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5년, 소행성과 충돌 피하려면?

궤도 수정 프로젝트 '해머' 가동… 탐사 우주선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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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0여년 후에나 벌어질 사건을 지금부터 미리 염려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사건이냐에 따라 염려의 정도가 다르겠지만, 만약 그 사건이 인류가 겪을 대재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지금부터 염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오는 2135년에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하지 않으면 인류 생존이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링크)

NASA가 100여년 후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가능성을 예측하여 우려를 낳고 있다 ⓒ npr.org

NASA가 100여년 후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가능성을 예측하여 우려를 낳고 있다 ⓒ npr.org

지구와 베뉴의 충돌 확률은 2700분의 1

100여년이 지난 뒤 인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천체는 베뉴(Bennu)라는 이름의 소행성이다. 지난 1999년에 처음 발견된 이 소행성은 1.126AU 정도의 거리에서 태양 주변을 공전하고 있다.

1AU는 지구와 태양 간 거리를 뜻하는 단위로서, 태양과의 거리만 놓고 보면 지구와 베뉴는 태양과 비슷한 거리를 유지한 채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베뉴의 직경은 약 500m이며, 질량은 대략 1억 40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ASA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관측 결과만 놓고 보면 지구와 베뉴가 충돌할 확률은 2700분의 1로서 매우 낮은 편”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혹시라도 충돌이 확실시 된다면, 베뉴를 폭파시키든지 아니면 진행 경로를 바꿔야만 인류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대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경이 500m라면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보다 100여 미터나 높은 엄청난 크기의 소행성이다. 이런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인류의 종말은 아니더라도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0여년 후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베뉴의 크기 ⓒ NASA

100여년 후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베뉴의 크기 ⓒ NASA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NASA가 소행성이나 혜성의 위험으로부터 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해머(HAMMER)’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비상 대응을 위한 초고속 소행성 경감 임무(Hypervelocity Asteroid Mitigation Mission for Emergency Response)’라는 의미를 가진 프로젝트 명칭의 약자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가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위협에 대해 인류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대략 300여 개의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천체 목록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미 MIT대의 리처드 빈젤(Richard Binzel) 박사는 “마치 커다란 망치인 해머로 내려치듯, 핵폭탄으로 베뉴를 파괴시키든지 아니면 여러 대의 무인 우주선을 베뉴에 충돌시켜 방향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진은 해머 프로젝트가 아직은 이론적 수준의 계획이지만,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베뉴 말고도 지구를 위협하는 다른 소행성이나 혜성 등이 우주에는 수없이 많은 만큼, 이들에 대한 대응책 차원에서라도 해머 프로젝트 같은 계획은 반드시 마련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오는 8월에 베뉴에 대한 자세한 정보 파악

해머 프로젝트는 핵폭탄을 사용하는 방법과 소행성에 충격을 주어 경로를 변경시키는 방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핵폭탄을 사용하는 것은 최후의 방법이다. 가급적이면 경로를 바꿔 베뉴도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을 공동 연구진은 찾고 있다.

경로를 바꾼다 해서 자동차나 비행기의 진행 방향을 변경하는 것처럼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높이 9m에 무게도 9톤 정도 나가는 무인 우주선을 만들어 이를 소행성에 충돌시키면서 궤도를 조금씩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

이 같은 방법은 공동 연구진이 지구와 베뉴가 충돌할 것을 가정한 다음, 그 결과들을 산출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만들어졌다. 충돌 확률이 2700분의 1이라는 점과 충돌 시 1200메가톤(MT)의 폭발력을 지닐 것이라는 점 등이 모두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밝혀졌다.

이 외에도 베뉴의 궤도를 안전하게 변경하려면 적어도 지구와 충돌하는 시점보다 7.4년 전에 우주선을 발사해야 한다는 점도 파악해 냈다.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베뉴가 위치해 있을 때 우주선을 보내서, 일찌감치 베뉴의 방향을 변경하다든가 혹시 모를 실패에도 대비하려면 이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행성 베뉴에 접근하고 있는 탐사선의 상상도 ⓒ NASA

소행성 베뉴에 접근하고 있는 탐사선의 상상도 ⓒ NASA

문제는 소행성의 무게가 엄청나게 무겁기 때문에 궤도를 변경하려면 한 개의 우주선만 보내서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 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알아낸 사실인데, 충돌 10년 전에 궤도를 변경시켜 베뉴가 지구를 비켜가게 하려면 적게는 34개에서 많게는 53개의 우주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반면 충돌시까지 25년 정도의 시간이 있다면 우주선은 10개 내외만으로도 충분히 경로를 바꿀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전하며 “이는 먼 거리에서는 궤도를 조금만 수정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각도의 차이가 크게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시뮬레이션도 직접 소행성에 가까이 가서 카메라로 확인하는 것보다는 정확성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NASA는 2년 전에 베뉴를 탐사할 우주선인 오시리스-렉스(Osiris-Rex)를 발사했는데, 오는 8월이면 소행성에 근접하게 된다.

오시리스-렉스호의 발사에 관여한 NASA 관계자는 “일단 렉스의 형태 및 특성을 규명해야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오시리스-렉스의 탐사 결과에 따라 베뉴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