냥꾼들 가운데 유독 애닝에게만 진귀한 화석들이 발견되었다. 정말 신의 계시였는지도 모른다.

영국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휴양 도시인 라임 레기스에 태어난 어린 메리 애닝은 여느 소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는 바닷가에서 조개 껍질을 줍는 꿈 많은 소녀였다. 그러나 그가 줍는 조개 껍질은 평범한 조개 껍질이 아니었다.

이 도시에는 아주 아름다운 나선형 화석조개들이 절벽에서 씻겨 나와 모래사장으로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희한한 물건들’을 관객들에게 기념품으로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에 공룡이 살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생물의 종이 진화되어 온 증거들을 과학자들이 막 모으기 시작하던 때였다. 진화론의 찰스 다윈(1809~1882)의 시대를 참고한다면 당시의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메리 애닝이 처음으로 발견한 공룡화석은 물고기이면서 도마뱀의 모습을 한 이크티오사우루스라는 어룡(漁龍)이다. 이로 인해 애닝의 명성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carnivoraforum.com

메리 애닝이 처음으로 발견한 공룡화석은 물고기이면서 도마뱀의 모습을 한 이크티오사우루스라는 어룡(漁龍)이다. 이로 인해 애닝의 명성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carnivoraforum.com

지구의 역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다

애닝의 노력으로 그것들이 바로 화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류는 그 화석들을 통해 처음으로 공룡시대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화석조개들은 지금은 암모나이트라고 부르는 것으로 2억5000만 년 전 시작된 쥐라기 시대에 따뜻한 바다에서 번성했던 선사시대의 동물이었다.

이러한 연체동물들이 죽자 바다 밑에 가라앉아 묻히게 되었고, 수 백만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속에서 이 침전물은 딱딱해 지면서 암석으로 변한 것이다. 또한 그러는 사이에 해수면은 낮아지고 암벽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결국 바닷물과 바람에 침식되어 바위 속에 묻혔던 화석이 모습을 나타냈고 물에 씻겨 백사장으로 흘러 들어온 것이다.

애닝이 조개화석에 흥미를 갖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주로 옷장을 만들어 팔던 목수인 아버지의 취미 역시 조개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오빠와 함께 아버지를 따라 자주 백사장을 갔기 때문에 ‘희한한 물건들’을 잘 채집하는 훌륭한 사냥꾼이 될 수 있었다.

호기심이 강하고 예리한 통찰력과 뛰어난 관찰력의 애닝에게 화석 조개를 사냥하는 일은 그저 평범한 취미나 생계를 위한 돈벌이 수단만은 아니었다. 11살의 그녀는 그러한 희한한 물건들에 대해 원초적인 질문을 가하기 시작했다.

‘돌이 돼버린 괴물’, 지금의 지구는 옛날 지구가 아니다

“여기는 콧구멍이네, 넌 숨도 쉬고 물도 뿜었겠구나. 그러면 암벽이 있는 여기가 옛날에는 바다였겠구나. 넌 얼마나 오랫동안 암벽에 묻혀 있었니? 그런데 이런 동물들은 왜 지금은 없는 걸까? 왜 사라진 걸까?” 갈수록 커지는 궁금증. “좋아, 내가 그 비밀을 캐고야 말겠어. 혼자서라도 고고학과 지질학 공부를 해보자!”

‘돌이 돼버린 괴물’에 반한 그녀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절벽을 기어오르며 놀라운 화석들을 캐기 시작했다. 괴물의 지느러미, 갈비뼈, 그리고 등뼈 등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유일한 장비는 머리의 한쪽은 반듯하게 평평하고 반대쪽은 뾰족하게 생긴 작업용 금속 피크 해머(pick hammer)가 전부였다.

그의 놀라운 업적은 1811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해 어느 날 무서운 폭풍이 몰아쳤다. 다음날 아침 애닝은 폭풍으로 인해 암벽에서 씻겨 흘러 내려온 기이한 화석을 주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백사장으로 향했다.

그날 애닝이 발견한 것은 평소에 자주 줍던 평범한 나선형 화석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화석이 된 동물의 해골을 발견했다. 그것은 마치 바다의 거대한 용처럼 보였는데 지금의 돌고래와 비슷하게 생긴 선사시대의 바다 파충류였다.

이 이야기는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많은 과학자와 교수들이 그 파충류들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신기하면서도 중요한 유물이라고 생각한 한 박물관이 그 화석을 비싼 값으로 사들였다. 그리고 그 화석에 ‘물고기 도마뱀’을 뜻하는 이크티오사우루스(Ichthyosaurus)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녀의 놀라운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다시 네 개의 길고 날카로운 지느러미와 짧은 꼬리, 그리고 긴 목을 가진 바다괴물 화석을 발견했다. 이 괴물은 물고기보다 도마뱀을 더 닮았기 때문에 ‘도마뱀과 비슷한’이라는 뜻으로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us)라는 이름을 얻었다. 애닝의 명성은 점점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다.

2014년 5월 21일 구글이 애닝의 215번째 생일을 맞아 올린 로고의 모습. ⓒ Google

2014년 5월 21일 구글이 애닝의 215번째 생일을 맞아 올린 로고의 모습. ⓒ Google

1828년 그녀는 또 다른 선사시대의 괴물화석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괴물은 바다에 사는 동물이 아니었다. 날개가 있었다. 이 괴물은 쥐라기 시대에 하늘을 지배했던 익룡(翼龍)으로 추정되는데, 이 화석의 뼈를 연구한 교수가 ‘날개 손가락’이라는 의미로 테로닥틸(Pterodactyle, 익수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장 위대한 화석학자, 그녀를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화석발견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미래를 보기 위해 많은 방문객이 그의 고향인 라임 레기스를 찾아왔다. 그러나 1847년 48세의 나이로 유방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자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라임 레기스의 경제적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래 세대를 위해 애닝이 보관하고 있던 화석들은 그 자체가 진귀한 보물들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의 값어치를 가진 것들이었다. 화석에 발굴에 있어서 신들린듯한 그녀의 재능이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이다.

2014년 5월 21일 구글은 애닝의 215번째 생일을 맞아 독특한 로고를 올렸다. 공룡만큼 우리들에게 신비스러우면서 친밀하게 다가온 동물은 없을 것이다. 구글은 애닝의 모습을 그린 로고를 올리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석학자인 이 여성을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 몇 명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