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위상’ 연구자들 품에

사울레스, 코스털리츠, 홀데인 3명 공동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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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영국 태생으로 현재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고체 물리학자이면서 ‘위상(位相)’ 물리학자인 세 사람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4일 데이비드 사울레스(David J. Thouless, 82) 워싱턴대 명예교수, 마이클 코스털리츠(J. Michael Kosterlitz, 74) 브라운대 교수와 덩컨 홀데인(F. Duncan M. Haldane, 65) 프린스턴대 교수를 2016년 노벨 물리학 수상자로 공동 선정했다고 밝혔다.

왕립과학원 노벨 물리학상 선정위원회는 위상적 상전이(topological phase transition)와 물질의 위상적 상(topological phases of matter)을 이론적으로 발견한 공로로 이들 세 사람을 201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2차원 세계 이해할 수 없는 현상 밝혀내 

이들 수상자는 ‘위상(位相, phase)’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체·액체·기체 상태의 물질 변화가 2차원과 1차원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양한 이론을 통해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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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이란 물질 상태를 분류하기 위해 물리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노벨위원회는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손잡이가 달린 머그컵과 도넛을 가져와 설명했다. 이들의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구멍이 있기 때문에 같은 물질로 보는 방식이다.

이 수학적 방식을 통해 스승과 제자 관계인 사울리스 교수와 코스털리츠 교수는 1972년 2차원의 세계 속에서는 물 분자에서처럼 고체·액체·기체 상태의 위상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신 이들 물 분자들은 2차원 세계에서 분자 배열 패턴이 소용돌이 치고, 또한 이 소용돌이의 반대 방향을 도는 반소용돌이가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차원 평면에서 초전도성과 초유체성이 극저온에서 일어나고 고온에서는 사라진다는 이론이다.

기존의 2차원 평면에선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란 통념을 뒤집은 것. 2차원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상전이 현상을 학계에서는 두 학자의 이름을 따 ‘코스털리츠-사울레스(KT) 상전이(相轉移)’라고 붙였다.

홀데인 교수는 2차원 이론을 기반으로 1차원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초전도체를 지나가는 자기장 흐름의 양이 정수 배수로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 1차원에 가까운 끈 형태에서도 비슷한 상전이 현상이 나타남을 보여줬다.

“2차원 물리학, 양자 컴퓨터 기술에 도움” 

세 과학자의 연구 덕에 인류는 3차원 외에 2차원, 1차원에서 물질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들과 관련,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워낙 중요한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들이라 오래 전부터 물리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고 말했다.

또 ”이들의 연구 결과가 2차원 물리학을 비롯, 양자 컴퓨터 기술에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했다. 다음은 노벨 위원회에서 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와 노벨상 수상자 중 한 명인 던컨 홀데인과의 일문일답 내용.

스미스: 노벨 미디어의 아담 스미스다. 스톡홀름에서 전화하고 있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는가?

홀데인: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전화를 해왔다.

스미스: 어떤 느낌인가?

홀데인: 어느 정도 가능성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수상을 확신하지는 못했다.

스미스: 수상 소식을 듣고 어떤 행동을 했나?

홀데인: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웃음) 나는 침착성을 갖고 있는 영국인이다. 그런데 침착할 수가 없었다.

스미스: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이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으며, 모두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무슨 이유가 있는가?

홀데인: 1970년대 영국은 기초과학을 간과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초과학 투자가 미미했다. 연구자금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은 항상 물었다. 연구하고 있는 것이 어디에 쓰이는 거냐고. 과학 발전을 위해 매우 좋지않은 일이었다. 위대한 발견은 유용한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그 사실로 인해 엄청날만큼 유용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양자역학’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이하면서 풍부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일을 우리가 하고 있다. ‘양자역학’이 과거 위대한 과학자들이 해왔던 그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은 이 분야에서 많은 것을 발견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놀라운 발견이 이어질 것이다. 우리들이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일이 이 양자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들이 연구하고 있는 과학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하면 할수록 정말 신나는 연구다.

스미스: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말해주었다. 고맙다.

지하 주차장에서 수상 소식 들은 코스털리츠 

또 다른 수상자  마이클 코스털리츠와도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다음은 코스털리츠와의 일문일답 내용.

스미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는가?

코스털리츠: 못 들었다. 지금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지하 주차장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스미스: 조금 전에 노벨위원회에서 201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는데 당신이 그 안에 포함돼 있다.

코스털리츠: 맙소사. 믿을 수가 없다.

스미스: (웃음)

코스털리츠: 정말 놀랍다.

스미스: ‘위상적 상전이’와 ‘물질의 위상적 상’에 대한 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데이비드 사울레스와 덩컨 홀데인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코스털리츠: 그렇지! 바로 그거야! 고맙다. 그리고 정말 놀랍다.

스미스: 생각보다 담담하신 것 같다.

코스털리츠: 헬싱키 외곽에 있는 지하 주차장에서 이 소식을 듣는다는 것이 매우 생소한 느낌이다.

스미스: (웃음) 지하 주차장에 있는 것이 언론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할 것 같다. 조금 있으면 기자들이 몰려올 것이다.  당신 전화번호를 아들에게서 들었다. 수상 소식을 전했는데 마냥 행복해하더라.

코스털리츠: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처럼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쁜 소식을 전해줘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