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한 시계는 왜 중요할까

과학기술 넘나들기 (6) 시계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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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로부터 과학기술의 발전사와 긴밀한 연관이 있을 뿐 아니라, 근대 이후에는 저명 물리학자들의 관심사가 되기도 하였다. 보다 정확한 시계를 만들기 위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여, 이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 바로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이탈리아의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이다.

정확한 시계의 발명에도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근대과학의 아버지 갈릴레오 갈릴레이. ⓒ Free Photo

정확한 시계의 발명에도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근대과학의 아버지 갈릴레오 갈릴레이. ⓒ Free Photo

그는 사원의 천장에 매달린 램프가 일정한 속도로 흔들림을 발견하고는 맥박을 짚어서 확인한 결과, 램프의 폭과 관계없이 흔들리는 주기가 일정하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이것이 곧 물리학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진자운동(Simple Harmonic Oscillator)의 원리이다.

진자의 주기는 진폭이나 추의 무게와는 무관하게, 오직 진자 끈의 길이에 의해서만 변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알아낸 그는, 직접 진자시계를 만드는 일에는 그다지 큰 힘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진자 등을 비롯한 물체의 운동에 관한 역학적 법칙의 기초를 세웠기에 훗날 좋은 시계들이 제작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었다.

1492년, 콜럼부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의 각국들이 앞 다투어 항해에 나서던 ‘지리상의 발견’ 시대에는, 정확하고 안전한 항해를 위하여 보다 정밀한 시계가 요구되었다. 네덜란드의 과학자 호이겐스(Christiaan Huygens; 1629-1695)는 처음으로 진자시계를 발명하여 특허를 취득하였고, 1664년에는 최초의 항해용 시계가 이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후크(Robert Hooke; 1635-1703)는, “물체의 탄성은 주어진 힘의 크기에 비례한다.” 는 후크의 법칙을 발견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용수철 운동의 등시성을 이용한 용수철 시계를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18세기 초 해상 진출 경쟁을 벌이던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정확한 항해용 시계, 즉 경도 측정용 시계는 항해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엄청난 상금을 내걸기에 이르렀다.

당시에는 GPS 시스템도, 자동 항법장치도 없었으므로, 망망대해를 탐험하는 배의 현재 위치를 알기가 무척 어려웠다. 북극성의 각도를 잼으로써 북반구에서의 위도는 알아낼 수가 있었겠지만, 동서 방향의 경도는 측정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배의 경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항해용 시계를 제작하는 일이 막중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그 조건이 만만치 않아서 영국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영국에서 서인도 제도까지 항해하는 동안 경도 0.5 이상의 오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시간으로 환산하면 2분 정도다. 당시 선박의 운항속도를 고려한다면, 하루에 3초 이상의 오차가 생기면 불합격일 정도로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었다.

해리슨이 제작한 세번째 항해용 시계. ⓒ Bin im Garten

해리슨이 제작한 세번째 항해용 시계. ⓒ Bin im Garten

수많은 기술자, 발명가 등이 심혈을 기울여 도전하였고, 영국의 존 해리슨(John Harrison; 1693-1776)이라는 사람은 거의 평생을 바쳐서 여러 개의 항해용 시계를 제작한 끝에, 마침내 조건을 만족하는 우수한 시계를 성공적으로 완성하였다.

그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를 다닌 적도 없었으나 독학으로 기계학 등을 공부하였고, 시계 내부의 마찰을 줄이고 온도 차이 등을 보정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고안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내놓은 네 번째 항해 시계 H4는 1761년의 대서양 횡단 항해에서 61일 동안에 5초밖에 오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영국 경도 시험 위원회의 테스트를 통과하였다.

따라서 해리슨은 당시로서는 거액인 2만 파운드의 상금을 받게 되었는데, 당대 최고의 과학자나 대학 교수들도 해내지 못했던 업적을 이룬 그는 시계의 발전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와 의미를 지닌다.

또한 프랑스에서도 대대로 궁정 시계공으로 일해 온 르로아(Pierre Le Roy; 1717-1785)가 가느다란 태엽을 정확하게 움직이게 하는 장치를 발명하여 이를 바탕으로 역시 정밀한 항해용 시계를 제작하였다.

현대의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이르러서도 정밀한 시계, 즉 보다 정확하게 시각과 시간 간격을 측정하는 일은 기술적, 공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물리학적 관점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길이, 질량을 비롯한 시간은 물리량의 기본 단위계를 구성하므로, 곧 물리학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더욱이 이제는 시간의 단위 기준 자체가 바뀌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조금씩 느려지는 지구의 자전을 기준으로 한 기존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지금은 ‘1초’의 기준을 ‘바닥상태에 있는 세슘 원자가 2개의 초미세구조 사이에서 전이(轉移)할 때의 복사 또는 흡수하는 전자기에너지 주기의 9,192,631,770 배’로 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세슘 원자시계가 국제 원자시 설정의 기준이 되는데, 시간을 보다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첨단과학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이들도 여러 차례 나왔다.

1989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물리학자 노먼 램지(Norman Foster Ramsey; 1915-2011)가 대표적이다. 그는 원자가 특정한 에너지 수준에서 다른 수준으로 옮겨가는 것을 유도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세슘 원자시계에 대한 원리를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21세기 들어서도 정밀한 시간 측정과 관련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배출되었다. 미국의 물리학자 홀(John L. Hall; 1934)과 독일의 핸슈(Theodor W. Hänsch; 1941-)는 레이저에 기반하여 원자나 분자에서 나오는 빛의 색깔을 극도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 즉 정밀 분광학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홀과 헨슈는 빛을 짧은 다발인 펄스(pulse)로 만들고 펄스의 폭을 극도로 좁히기 위하여 다른 많은 주파수의 파형을 조밀하게 합쳤는데, 이들 주파수 성분의 모습이 마치 머리를 빗는 빗처럼 조밀하다고 하여 이른바 ‘주파수 빗 기술(Frequency comb technique)’이라고 한다.

주파수빗기술. ⓒ hi-tech.mail.ru

주파수빗기술. ⓒ hi-tech.mail.ru

빗의 톱니 간격을 극도로 좁히면 ‘1천조분의 1′ 정도의 정확성으로 빛의 주파수를 구별해낼 수 있는 분광기술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를 더욱 정확한 시간 측정에 응용하면, 거의 30억 년에 1초가 틀리는 정도의 정밀한 시계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의 연구는 인공위성을 통한 자동위치 측정 시스템, 즉 GPS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GPS 위성은 우주에서 촬영한 사진을 전송하는데, 위치를 정확하게 식별하기 위해서는 위성이 보내온 정보의 미세한 색상 차이를 명확하게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은 기초과학 분야를 비롯해서 통신, 컴퓨터, 우주기술 등 첨단 응용분야에 널리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원자시계의 공명기 부분. ⓒ 도쿄국립과학박물관

원자시계의 공명기 부분. ⓒ 도쿄국립과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