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자별 충돌, 중력파·전자기파로 첫 관측

"다중신호 천문학 탄생 부른 역사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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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있는 금(金)·백금·납·우라늄 등 무거운 금속 원소 대부분의 근원인 ‘중성자별 충돌’ 현상이 사상 최초로 중력파와 전자기파로 동시에 관측됐다.

중성자별은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후 남은 잔해다. 밀도가 매우 높고 질량은 대체로 태양의 1.1∼2.0배 수준으로 백색왜성보다는 크고 블랙홀보다는 작다.

블랙홀이 아닌 중성자별끼리 충돌하는 것이 중력파로 관측된 것, 그리고 중력파로 관측된 천문 현상이 다른 관측 수단으로 함께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고(LIGO)·비르고(VIRGO) 중력파 관측단 등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은 17일(한국시간) 이런 내용을 포함한 연구 결과를 전 세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발견은 중성자별 충돌의 증거로 예측돼 온 ‘킬로노바’(kilonova)라는 현상을 처음으로 명확히 관측한 사례다.


킬로노바는 중성자별 두 개가 서로의 주변을 돌다가 충돌하면서 합쳐져 블랙홀이 되는 전후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중성자가 마구 튀어나오면서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이 중 상당수가 방사성 붕괴를 하면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을 포함한 다양한 전자기파가 나온다.

우주에 있는 금(金)·백금·납·우라늄 등 무거운 원소들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쳐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올해 8월 17일 오후 9시41분께 라이고·비르고 관측단이 중성자별 충돌에 따른 중력파 현상(GW170817)을 미국 2곳과 이탈리아 1곳에 있는 중력파 관측시설로 관찰했다.

중력파가 종료된지 2초 후부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전파망원경과 유럽우주관측소(ESO)의 인테그랄 감마선 전파망원경이 약 2초간의 짧고 약한 감마선 폭발 현상을 포착했다.

이어 약 11시간 후에는 약 1억3천만 광년 떨어진 은하 ‘NGC 4993′에서 이 중력파 현상에 대응하는 천체가 가시광선으로 관찰됐다. 당시 지구에서 관측한 겉보기 등급은 약 20등급이었다. 이는 맨눈으로 보이는 가장 희미한 별의 겉보기 등급(6등급)의 40만분의 1 수준이다.

중력파가 관측된 지 약 21시간 후부터 초기우주천체연구단 단장인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이끄는 광학 연구진은 GW170817에 대한 추적 관측을 했다. 여기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칠레에서 운영하는 KMT넷 망원경과 서울대가 호주에서 운영하는 이상각 망원경 등이 쓰였다. 이런 추적조사를 통해 국내 연구진은 별의 광도 곡선과 색깔 변화 등이 킬로노바 현상의 이론적 예측과 일치함을 밝혔다.

국제공동연구진은 그 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을 이용한 X선 관측의 결과와 한국 연구진이 주도한 가시광선 영역 관측, 라이고·비르고 연구단의 중력파 관측을 종합해 이번 중성자별 충돌의 전모를 밝혀냈다.

연구 결과 이번 현상은 질량이 각각 태양의 1.36∼1.60배, 1.17∼1.36배로 추정되는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이번 관측 결과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 물리학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즈’(PRL), 천체물리학 권위지 ‘애스트로피지컬 저널 레터즈’(ApJL) 등에 논문 7편으로 나뉘어 실렸다.

이 연구에는 세계 45개국, 900여 기관에 소속된 50여개 연구그룹의 과학자 3천500여명이 참여했다. 이 중 38명은 한국중력파연구단, 한국천문연구원,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 성균관대 우주과학연구소 등에 소속된 국내 과학자들이다.

임명신 교수는 “중력파와 X선, 감마선, 광학 관측 등의 협동연구를 통해 중력파 신호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 어떤 천체에서 나온 것인지 처음으로 밝혀낸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중력파뿐만 아니라 전자기파 등 다른 관측 수단을 함께 이용해 천체 현상을 연구하는 ‘다중신호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이 탄생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