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만의 ‘손님별’ 그 후 30년

김제완의 새로운 과학(11) 슈퍼노바 198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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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2월 23일자 “타임지”의 표지는 “뱅”이라는 제목 아래 손님별이 폭발하는 모습을 싣고 있다.

손님별이란 “초신성”이라고 불려지는 별의 마지막 임종 상태를 말한다.  별은 늙으면 마지막 임종을 맞기 전에 숨 가쁘게 “가스”를 뿜어낸다.  젊은 별(별도 생명이 있으며 그 수명은 무게의 3~5승에 역비례한다.  아주 큰 별인 경우 짧게는 몇 백만년으로부터 태양처럼 작은 별인 경우 길게는 50억년정도 까지 산다) 일때는 태양처럼 별의 내부에서는 수소핵 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이 수소핵 반응에서 얻어지는 막대한 에너지를 쓰면서 태양은 저렇게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별이 가지고 있는 수소도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다 소진하고 나면 헬륨 핵융합 반응에 들어가고 이러한 상태가 되면 별의 색깔이 붉은 빛을 띠고 커진다.  이런 상태의 별을 “적색거성” 라고 하며 별은 노년기에 들어간 셈이 되고 우리 인간들처럼 노쇠현상이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왕조실록]:1604년 10월 8일자  손님별의 기록 ⓒ 왕조실록

[왕조실록]:1604년 10월 8일자 손님별의 기록 ⓒ 왕조실록

적색거성은 노인들처럼 숨을 몰아쉬면서 그 외각의 가스를 품어낸다.  숨 가뿐 노인이 등산을 할 때처럼…과학적으로는 “적색거성”이 되면 빛에 의한 내부 압력이 커져서 가스가 분출되게 되는 것이다.

 

임종을 맞이한 노인별 “적색거성”은 빛을 내기 위하여 “헬륨”원자핵 원료를 다 쓰고 탄소, 산소 등 더 무거운 원소를 쓰면서 생명을 유지한다.  마치 노인네가 “링겔”주사로 연명하듯…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연료를 다 쓰고 나면 핵반응에 의하여 더 이상 에너지를 생성 할 수 없게 되고 짓누르는 별의 무게를 지탱하는 힘이 없어서 별은 갑자기 수축을 일으킨다. 수축을 하다가 보면 중심부의 밀도가 엄청나게 커지면서 더 이상 수축이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별은 더 견딜 수 없어서 폭발을 하고 그 중심부에 “중성자별”이란 아주 단단하고 작으면서도 무거운 별을 남기게 된다.  이 폭발은 말 그대로 장엄하며 폭발할 때 태양의 몇 백만 배 밝기의 빛을 낸다.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 않던 별이 폭발 때문에 갑자기 밝게 보이게 된다.

그러나 폭발은 곧 끝나고 빛을 잃은 별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보이지 않게 된다.  별이 멀리 있었을 때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다가 폭발하는 순간 태양의 수 백만 배의 밝기가 되므로 우리들 눈에 밝은 별로 인식되고 폭발이 끝나면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마치 손님이 오셨다가 몇일 묵고 떠나가 버리듯 한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우리들 조상은 이를 “손님별”이라고 했다.

 왼쪽그림에서 폭발하기 전의 별인 SK-69(화살표)가 보이며  오른쪽 그림에서 폭발하여 손님별 SN1987A가 된 1987년 2월 13일 사진.

<그림2> 왼쪽그림에서 폭발하기 전의 별인 SK-69(화살표)가 보이며
오른쪽 그림에서 폭발하여 손님별 SN1987A가 된 1987년 2월 13일 사진. ⓒ 김제완

영어로 Supernova, 즉 초신성은 밝게 갑자기 나타난 별이란 뜻을 지니고 있으니 맞는 말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손님별”(客星)이 훨씬 좋은 이름이라 할 수 있다.

1987년 2월 23일에 터진 손님별을 SN 1987A라고 하는데 이 별은 16만 광년 떨어진 “큰마제란”성운이란 우리 은하수은하계의 위성 소은하계에 속한 별이 터진 것이다. 이 별은 SK-69라는 태양보다 약 20배 무거운 별이 폭발한 것으로서 임진왜란 직전 선조 때 관측된  손님별(그림1 참조,서양에서는 케풀러 초신성으로 알려져 있음) 이후 400년 만에 터진 육안으로서 볼 수 있는 손님별이기에 1987년 타임지가 400년 만에 돌아온 “크리스마스”라고 보도했던 것이다.(그림2 참조)

400년만의 크리스마스답게 손님별 SN1987A는 많은 선물을 과학자들에게 선사했다.

특히 큰 선물을 받은 사람은 일본 동경대의 “고시바” 교수였다.  그는 현대 물리학이론이 예언하는 “양성자”가 붕괴하여 파이중간자와 양전자로 되는 현상을 보기위한 장치를 땅속 깊은 곳에 만들었다.

아연을 캐다가 폐광이 된 광산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 장치는 빠른 속도의 양전자가 나오면 빛이 나는 (이러한 빛을 그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체렌코프”의 빛이라고 함) 현상을 이용하여 양성자 붕괴에서 나오는 양전자를 보는 장치이었다.

그러나 양성자 붕괴는 관측하지 못하고 손님별 SN1987A에서 오는 중성미자를 관측하게 되었다.  땅속의 장치가 빛 대신 중성미자를 통한 망원경 역할을 한 것이다.

 SK-69가 뿜어낸 가스를 2005년에 촬영한 X-ray 영상 (좌)허블우주망원경으로 잡은 같은영상(우).

<그림3> SK-69가 뿜어낸 가스를 2005년에 촬영한 X-ray 영상
(좌)허블우주망원경으로 잡은 같은영상(우). ⓒ 김제완

고시바교수는 SN1987A를 중성미자 망원경을 통해서 관측함으로서 2003년도 노벨상을 받았고 다른 많은 과학자들도 SN1987A를 이용하여 많은 연구성과를 얻었으니 말 그대로 400년만의 “크리스마스”축제이었다.

손님별이 탄생한지 3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 허블 우주망원경과 찬드리 X-선 망원경은 SN1987A의 조상별인 SK-69가 “적색거성”으로서 숨지기 전 뿜어낸 가스를 포착한 것이다.

SN1987A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면서 발생한 충격파가 SK-69가 100만년 전에 뿜어낸 가스를 따라 잡으면서 충격파의 에너지가 100만년전 SK-69의 마지막 숨결로서 뿜어낸 가스구름을 이온화하여 X-선과 가시광선을 발생하게 한 것이다. (그림3 참조)  100만 년 전의 그 숨결을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